에레나와 카츄샤 1950년의 6.25전쟁은 군인들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도 전쟁이었다. 전쟁으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우리의 순희-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향집 석유등잔불 밑에서 물레질하고, 밤새워 실패를 감던 순희, 열 아홉살에 시집 갈 꿈을 꾸던 순희, 아이 낳고 남편 봉양하던 현모양처
# 일년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코앞이다. 양력으로는 2월3일에 들었고, 음력으로는 섣달(12월) 스무 이튿날(22일) 이다. 낱말 뜻 그대로 ‘봄이 섰으니’ 곧 봄이 올 터다.예전에는 입춘이 되면, 만복이 집안에 깃들기를 바라며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혹은 ‘용(龍)/호(虎)’ 한자를 오른쪽 왼쪽 대문에 각각 크게
싱잉스타 최무룡의 노래들 10년 전, 한 유력 일간지가 펴내는 월간 종합지에 ‘한국 액션영화배우 열전’ 네 번째로 ‘최무룡(崔戊龍, 1928~1999) 편’이 소개됐다.“꿈꿨기에 불행했던 이카루스의 지친 뒷모습-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기사의 전체 타이틀이다. 사뭇 현학적인 표현으로 최무룡의 일생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무겁다. 어렵다.
# 공자의 가르침을 기록한 유가의 주요경전 13경(經) 중에 ‘효의 원칙과 규범’을 수록한 이 있다.그 첫장에, 공자가 집에 있을 때 제자인 증자에게 덕의 근본인 ‘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대목이 있다.“사람의 신체와 터럭(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
은방울자매 은방울자매의 큰방울-박애경과 작은방울-김향미가 듀엣으로 함께 노래하기 전인 1950년대 말~1960년대 초는, 트로트가 산업화·도시화라는 새로운 시대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노래 주제는 여전히 한결같이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서러움, 삶의 비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이미자의
# 64년 전인 1957년 11월3일, 개 한 마리가 우주로 향했다. 라이카(Laika)라는 이름의 이 개는 지름 2m, 무게 504kg의 (구)소련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지구궤도로 향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한 달만의 일이었다. 스푸트니크 2호는 지상 1500km 높이의 우주궤도에서 초속 8km의 속도로 1시간4
1950년대의 ‘가요 왕’ 박단마 ‘일제강점기에 데뷔해 1950년대까지 활동한 대한민국 가수이자 성악가이자 연극배우이자 뮤지컬 배우다. 장르는 K-POP, 트로트, 신민요.’박단마(朴丹馬, 1921~1992)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한 의 내용이다.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얘기들이다.우선 이름자부터가 평범치 않다. ‘붉은 말’이란 뜻의 한
#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잠시도 우리 곁에 머물러 주지 않는다.어김없이 묵은 해-경자년이 가고, 새해-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지나간 한 해는 우리 모두가 두 번 다시 겪어내고 싶지도, 기억조차 하고 싶지도 않은 신역(身役) 고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에서는 전국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 2020년 사회상을 반영한 ‘
‘제2의 이난영’장세정 일제 강점기 ‘제2의 이난영’ 소리를 들으며 당대 여가수 ‘넘버 투(2)’의 위치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장세정(張世貞, 1921~2003)의 유년시절은 외롭고도 불우했다.평안도 평양에서 출생한 장세정은, 생후 두 달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만주 독립단에 들어갔다는 둥 소식마저 끊긴 상황에서 늙으신 할아버지·할머니 슬하
# 올해(엄밀히 말하면 새해)에는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라는 괴질의 확산으로 보신각 타종 행사가 1953년 처음 시작된 이래 67년 만에 취소됐기 때문이다.‘제야’ 혹은 ‘제석(除夕)’이란 말은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어둠을 걷어낸다는 뜻이다. 이날 불교사찰에서 백팔(108) 번뇌를 뜻하는 108번의 종을 쳤던 불교 의식에서
남인수 1000여 곡, 백년설 500여 곡, 이난영 500여 곡·이미자 (데뷔 60년차) 2500여 곡, 나훈아(데뷔 52년차) 2600곡…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손에 꼽는 유명 가수들이 가수인생 한 생애동안 불러 세상에 남긴 노래 곡수다.(물론 히트곡 수는 조금 다르다.)그런가 하면, 47년의 노래인생동안
