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치유농업, 반짝 특수로 그치지 말아야... (치유농업 현장을 가다 : 드림뜰힐링팜, 오색꽃차 충의치유농원

치매예방 효과 입증한 치유농업, 대상자 확대해야
정부사업, 프로그램 전문성에 치중…“시설 안전은?”

사회적 약자 등 특수목적대상자는 물론 예방형 치유농업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전한 송미나 드림뜰힐링팜 대표
사회적 약자 등 특수목적대상자는 물론 예방형 치유농업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전한 송미나 드림뜰힐링팜 대표

“농업은 ‘한 보따리’ 수확해 가져가는 농촌체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시민의 심적인 허전함, 우울감, 고통을 완화하는 치유농업으로 수요가 다양해졌어요.”

송미나 드림뜰힐링팜 대표(전북 완주군 소양면)는 연간 1만명의 사람들을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고 있다. 10년 전 부모님의 고향 전북 정읍에서 완주로 이주해온 송 대표는 대학에서 재활학을 전공하고, 9917㎡(3000평) 부지에 원예, 동물, 식량작물 등으로 구획을 나눠 체계적인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창기에 복지원예사로 출강해 치유농업을 알렸다는 송 대표. 이제는 강사 5명이 포진해있고 친언니와 형부, 남편이 든든한 조력자다.

“수풀이 우거진 임야를 매입해 공사하다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어요. 아직 치유농장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주민들도 많아요.”

송 대표는 주민들과 먹거리를 나누며 소통했고,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치유농업에 대해 설명한다고 했다.

“치유농업의 문턱을 낮춰라”
송 대표는 보건소, 사회복지관, 학교 등 안팎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농장을 지속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하는 치유농업인들을 만나게 됐다.

“새로 육성된 치유농업인 중에서도 노인, 청소년, 장애인 등 분야에 따라 자신에게 잘 맞는 대상자가 있어요. 역량에 맞춰 치유농업인을 양성해야 치유농업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농촌진흥청이 경도인지장애(치매 이전 단계) 노인의 치매 예방과 우울감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지표를 발표하면서 송 대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효과지표가 나왔고, 이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치유농업 양성기관도 많아지면서 이들의 활동무대도 넓어져야 하고, 치유산업이 특수목적대상자만을 바라봐서는 어렵습니다.”

송미나 대표는 치유농업의 문턱을 낮춰야겠다고 결심했다. 드림뜰힐링팜 내 가옥을 허물고 ‘카페해월’로 리모델링했다. 누구나 카페에서 차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놨고, 텃밭과 온실, 동물농장을 개방했다. 아이들이 뛰어놀 곳을 찾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주말이면 100~150명 방문하고 있다. 외부인들은 치유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여 체험예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대상자에 따라 변별력 필요
“예방형 치유농업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공간으로 가족과 올 수 있는 치유농장을 꿈꿉니다.”

발병한 뒤에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마음의 건강을 보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송 대표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유프로그램 효과를 데이터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심전도검사도 대상자에 따라 변별력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한 뒤에 심전도를 측정했을 때 수치에 큰 변화가 없어도, 활동 후기에는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람에 따라서는 건강한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정확도가 불분명한 거죠.”

송 대표는 앞으로도 지표가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사전·사후검사를 진행하겠지만, 측정을 원치 않고 편안하게 치유농장을 즐기고 싶어 하는 대상자에게는 개인 자유에 맡기겠다고 전했다.

안기화 오색꽃차 충의치유농원 대표는 2021년 국가자격 치유농업사를 취득해 치유농업의 효능을 전파하고 있다.
안기화 오색꽃차 충의치유농원 대표는 2021년 국가자격 치유농업사를 취득해 치유농업의 효능을 전파하고 있다.

치유농업사도 운영 애로 많아
충남 예산 덕산면 안기화 오색꽃차 충의치유농원 대표는 2021년 국가자격 치유농업사가 시행되고 발 빠르게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 미래유망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던 치유농업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예산지역 1호 치유농업사로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전문성을 믿고 찾는 기관이 많아졌다.

“치유프로그램은 8~10회 진행이 대부분인데, 전문성을 인정받아 올해는 14회로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지역 안팎으로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올해만 예산군치매안심센터, 당진참사랑요양원, 서비스업종사자 등에 요청을 받았다. 그는 대상에 맞춰 중재요소, 치유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일에 이미 베테랑이다.

“농업인은 사업가처럼 자본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땅에서 농작물을 생산해 소득을 높이기 때문에 치유농업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역량 요구하는데 시설지원은...
“정부정책이 치유프로그램 개발에만 치중돼 있어 아쉬워요. 시설적인 부분도 균형 있게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안전한 농장 내부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까다로운 토지법과 자본부족으로 인해 기약 없이 훗날만 바라볼 뿐이다.

“토지법 때문에 번듯한 건물도 짓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문턱을 없애긴 했는데, 지면이 평평하지 않아 휠체어 진입까진 어려워요.”

치유농업 관련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면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안 대표. 하지만 다른 지원사업에 비해 예산이 적은 것 같고, 17개 도·특광역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다보니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그만 텃밭에서 식용 꽃을 재배해 생산량이 적은데, 가공시설을 만들어야 교육장을 마련할 수 있으니 고민입니다. 가공시설을 만들게 되면 싱크대 높낮이를 조절한 장애인교육장과 장애인화장실을 계획하고 있어요.”

안 대표는 “가까이서 할 수 있는 보수부터 계획하고 있지만, 기틀은 다지는 과정에 자본이 많이 필요해 꿈만 꾸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농산물 가공과 치유농업을 병행해야 하는지 고심했다. 그러면서 자연을 벗 삼아 농촌에 왔는데, 콘크리트로 시설이 갖춰져 있는 환경이 사람들의 반감을 부르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