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다양화로 활성화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기부자에게 토산품을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기부를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답례품을 활용했다. 하지만 지자체 간 과당경쟁을 유발해 기부금액 이상의 답례품이 제공되면서 30% 상한선을 뒀고, 우리도 답례품을 기부금액의 30% 이하로 정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상품구성, 질 낮은 답례품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답례품이 제도 안착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 위해 전문가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위원장(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여러 원인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 지자체의 답례품 기획력이 떨어져 기부자가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본 답례품과 기획형 답례품으로 구분해 발굴할 것을 조언했다.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다양한 용어 사용도 제안했다.

김용태 생활정책연구원 부설 고향사랑기부제연구소 소장은 최소 기부금액 10만원이 대부분이라 농촌지역은 답례품도 3만원 이하 농특산물 위주, 도시지역은 지역사랑상품권 위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광역-기초지자체는 경쟁이 아닌 협력체계로 바뀌어야 하고, 관광·체험과 결합된 답례품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선필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장

“지자체 답례품 기획력 ‘취약’
명확한 가이드라인 있어야”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과정은.
2007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가 고향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FTA로 피해를 입은 농촌을 살리기 위해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보내자는 것이었다. 이후 몇 번의 선거에서 논의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분권방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주목받았다.

올해 1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이 오픈했다. 법률 제9조에 명시된 답례품은 ▲해당 지자체 관할구역에서 생산·제조된 물품 ▲해당 지자체 관할구역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상품권 등 유가증권 ▲해당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 등으로 정했다. 단, 현금과 고가의 귀금속과 보석류는 제외했다.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현재 상황만 보면 흥행실패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관심 미흡에 따른 저조한 모금실적, 관할 주소지 이외 거주자 한정, 세제혜택·모금장소, 모금방법 제한, 온라인 시스템 취약, 기부금 활용방안 부족 등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중 답례품으로 좁혀보면 최소 기부금액인 10만원이 대부분이라 답례품도 3만원대 이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부자가 매력을 못 느낀다. 결국 지자체의 기획력이 부족한 탓이다.

제도가 시행된 1월 이후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만 10건이 넘는다. 그만큼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인 사회적기업, 중소기업, 여성기업 등이 생산․제공하는 물품을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은 그래서 논의할 가치가 있다.

-좋은 답례품은 어떤 것인가.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기부를 이끌려면 좋은 답례품이 관건이다. 각 지자체의 답례품선정위원회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브랜딩, 유통안정성, 가격다양성, 포장우수성 등의 원칙을 세워 이를 충족하는 답례품만을 선정해야 한다. 기부자 수요에 맞춰 답례품을 선정하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답례품은 기존 농특산물 위주의 3만원 이하 기본 답례품과 2030세대의 호기심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획형 답례품으로 구분해 발굴해야 한다. 기획형 답례품은 특산품을 활용하면서 편의성을 높인 밀키트, 제철식재료 정기배송, 특산물 꾸러미, 장기체류형 관광상품 등이 좋은 예다. 제품이 아닌 스토리를 구매하면 충성심이 더 생기는 구매심리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유일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도 개선이 필요하다. 답례품이 무작위로 열거되는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이 플랫폼은 업무에 필요한 행정사항을 관리하는 통합관리시스템으로 기능하고, 민간플랫폼을 통해 기부자와 모금주체인 지자체가 정보교환과 기부 진행, 답례품 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지도를 높이려면.
국민들의 인지도는 여전히 바닥이다. 시행 초기 각 지자체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를 앞세워 1호 기부자에 대한 뉴스만이 조금 나온 정도다. 차별화된 답례품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소재로 충분하다.

답례품이란 명칭도 문제다. 명칭에서 오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소장가치가 있고 그 지역을 추억할 수 있는 ‘굿즈(Goods)’나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한정판)’ 등을 혼용하면 젊은층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고, 관련 상품개발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김용태 고향사랑기부제연구소장

“광역·기초지자체 간 경쟁은 잘못…
고향개념 약한 젊은층 공략이 관건”

-연구소 설립 배경은.
작고 사소한 고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생활정책연구원은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이전부터 민간에서 관련 용역을 맡아 많은 지자체에 정책조언을 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 맞춤 전략이 있어야만 안착할 수 있다. 답례품 선정부터 기금 모금과 홍보방법 등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도시·도농복합·농촌지역 등으로 나눠 실험을 거친 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면 지금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Must’만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How’가 없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우선 시행해보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이었다.

그중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기부금을 둘러싼 잘못된 경쟁은 큰 문제다. 답례품으로 가장 손쉬운 선택지가 지역화폐·상품권 등 유가증권이다. 광역지자체는 모든 시·군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초지자체는 해당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국민들이 어떤 답례품을 선택하겠는가. 애초에 경쟁이 될 수 없다. 광역은 기초지자체와 경쟁이 아닌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광역이 기부금을 받을 게 아니라 기초지자체에 돌아가도록 서포터하는 협력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민·관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각 지자체는 담당을 세정과, 자치행정과에 맡기거나 별도 TF를 만드는 게 보통이다. 어떤 형태든 담당자에겐 달갑지 않은 업무다. 기부금을 얼마 모았든 성과금은 고사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할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이상 공무원들이 활발히 움직이길 기대하기 힘들다.

답례품만 해도 선정과 배송, 고객관리까지 담당공무원이 사실상 도맡아야 한다.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상주하는 전문가와 역할을 분담하면 창의적인 답례품 발굴과 고객관리 측면에서 훨씬 낫다. 민관이 힘을 합쳐 지역에서 답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배송하는 전 과정을 해결할 수 있으면 그 지역경쟁력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답례품은 지속적인 기부를 위해 중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을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기부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실한 타깃을 정하는 게 우선이고, 답례품은 그 다음이다. 현재 기부금 경로를 보면 약 60%가 답례품을 보고 선택한다. 처음에는 ‘고향’에 기부를 하겠지만 그 다음은 답례품으로 판가름 난다. 40대 이하는 특히 그렇다. 고향에 대한 개념이 약해 충성도가 윗세대보다 떨어진다. 나도 첫 기부는 고향에 했지만 다음은 자주 찾는 제주에 할 생각이다. 

-구체적 해법은.
예를 들어 농촌에 빈집이 아주 많은데, 기부금이 빈집을 마을호텔이나 체험 등 다활용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답례품을 거기에 묵거나 즐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주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지역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면 기부자들에게 구매의 장이 열리게 되니 좋은 판로도 생기는 셈이다. 답례품이 관광·체험과 결합되면 지역 방문객을 늘려 관계인구를 확보할 수 있고, 2차·3차 소비도 촉진할 수 있다.

답례품이란 틀에 얽매이지 말고 의미 있는 혜택도 고민해 보자. 명예주민증, 기부 후 할인 혜택처럼 기부를 결심하게 하는 선택지를 다양화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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