# 우리나라의 저명한 생태학자인 최재천(崔在天·67)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우리나라를 ‘기후 바보’라고 불렀다.우리 정부의 미적지근한 기후변화 대응을 에둘러 비꼰 것이다.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웬만한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는데, 우리는 ‘그린 뉴딜’을 거창하게 벌이면서도 그걸 담지 못했다. 정말 이제야말로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1970년대를 풍미한 조미미 애수어린 정조 깊이있는 음성에 담아내1960년대 초 명랑·쾌활·발랄한 스탠더드 팝 스타일의 노래들(이를테면, 한명숙이 부른 , 최희준의 등)에 밀려 주춤하던 전통트로트는, 1960년대 중반
# “어느 일요일 저녁, 파브롤교회 앞 광장에 있는 빵집 주인 모베르 이자보가 막 잠들려는 참이었다. 가게의 창살 달린 유리진열장이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마침 그때 창살과 유리를 한꺼번에 주먹으로 깨뜨린 구멍으로 손 하나가 쑥 들어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 손은 빵 하나를 훔쳐가지고 나갔다.이자보는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둑은
신민요풍 노래의 부활 6.25 전쟁의 뼈 아픈 시련과 아픔을 겪으면서, 동시에 미국문화 유입 등 어수선한 사회변화의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 트로트는 꿋꿋하게 주도적인 자리를 지켰다.그런 한편으로는 과거 이은파-이화자-황금심-황정자로 이어지는 타령조의 소위 신민요풍 트로트들이 봇물 터지듯 일대 성시를 이뤘다. 흡사 그것이 우리민족 본디의 정서임
# 김장이 한창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채소를 소금에 절인 형태로 김치를 담가먹었다는 게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김장 풍습에 대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역사기록은, 고려시대 중엽인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자신의 저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란 문집에 이란 시를 지어 실었다. 텃
미남가수시대의 윤일로·손시향 (1) 윤일로 6.25 전쟁 후 흡사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미국의 대중음악 리듬은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절절하게 녹아있는 기왕의 전통 트로트들을 일시 잠재우며, 춤바람과 사치, 허영에 빠져든 사람들을 달디단 향락의 세계로 이끌었다. ‘마시고 또 마시어 취하고 또 취해서’ 한 번뿐인 인생, 춤추며 즐겨 보자고 노
# 최근 일본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씨가 자발적(自發的,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의 뜻) 비혼(非婚, 결혼을 하지 않은)을 선택해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밝혀 나라 안팎이 화제다.그녀는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급하게 찾아서 결혼한다는 게 어려웠다”며 “싱글맘이 되는 건 쉬운 결정도, 부끄러운 결정도
맘보와 탱고 (1) 김정애 ‘맘보(Mambo)’는 1950년대 미국의 라틴재즈와 아프리카풍의 쿠바 리듬이 어우러져 생겨난 음악형식이다. 우리나라에는 전후 미국 팝 음악과 함께 흘러들어와 일대 광풍과도 같은 유행의 바람이 일었었다. 맘보춤과 다리통이 꽉 끼는 맘보바지도 함께 유행했다. 당시 대중음악
# 조 바이든(Joe Biden·77)은 미국 정치역사상 두 가지 기록을 가지게 됐다. 30세에 다섯 번째로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는 것과 78세의 최고령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다.그는 또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감을 줘 미국의 ‘블루칼라’인 서민 노동자들로부터 ‘엉클 조(uncle Joe)’로 불린다. 그 자신도 ‘블루칼라’를 자기 정체성의 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