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7주년 특집 : 지속가능한 행복 농업·농촌, 여성의 힘으로... - 디지털시대, 농촌여성도 스마트하게~ (강원 횡성 우렁각시방제단)
횡성 농촌여성들, 무인모터보트 몰며 제초실력 뽐내
방제단 “거동 불편한 어르신 위해 방제봉사 나설 터”
조종기로 노동을 손쉽게
강원 횡성에서 우렁각시방제단으로 활동하는 안미진씨의 봄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8만2600㎡(2만5천평) 논에 ‘무인 모터제초보트’로 방제하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의욕이 샘솟고 있어서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우려했어요. 1년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초·중기 잡초 방제작업을 보트가 한다고? 상상도 못한 일이었죠.”
벼 이삭이 여물어가는 요즘, 가족들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시아버님이 제초보트 방제는 꼭 필요하다고 며느리 자랑을 할 때마다 뿌듯해요. 내년에도 논 방제를 전적으로 맡아달라고 당부하셨어요.”
보통 모심기 전 초·중기 방제에 사람이 허리까지 오는 물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간다.
안미진씨는 논의 진흙바닥이 미끄럽고 돌이 많아 무릎에 부담을 주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물장화 밑창은 고무장갑처럼 얇아 발바닥을 괴롭힌다고 토로했다. 모 심은 중기에는 장애물(모)을 피해 방제하느라 땀으로 범벅되기 일쑤라고 전했다.
우렁각시 된 횡성농촌여성들
2022년 한국생활개선횡성군연합회 회원 21명으로 구성된 우렁각시방제단은 횡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제초보트 조작법에 대한 실습교육을 받고, 모내기 초·중기 방제작업에 투입되는 발군의 실력자로 거듭났다.
제초보트는 배터리 충전식이라 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자격증 없이도 누구나 조작할 수 있다. 작동방법은 후진 없이 좌·우 직진으로 손쉬운 편이다.
“제초보트를 배우면서 남편 대신 혼자서 방제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방제하는 동안 남편은 다른 일을 하니까 효율이 좋아졌죠.”
물을 댄 논에서 제초보트가 움직이면 물결이 일면서 방제약이 골고루 퍼진다.
안씨는 사람이 방제할 때보다 잡초 발생 빈도가 낮아진 효과를 요즘 눈에 띄게 깨끗한 논에서 체험하고 있다.
방제하며 이웃사랑 실천
단원들은 모내기철 자신의 논 방제는 물론 몸이 불편한 이웃의 방제 봉사에도 나선다.
신동일(한국생활개선횡성군연합회 총무) 단원은 “지난 5월에 농촌여성신문에 나온 우렁각시방제단 무인 모터보트 방제기술 경연대회 기사를 본 지역 홀로어르신이 도움을 요청했다”며 “단원들과 농가를 찾아가 제초보트를 이용한 방제봉사에 힘썼다”는 일화를 전했다.
우렁각시방제단은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속적으로 방제봉사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 담당자의 말 – 이인숙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자원식품팀장
“주체적 스마트 여성농업인으로 육성”
-우렁각시방제단을 조직한 계기는.
2022년부터 강원도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횡성군 농업·농촌에서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농기계 중에 전력을 이용하는 모터보트를 떠올렸다. 모터보트를 이용해 방제작업을 하는 방제단을 생활개선회원들을 중심으로 조직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
-투여한 예산과 군의 관심은.
방제복과 약제비를 준비하느라 600만원, 제초보트 4대를 구매하는 데 1천600만원이 들었다.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했는데, 단원들이 농사일에 바쁘다보니 제초보트 조종을 연습할 짬이 부족해보였다. 경연대회를 열면 의욕을 높일 것이란 생각에 개최했는데, 김명기 횡성군수님도 참석해 단원들을 독려하고, 선의의 보트 경주를 펼쳐 호응이 높았다.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데.
농촌에서 여성들은 주도적으로 방제를 하지 않았다. 농약호스를 잡아주는 등 남성농업인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초보트 조종기를 잘 다룰 수 있을까 걱정했다. 교육해보니까 여성들 손이 섬세해서 조종을 잘한다고 느꼈다. 제초보트 방제는 농촌여성이 보조자에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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