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행복 농업·농촌, 여성의 힘으로…디지털시대, 농촌여성도 스마트하게

스마트팜은 육체노동 위주인 예전 농사와 달리 ICT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오랜 시간 몸으로 익혀온 경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더 이상 여성에게 농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산업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경기 여주 오한솔 방울따옴 대표는 남편과 함께 스마트팜 농사를 짓고 있다. 기계 전공을 살려 환경제어를 도맡은 그는 섬세함을 더해 첫해 1억6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렸다. 경북 상주 신나라 베리달구나 대표는 스마트팜 덕분에 농업이 인건비만 겨우 건지는 일이 아니라 청년이 도전할만한 가치를 지닌 블루오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오한솔 대표는 기계전공을 살려 농장에서 컴퓨터로 환경제어를 도맡고 있다.
오한솔 대표는 기계전공을 살려 농장에서 컴퓨터로 환경제어를 도맡고 있다.

■경기 여주 오한솔 방울따옴 대표

남편 대신 섬세함 필요한 환경제어 도맡아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통해 이론·실무 쌓아
첫 수확으로 매출 1억6천만원…목표 100% 달성

이과형 인재의 과감한 도전
오한솔 대표(29)는 “스마트팜 영상을 우연히 접했는데 ‘그래 농업이다’라는 생각이 딱 뇌리를 스쳤어요. 퇴사 전 농사를 짓자는 생각은 없었지만 미래를 걸어도 좋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남편과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2022년 경기 여주에 방울토마토 스마트팜 방울따옴 농장을 열었다. 오 대표는 국내굴지의 농기계 회사인 LS엠트론에서 연구직으로 일한 재원이었고, 컴퓨터전공인 남편은 전북은행에서 IT업무를 담당했던 이과형 인재였다. 남들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지만 부부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농업이 선택지에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몸으로 부딪치고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중요한 과거농업이 아니라 ICT 기기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스마트팜은 기계와 컴퓨터를 전공한 부부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농장업무는 철저하게 분담하고 있다. 환경제어는 기계전공의 오한솔 대표가 맡고, 리프트를 타는 고공작업은 남편이 책임진다. 일에 있어 남자일 따로 여자일 따로라는 생각은 그저 고정관념일 뿐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남편보다 디테일에 강한 제가 환경제어를 책임져요. 매일 기상조건이 달라 세심함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하루에 적게는 10분, 많으면 40분 정도면 습·온도와 풍량 등 제어가 모두 가능해요.”

꿈꾸던 여유로운 삶이 현실로
오한솔 대표는 매일 아침 8시 무렵 농장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퇴근은 대략 오후 6시쯤이다. 수확할 때를 제외하곤 이 패턴으로 일하고 있다.

“직장 다닐 때랑 일하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아요. 대신 주5일제는 꿈도 못 꾸죠. 생물을 다루다 보니까 주말도 보통 농장에서 보내요.”

농장 규모는 2400㎡ 정도다. 일꾼을 고용하지 않고 부부가 모든 걸 책임진다. 수확할 때만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 방울토마토 한 종류만 농사짓고 있는 오한솔 대표는 7월경 정식해 이듬해 수확하는 패턴이다. 첫해 수확으로 거둔 매출은 약 1억6천만원 정도다.

“100% 목표를 달성했어요.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실패를 예상했는데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 만족할만한 매출을 거뒀어요.”

농지 구입에 1억5천만원, 스마트팜 설비에 5억5천만원, 도합 7억원을 투자했는데 지금 추산대로면 5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첫 수확 후 설비 철거에 한 달 가까이 보내고, 부부는 2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퇴사 직후 세계일주를 꿈꾸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편과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수료한 오한솔 대표와 남편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수료한 오한솔 대표와 남편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청년농부사관학교는 훌륭한 배움터
비교적 빨리 큰 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원천은 농협의 청년농부사관학교였다. 이곳은 만 39세 이하 6개월 장기교육과정으로 2018년 1기를 시작한 이후 2022년까지 8개 기수 45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농업기초·현장인턴 실습·비즈니스 플랜 등 3단계 교육과정으로 704시간의 커리큘럼이 짜여진 청년농부사관학교는 최고의 배움터였다.

“살던 곳과 가까운 전북 김제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보육과정을 먼저 알아봤어요. 최소 2년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혁신밸리와 달리 청년농부사관학교는 교육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남편과 입학하게 됐죠. 특히 양동철 교수님은 농장이름부터 브랜딩, 판로개척에 많은 조언을 주셨어요.”

양동철 농협 창업농지원센터 교수(수석 컨설턴트)는 “스마트팜을 짓기 전 맨땅부터 단계단계마다 의견을 주고받으며 인생을 건 도전에 나선 부부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면서 “진정한 기술은 농사가 아닌 판매에 있는데,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졸업한 학생에게 제공하는 홍보효과가 큰 클라우드 펀딩를 통해 초기에 맛볼 수 있는 실패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위해 NH투자증권과 농협 창업농지원센터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투자(펀딩)받은 뒤 목표금액을 달성하면 상응하는 농산물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펀딩에 나서고 있다. 인지도 높은 플랫폼을 통하기 때문에 큰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오 대표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로개척을 수월히 해낼 수 있었다.

