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치유농업 ‘반짝 특수’로 그치지 말아야…제도적 보완점은?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3조7천억원(2017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저밀도사회에 대한 관심 증가와 경도인지장애, 직업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관, 중학생 자유학년제와 연계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제1차 치유농업 육성 종합계획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2545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349억원으로 평가됐다. 치유농업의 팽창은 국민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관련 농업인의 소득진작을 위한 제도적 보완 지적도 꾸준하다.

그런 점에서 2021년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치유농장(Care Farm)을 통해 치유농업(Care Farming)을 국가 복지시스템과 결합한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도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도입이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증제가 또 다른 규제 장벽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내용으로 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6월 시행된다. 사진은 지난 21일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공청회 모습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내용으로 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6월 시행된다. 사진은 지난 21일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공청회 모습

농진청 “실손보험·국가복지서비스 연계에 인증제 선행돼야”
치유농장주 “까다로운 인증제, 거의 중소기업 수준” 주장도
치유농업사 양성기관 지정권한 일원화 주장…활성화에 역행

농진청, 인증기준 마련에 속도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의 법적기준을 담은 치유농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시행은 내년 6월부터다. 치유농업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이전부터 있었던 만큼, 치유농업법 개정으로 농촌진흥청은 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치유농장주들에게 인증제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지난 21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기준 공청회에서 장정희 농진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은 올해 안으로 기준을 마련해 내년 도입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장 단장은 “인증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의 규제”라며 “치유농업 우수 시설을 선별해 대국민 신뢰도를 확보하고 치유농업 확산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종합해 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하게 된다”면서 “심사는 연 1회, 인증은 3년간 유효하며, 이후 3년마다 갱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은 무엇보다 인증제가 실손보험의 민간보험은 물론이고 국가복지서비스와 연계되려면 인증제 정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증기준은 경영·인적자원·프로그램·시설과 환경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눠 심사된다. 그중 시설·환경은 5항목으로 4가지 영역 중 개수가 가장 많다. 주요내용은 ▲생산공간과 치유공간 분리 ▲실내·외 서비스공간을 각각 최소 80㎡·150㎡ 확보 ▲서비스공간과 휴게공간 분리 ▲남녀구분 화장실과 세면대·음수대 마련 ▲보상한도 1억원 배상책임보험 가입 ▲국토계획법·농지법·동물보호법·식품위생법·감염병예방법·PLS 등의 법규준수 서약 등이다.

 

인증대상 우수 치유농업시설 전망(2024~2028년, 농촌진흥청 제공자료)
인증대상 우수 치유농업시설 전망(2024~2028년, 농촌진흥청 제공자료)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까다롭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남 나주의 한 치유농장주는 “인증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시간을 냈다”면서 “설명을 들어보니 인증을 받으려면 장비와 시설도 많이 바꿔야 하고, 사람도 따로 뽑아야 하는데 거의 중소기업 수준의 규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시설을 개선하려면 솔직히 큰 부담이라 별도 예산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돈을 투자했는데 막상 농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지원해 줄 게 뻔해서 솔직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 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북 부안의 다른 치유농장주는 인증제가 결국 지원을 빌미로 한 규제가 될 것이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장 단장은 인증제와 관련한 시설개선 예산을 당장 지원하기 힘들다면서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 개발과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증제 기준은 경기도를 시작으로 5개 권역별로 나눠 설명회를 가진 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장 권한만 늘려달라?
현재 253명이 배출된 국가자격증인 치유농업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은 전국 15곳이다. 치유농업법은 양성기관 지정권한을 농촌진흥청장과 시·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진청장에게 그 권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육생 선정과 교육비가 양성기관별로 차이를 보이는 건, 지정권한이 시·도지사에게도 부여돼 있기 때문이란 논리다.

또 치유농업사와 유사한 산림치유사의 경우 양성기관 지정권한을 산림청장에게만 일임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번 치유농업법 개정안에도 이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원들의 반대로 빠졌다.

지난 2월22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윤준병 의원은 “치유농업사 양성기관 지정을 농촌진흥청장에게 일원화하는 건 지방자치에 역행하고,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치유농업사를 늘리고 시설을 확대하자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 역시 “양성기관 지정권한을 시장과 도지사에서 회수하는 것보다 보완해서 운영하는 게 맞다. 아직은 과도기라 우선 제도가 정착되도록 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농진청 요구에 반대했다.

박민근 치유농업협회장은 “지금은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을 줄이는 것보다 오히려 문호를 더 넓혀 많은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을 진입시켜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면서 “치유농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팽창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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