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 (百景)(304)

‘세상은 저물어/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마음을 비우고/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중략)...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서쪽 하늘에 걸려/젖은 별빛으로/흔들리는 11월’

-이외수(1946~2022) 시 <11월의  시> 

11월이다. ‘사계’의 마지막 계절-겨울이다. 찬바람이 분다. 눈도 내릴 것이고, 세상은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지친 삶에 온기 없는 사람들의 마음도 겨우내 꽁꽁 얼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엄동의 추위를 넘어, 새봄의 다스한 햇살이 온 세상에 화사하게 피어오를 때까지...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If Winter comes,can Spring be far behind.)’했던 영국시인 셸리(Shelly, 1792~1822)의 말처럼.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입동이 저만치 와있다.

•입동(立冬, 11월8일)- 24절기의 아홉 번째 절기로 11월8일에 들었다. 겨울이 처음 시작되는 날로, ‘입동’의 한자 ‘설 립(입)’은, 겨울이 찾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때 서민들의 ‘한 해 농사’라는 김장을 담근다.

•소설(小雪, 11월22일)- 살얼음이 얼고, 땅도 얼어붙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라 해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눈을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보통은 입동 후 보름 만에 겨울이 시작되지만, 이때 살얼음이 잡혀 겨울 느낌을 실감할 수 있다. ‘작은 봄’이라는 뜻의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이 무렵 시래기, 무말랭이 등을 만든다.

•대설(大雪, 12월7일)- 소설과 동지 사이에 든다. 이때는 보통 눈이 많이 온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그 이듬해에는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 눈 속에서 보리가 잘 크기도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대설을 기점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것으로 여긴다.

•동지(冬至, 12월22일)- 이날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해가) 가장 짧다. 예로부터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동지를 중요한 절기로 여겼다.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철이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집안의 액운을 쫓는다는 속신을 믿어, 동지팥죽을 쑤어 먹었다.

•소한(小寒, 새해 1월6일)- 작은 추위를 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년 중 가장 추운 때여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우스개 얘기도 전해온다.

•대한(大寒, 새해 1월20일)- 1년 24절기의 마지막 절기로, 양력 새해에 든다. 겨울 추위 역시 이때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는 전체 24절기 중에서 ‘태양의 궤도’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대표 절기인 춘분, 하지, 추분, 동지 등 4개의 절기만 ‘과학적 의미’가 있고, 나머지 20개 절기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가 타원이고, 타원궤도 위치에 따라 공전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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