“가락시장과 구리농수산물시장 비중이 높지만 점차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온라인 시장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수도권과 근거리라 갓 딴 신선한 토마토를 바로바로 배송할 수 있단 점이 강점이죠.”

 

신나라 대표는 어린 나이지만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현장경험과 이론지식을 겸비한 농업 컨설턴트를 꿈꾸고 있다.
신나라 대표는 어린 나이지만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현장경험과 이론지식을 겸비한 농업 컨설턴트를 꿈꾸고 있다.

■경북 상주 베리달구나 신나라 대표

“첫 농사 실패 후 많은 걸 배웠어요”
스마트팜 요람 상주서 착실히 성장
현장·이론 겸비한 농업 컨설던트 꿈꿔

청춘이 밑천 “실패에서 배워요”
딸기농사를 올해로 2년째 짓고 있는 베리달구나 신나라 대표(24)는 첫해 농사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대신 큰 배움을 얻었다고 패기를 보였다.

“실패했다고 깔끔하게 인정합니다. 스마트팜이 모든 걸 책임져주는 게 아니에요. 생물이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을 세심히 살피고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제가 부족했어요.”

물 관리에 실패하며 선충이 발생한 탓에 딸기 수확량은 기대에 밑돌았다. 대신 소득은 있었다. 헐값에 팔고 싶지 않아서 상주에 거주하는 고객 대상으로 당일 배송을 통해 비교적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생산량은 적었지만 단골을 확보함으로써 전화위복이 됐다. 실패에서 배운 셈.

최근 딸기 모종 정식을 마친 그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농장일에 매달리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농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 피곤할 줄 모른다는 신 대표다.

“지금의 농업은 레드오션입니다. 초고령화 산업인 농업에서 청년은 아주 귀한 인재들이라 시간이 지나면 블루오션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스마트팜은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후발주자가 아닌 선두주자가 돼야만 많은 과실을 얻을 수 있어 남들보다 빨리 도전했죠.”

밑거름된 스마트팜 혁신밸리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임대형 스마트팜에 지난해 입주한 신나라 대표에게 이곳에서의 교육과 경험이 대농으로 성장하기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연간 273만원의 임대료와 전기료만 부담하면 돼 큰 예산이 필요치 않은 것도 신 대표에겐 매력적이었다.

지난해부터 청년보육생 3기 동기인 사은제 대표와 함께 임대형 온실에 입주하면서 같은 꿈을 갖고 스마트농업에 종사하는 동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도 소득이라고. 99학번으로 함께 농사짓고 있는 사은제 대표와는 나이차가 많이 남에도 서로를 존중하면서 얼굴 붉히는 일 한번 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연장자와 최연소자의 만남이 오히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3명이 농사를 짓고 있는 다른 팀보다 오히려 의사결정이 빨라 효율적이에요. 점점 제 발언권이 세지는 것 같아요.(웃음) 대신 일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나눠하고 있어요. 다수의 공모전에 입상한 경험을 살려 기획과 마케팅에 자신이 있어요. 같은 딸기라도 포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거든요.”

거기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일종의 브랜딩 효과도 얻고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딸기라 믿고 산다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 인지도는 소비자 이외에도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스마트농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보육생 52명 모집에 201명이 접수해 3.9:1이라는 높은 경쟁률이 이를 입증한다. 선발 교육생 50%가량이 20대였고, 처음 행정학 전공으로 대학을 입학한 신 대표처럼 비농업전공자가 농업전공자보다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건희 상주시 스마트농업과장은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크지만 첨단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나라 대표처럼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나라 대표는 현재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해 있다.
신나라 대표는 현재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해 있다.

스마트농업 컨설턴트 꿈꿔
신나라 대표는 농사경험과 이론지식을 겸비한 농업 컨설턴트를 꿈꾸고 있다. 베리달구나 농장의 경험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내년까지 임대형 온실에서 딸기를 판매한 종잣돈으로 육묘장을 짓고, 농업관련 석·박사 학위도 취득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을 짓는 데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예산규모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육묘장이더라구요. 이론적으로 전문역량을 쌓기 위해 대학 원예학 전공 졸업 후 석·박사 학위도 딸 겁니다. 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컨설팅이 가능할 정도로 현장경험과 이론역량을 두루 갖춘 농업 컨설턴트가 제 목표입니다.”

이건희 과장은 “스마트농업에 대한 확신과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신나라 대표를 보면 볼수록 나이는 결코 약점이 아니란 점을 절감한다”면서 “최첨단 시설에서 전문가의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빠른 시일 내 창업농을 양성하는 교수로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농업발전에 기여할 인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끝으로 신 대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스마트팜에 섣불리 도전했다간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사례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실패사례가 무수히 많아요. 제가 겪은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죠.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부지원과 여러 기관의 지원책이 많아 최대한 실패를 줄이려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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