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저물어/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마음을 비우고/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중략)...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서쪽 하늘에 걸려/젖은 별빛으로/흔들리는 11월’-이외수(1946~2022) 시 11월이다. ‘사계’의 마지막 계절-겨울이다. 찬바람이 분다. 눈도 내릴 것이고, 세상은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지친 삶에 온기 없는 사람들의 마음도 겨우내 꽁꽁 얼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엄동의 추위를 넘어, 새봄의 다스한 햇살이 온 세상에 화사하게 피어오를 때까지.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이 말은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장애인 인권운동가였던 헬렌 A.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의 말이다.미국 앨라배마주 태생인 그녀는, 세상에 태어난 지 19개월 됐을 때, 성홍열과 뇌막염으로 위와 뇌에서 급성출혈을 일으켜 시각과 청각을 잃었다. 그리고, 그 후에 말도 할 수 없는 벙어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그리스 아티카의 도적이자 엽기적 연쇄살인범이다. 폴리페몬(Polypemon), 또는 다마스테스(Damastes)라고도 불린 그는, 키가 무려 9척(약 2m70㎝)이나 되는 거인으로, 아테네 교외 언덕에 집을 지어 여관을 운영하면서 기상천외의 강도 살인짓을 일삼았다.그는 다른 도적들과는 달리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불러들여 극진히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제공했는데, 그 잠자리란 것이 아주 ‘특이한 침대’였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이즈가 맞는 침대.그는 손님을 침대에
하늘을 찌르는 도시의 수많은 빌딩들, 그리고 그 건물들의 유리창과 반도체, 스마트폰 스크린, 와인잔, 안경에 이르기까지... 열에 녹인 모래가 공양하듯 들어간다.공룡도 아니고, 돌고래도 아니고, 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도 아닌, 무생물인 모래가 지금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모래의 멸종’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이 지구상의 인간이 ‘물’ 다음으로 많이 끌어다 쓰는 물질인 모래의 전 세계 1년 사용량이 500억톤에 달한다.세계의 도시화에 따른 모래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모래=돈’인 세상이 됐다. 급기야는
그린워싱은 ‘그린(Green, 녹색)’과 ‘화이트워싱(White Washing, 세탁)’을 합친 말이다. 기업들이 실제로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녹색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한마디로 ‘무늬만 친환경’이다. 이를 ‘위장 환경주의’라고 한다.지난 2007년 12월, 마케팅회사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린워싱이 주목됐다.그 ‘일곱가지 죄악’이란 (1)상충효과 감추기 (2)증거불충분 (3)애매모호한 주장 (
‘코드 레드(Code Red)’는 프로레슬링에서 상대의 등을 공격하는 기술의 하나다. 윗몸을 숙이고 있는 상대의 등에 재빠르게 올라탄 뒤, 상대와 함께 360도 한 바퀴 회전해서 상대의 등과 어깨가 매트 바닥에 닿게 해 승부를 낸다.일반적으로는 병원에서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화재가 나는 경우) 일 때 경고로 쓰이는 용어다.2년 전인 2021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세계 여러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행위를 지적하며, “세계인을 향한 코드 레드!”라고 경고한 적이 있어 주목됐었다.그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는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어나는 봄과 달리,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가을은 우리의 입술을 다물게 하고,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언어의 뼈마디를 고르게 한다.’-김현승(1913~1975), 가을이 익어간다. 또랑한 풀벌레 소리로 한 해 내내 먼지 때가 켜켜이 앉은 귀를 씻고, 세태에 오염된 짓무른 눈을 투명한 달빛으로 씻어낸다.일년 사계절 중 하늘의 별이 가장 잘 ‘안 보이는’ 계절,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핼러윈데이를, 남반구에서는 만우절과 부활절을 이 가을에 맞는다.입추-처서 절기로 가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2월, 현대건설의 아산만 방조제 건설 때 얘기다. 당시 정주영(鄭周永 : 1915~2001, 향년 85세) 회장이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했다.이때, 공사 책임자가 보고를 했다.“물살이 너무 세서 돌과 흙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파도에 떠밀려가 물막이 진척이 잘 안됩니다!”이 말을 듣고, 정 회장이 바로 생각해낸 것이 고철 유조선이었다. 해체해서 고철로 팔아먹을 생각으로 30억원에 사들여 울산항에 정박시켜 뒀던 길이 320m, 폭 45m, 높이 25m의 22만6천톤급 초대형 유조선이었던 스웨덴 유조선 워
‘중국 한나라 초의 무장. 초나라의 항량·항우를 섬겼으나, 중용되지 않아 한왕유방의 수하가 되어 대장군이 되었다.’우리나라 대백과사전의 ‘한신 편’ 첫머리에 간략하게 기술돼 있는 한신(韓信, ?~기원전 196) 소개 글이다. 중국 고대사에서 지금으로부터 2229년 전, 한나라 초기 ‘3걸’의 한 명이자, ‘3대 명장’의 한 사람으로 ‘병사의 신선(兵仙)’ ‘나라 안에 둘도 없는 인재[국사무쌍, 國士無雙]’로 불렸던 무장 한신과 연관된 고사성어가 여러 개 있다.- 과하지욕(胯下之辱), 일반천금(一飯千金), 배수지진(背水之陣), 토사구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우주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은하철도 999~’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82년 1월2일, 일요일 오전8시. MBC-TV에서 신정 특선프로그램으로 수입 방영했던, 일본 TV판 애니메이션 영화 의 주제가다.낭랑한 소년 이미지의 목소리로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김국환은, 지금 일흔여섯 살의 노인이 됐다.일본 최초의 SF(공상과학) 소설가로
