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7주년 특집 : 지속가능한 행복 농업·농촌, 여성의 힘으로... - 디지털시대, 농촌여성도 스마트하게~ (드론농사 어렵지 않아요~)
충남 서산 부석면 A지구 간척지에서 이명옥(한국생활개선당진시연합회 수석부회장) 인정농장 대표가 조종하는 드론 프로펠러가 서서히 돌아가며 바람을 가르는 웅장한 소리를 냈다. 육중한 몸집의 드론이 삽시간에 떠오르면서 흙먼지를 날렸다. 지근에서 본 농촌여성들에게서 “UFO 같다”는 탄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56살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격 취득해 과학영농 시동
청년에 치중된 지원사업…“여성은 드론교육 기회 부족”
드론 마스터한 농촌여성
이명옥 대표는 결혼하고 임차한 논에서 농사짓고 전셋집에서 생활하면서 한 푼이라도 모으면 땅을 샀다. 당진에 6만6천㎡(2만평), 서산 A지구 간척지에 19만8천㎡(6만평)의 농지를 마련했다.
부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농사를 시작해서였을까. 이장의 추천으로 남편이 드론교육을 받고 실기연습에 매진할 때, 이 대표도 어깨너머로 배우며 앞날을 대비했다고 한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그의 나이 56살에 어렵기로 악명 높은 국가전문자격증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조종자 무인 멀티콥터 1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드론 덕분에 올해는 앉아서 농사지어요.”
이 대표는 드론 방제작업에 슬리퍼를 신고 의자에 앉아서 전방을 주시한다고 했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방제복을 껴입을 필요도, 장화를 신을 이유도 없어졌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전부다.
“노안이 오면 멀리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여 당황하게 되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드론이 멀어져도 보려고 애쓰지 않고, 조종기를 보게 됐어요.”
이 대표는 조종기에서 설정한 지형을 보고 드론 위치를 파악한다. 조종기 모니터에 표시된 미터 수가 늘고 줄어듦에 따라 거리, 속도를 가늠하는 요령을 터득했다고 한다.
농장에 드론 도입 뒤 적기에 방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변화다.
병해충 적기 방제로 피해 최소화
“이번에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서 유입된 혹명나방 때문에 우리 논도 피해가 컸어요. 빨리 약을 주고 싶어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방제하는 순서를 기다려야 했어요. 이제는 직접 드론으로 11만5700㎡(3만5천평) 방제를 2시간 만에 끝내요.”
특히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들이 드론을 마스터했을 때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조종기 잡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 거예요. 남편이 드론을 몰 때는 여분의 농약, 드론 배터리를 갖다 주면서 보조했는데, 매년 수발을 들 수 없잖아요. 여성도 드론 조종기를 잡아봐야죠.”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소위 드론으로 농사지어 과학영농에 앞장서는 농가라도 조종기만큼은 남성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농촌에서 이명옥 대표가 선도적 여성농업인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드론 지원사업도 ‘유리천장’
드론을 실물로 처음 본 송악읍생활개선회 회원들은 궁금증을 쏟아냈다.
지춘우(송악읍생활개선회 대의원)씨는 “나도 드론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데, 지원사업이 청년만 대상인 경우가 많아 방법이 없다”며 “여성농업인은 농사 경험이 많고, 청년들보다 자본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은자씨는 “마을에 청년농업인은 1~2명이 고작”이라며 “1명 지원하는 것보다 여성농업인들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명옥 대표도 여성농업인들 의견에 공감하며, 드론 관련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올해 충청남도 지원사업으로 2600만원 하는 드론을 구매하는 데 도비 1천만원을 지원받았어요. 공동경영주 등록, 드론자격증 보유, 여성이라서 가산점을 받아 추가모집에 간신히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청년농업인이 내정된 것과 다름없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 사업신청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이해와 설득을 구하느라 애써야 했다고 돌이켰다.
이 대표는 드론에 의지 있는 여성농업인들에게 정부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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