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63)

# 최근 일본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씨가 자발적(自發的,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의 뜻) 비혼(非婚, 결혼을 하지 않은)을 선택해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밝혀 나라 안팎이 화제다.

그녀는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급하게 찾아서 결혼한다는 게 어려웠다”며 “싱글맘이 되는 건 쉬운 결정도, 부끄러운 결정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사유리씨는 올해 해외의 한 정자은행에서 일본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 방송인 허수경씨가 ‘자발적 비혼모’를 택해 체외수정으로 딸을 낳은 적이 있다.

#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유리처럼 ‘결혼하지 않고도 정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이 30.7%로, 이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처럼 미혼자의 체외수정 출산이 화제가 되면서 합법성 문제가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한국에서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즉,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법은 임신을 위한 체외수정 시술 때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배우자가 없는 경우’(말하자면 미혼의 경우)는 서면동의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는,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는 독신주의자를 말한다. 이들은 전통 인습에 매이지 않고 가부장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호적과 성을 사용한다.
따라서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법적으로 인정, 존중된다. 출산은 그렇다 치고, 육아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있을까… 예전에는 홀어머니인 편모 슬하에서 자란 자식은 ‘애비 없이 자란 막돼먹은 후레자식’이라며 거리를 뒀다.

지금도 우리사회의 따뜻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떠도는 미혼모가 2만3000여 명이나 된다. 뿐이랴. 자신의 몸으로 낳은 영아를 물건 거래하듯 20~30만 원에 파는가 하면, 때려 죽이고 굶겨죽이는 비정한 엄마들이 버젓이 그 피해아동들의 법적인 친권자이자 보호자로 방치돼 있는 곳이, 안타깝게도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한결같이 ‘정의롭다’고 얘기하는 이 나라다. 아직도 여전히 그런 후진적인 사회환경이라서 ‘여권 신장의 신천지’(?) 같은 ‘자발적 비혼모’의 출산과 육아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내 맘대로’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 엄마의, 부모의 역할이 다 끝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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