‘칠월이라 맹추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늦더위 있다 한들 질서야 속일소냐//...(중략)...//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곡식도 거풍하고 의복도 포쇄하소.’조선시대 후기, 헌종 시절에 다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지은 가사 7월령(七月令) 구절이다. 처서(處暑)절기 무렵의 당시 풍정을 묘사해놨다.올해는 지난 2월에 윤달이 들어, 올 처서는 양력 8월23일에 들었고, 음력으로는 7월8일이다.# 처서는 1년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 절기 보름 뒤
‘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라 해서 ‘노치원(老稚園)’이라 부른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줄어들자,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 자리에 노인 돌봄 시설인 주·야간 보호센터와 요양원들이 들어서서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열고, 노인들이 다닌다 해서 ‘노치원’이다.지난 2018년부터 불과 5년 사이에 유치원 수는 459곳이 줄고, 2008년부터 가 시행되면서, 정부가 비용을 85%까지 지원해 주자, ‘노치원’이라 불리는 노인 요양보호시설은 2018년 3211곳에서 2022년 말에는 5090곳으로 두 배 가까이 급속
바닷속에도 숲이 있다. 큰 바닷말이나 다시마 등의 해조류나 잘피 등 종자식물이 바다숲을 이루고 살아간다.이 바다숲은 어린 물고기들(치어)의 피난처가 돼주기도 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 제공자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그 양을 줄여주기도 한다.이러한 것들이 최근 갯녹음, 바다사막화의 증가로 사라져 가고 있다.# 갯녹음은 순우리말로 바닷속 암반에 서식하는 미역, 다시마, 감태 등의 해조류가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제적으로는, ‘화이팅 이벤트(Whiting event)’- 즉, ‘백화현상’으로 통용되고 있다.환경오염, 지구온난화에 의한
‘욜드(Yold) 세대’란 말의 ‘욜드(Yold)’는 ‘젊다’는 뜻의 영문자 ‘영(Young)’과 ‘늙었다’는 뜻을 가진 ‘올드(Old)’를 합성한 말이다. 즉, 젊게 사는 시니어, ‘젊은 노인’을 뜻한다.1946년~1964년생 ‘베이비부머’의 주력세대로 60대가 주축인 50~70대들이다. 이 ‘욜드 세대’의 구분을 놓고도 나라별로 나이에 따른 해석기준과 호칭이 각각 다르다.유엔(UN)에서는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인,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정의한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이웃나라 일본(노년
너무나 높고 가팔라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던 ‘신의 산’, 이 지구상에서 남극, 북극에 이어 ‘제3의 극지’란 의미로 ‘서드 폴(Third Pole)’이란 이름을 부여받은 히말라야가 지금, 울고 있다.지구의 기후변화로 히말라야의 만년설-눈과 빙하가 빠르게 녹아 사라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총 길이 2400㎞로 남미의 안데스, 북미의 로키, 남극 횡단산지,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의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길고 큰 산맥이 히말라야 산맥이다.고대 산스크리트어(범어)의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중략)...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런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 주시기를 기대하면서....”‘막말, 고성, 삿대질만이 난무하는 저열한 싸움판’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오랜만에 우레 같은 만장의 박수를 이끌어 낸 시각장애인 국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은, ‘탐욕’을 뜻하는 영어 ‘그리드(Greed)’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이 말의 뜻은, 대기업들이 지나친 탐욕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상승을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을 일컫는다.한 해 전인 2022년, 미국 물가가 40여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높게 치솟았다. 그러자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대기업의 탐욕이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 데서 이 용어가 생겨났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 오나/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1964, 최숙자 노래 노랫말(1절)동해에 명태가 있었다면, 서해를 대표하는 바닷물고기는 단연 연평도 조기였다. 이곳 사람들은 조기를 ‘전라도 명태’라고 불렀다.조선조 후기 실학자이자 농정가였던 서유구(1764~1845)는, 그의 저서 에서 조기를 이렇게 얘기했다. “상인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로 사방에 실어 나른다. 소금에 절여 건어를 만들고, 소금에 담가 젓
지난 5월 하순. 멀리 하얀 등대가 외로이 홀로 서 있는 인천 월미도 바닷가 방파제.불덩어리 같은 시뻘건 해가 바닷속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휠체어를 밀고 와 우두커니 서서는 한동안 그 모습을 넋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 60대 A씨는 암투병 중인 아내에게 연애시절 함께 자주 왔었던 인천 월미도 바닷가로 바람 쐬러 가자고 제안했던 터였다.A씨는 지난 15년간 암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가 눅진하게 지쳐 있었다. 그런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아내에게 뇌경색이 겹쳐와 제대로 몸
지구가, 인류가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세계 99개 주요도시 가운데 그 3분의 1인 33개 도시가 한 해에 평균 1㎝ 이상씩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이 같은 이야기는 환경학술지 5월호에 실린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지질학자 톰 파슨스의 연구논문 과 미국 지구물리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소개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인구 800만명이 넘게 사는 미국 동부해안가 뉴욕시의 경우, 지반을 누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