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남성 위주 귀농정책, 여성 귀농 이대로 좋은가?
“부모님 곁이라 귀농이 쉬울 줄 알았는데 이민 온 것 같아요. 농촌에서의 여유를 기대하기보단 지역의 말과 음식, 문화까지도 공부가 필요해요. 이제야 진정한 귀농인이 된 것 같아요.”
귀농 7년차 현숙이 대표(더담원 치유카페)의 말이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누에마을인 유유마을에 부모님이 먼저 2000년도에 귀농·귀촌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주말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는 현 대표. 대형서점에서 책을 읽거나, 소품을 만들고 수집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며 아기자기한 그릇들을 쇼핑하는 것은 취미이자 큰 낙이었다. 그러나 귀농하면서 포기했다.
새내기 귀농인, 현실은 ‘엉망진창’
현 대표는 2016년 부모님 뽕밭에서 흙을 만져 본 게 농사 첫 경험이었다. 그는 뽕잎 진액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현장에 들어갔다가 팅팅 부은 얼굴을 경험한 후론 알레르기약을 먹는 게 일상화됐다고. 게다가 처음에 뽕 묘목을 모내기하듯 빼곡히 심어 나무뿌리가 서로 엉켜 죽기도 하고, 전지할 시기를 놓쳐 수확에 실패하기도 했다.
30대 중반의 혼자 사는 여성의 농촌생활은 쉽지 않았다. 고령 어르신과 더불어 사는 삶은 그들의 손과 발이 돼야만 했다.
“이따 들어올 때 나 밀가루 좀 사다줘.”
“콩나물이랑 조미료가 똑 떨어졌네. 그것도 부탁해.”
시도때도 없는 부탁, 가끔 버거워
‘강남댁’, ‘칠보댁’이라 불리는 동네 어르신들의 심부름 목록이다. 농장에서 승용차로 25분 정도 소요되는 치유카페에 출근할 때쯤이면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댄다. 그럼 메모해 뒀다가 퇴근길에 장을 봐서 집까지 배송해드리고 귀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어느 날은 새벽 4시에 집 전화로 전화해선 “내 핸드폰이 안 켜져. 무슨 일이래?”라며 집으로 찾아오셨단다. 현 대표는 새벽 3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어르신들을 이젠 이해한다고 했다.
경북 상주 태생으로 온전히 서울에서 지내다 호남 지역으로 귀농하니 처음에는 말과 음식 등 지역문화에도 꽤 오랜 시간 적응이 필요했다.
자꾸 ‘거시기’를 찾는 말에 변태로 오해도 하고, ‘~~잉’이 애교인 줄 알고 부담스러워 거리를 뒀던 지난날에 웃음부터 나온다고. 더군다나 30년 넘게 싱거운 음식을 먹다가 귀농해서 짭짤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단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지역 음식보다 맛있다며 7kg 늘어난 체중을 고민했다.
‘나’보단 ‘더불어’사는 농촌문화 수용을
현 대표는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귀농했지만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대목이 있단다. “힘없는 여자 혼자 시골 와서 뭐 먹고 살려고?”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라는 동네 어르신이 하는 우려의 목소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텃세와도 같은 이런 말들이 귀농을 결심했다면 각오해야 한다고.
그는 ‘나’ 중심이던 도시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더불어’사는 농촌의 문화를 일찍이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지역에 대한 자원을 공부하고 자신에게 맞는 1차 생산물을 선택해 기본 교육을 받는 게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새내기 회원이다. 현재 뽕잎, 오디, 누에를 테마로 요리와 체험 등 뽕잎 전도사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 대표는 앞으로 고령 어르신을 위한 치유요리사에 도전한다.
동네 어르신이 치매에 걸려 자신을 못 알아보면 슬플 것 같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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