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여성농업인 건강행복권 높이려면...

남성농업인보다 여성농업인 유병률 1.5배 높아
시설하우스서 무릎골관절염·심혈관계질환 노출

농촌여성신문은 지난 2005년 농촌진흥청,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여성농업인의 실태와 의식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16년이 흐른 2021년에는 그동안 농촌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짚어보는 2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농촌의 삶과 일, 자아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지, 그리고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지가 가감없이 드러나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농촌여성신문 공동주최로 열린 ‘농업의 핵심인력, 여성 농업인의 건강행복권을 높이자’라는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성과와 과제’ ‘여성농업인의 삶의 변화’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강현옥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사진 맨 앞줄 왼 쪽)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사진 맨 앞줄 오른쪽), 관· 학·연 전문가들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에서 개회식을 함께하고 있다.

■ 주제발표 (1) :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성과와 과제
                        -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장

이윤근 소장
이윤근 소장

가사노동·육아·밭농사가 복합요인
비농업인들은 왜 여성농업인만이 특수건강검진의 수혜자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점을 제기한다.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장은 주제발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성과와 과제’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여성농업인 특화국가건강검진 도입과 건강관리서비스 확대방안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40세 이상 인구에서 농업인은 일반인에 비해 질병 유병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이상 남성농업인보다 여성농업인의 질병 유병률이 높은 가운데, 무릎 등 관절증에 1.84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근 소장은 “통계청의 시·도별 영농형태에 따르면 시설재배농가가 12만 6851곳에 달한다”며 “시설농업일수록 여성농업인 노동력 투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사계절 농사가 가능함에 따라 노동시간이 노지에 비해 많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고립된 시설하우스에는 유해가스, 농약, 유기분진 등 유해요인이 다양해 여성농업인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노동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기계화가 낮은 밭농사는 쪼그리거나 무릎을 굽히는 불편한 작업자세의 비중이 높아 관절에 부담이 크다.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농작업은 특정 신체 부위의 발병률을 높인다.

이 가운데 여성농업인은 고정적 성역할로 인해 가사노동, 육아를 전담하며 농사일을 병행하는 복합적인 노동이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농업에 특화된 특수건강검진사업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은 척박한 영농현장을 이어가는 여성농업인에게 단비 같은 사업이 되고 있다. 2019년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을 계기로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에 여성농어업인 특수 건강검진이 도입되면서 2022년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시범사업으로 실시됐다.

이를 통해 국비 90%, 지자체 혹은 자부담 10%로 검진 대상지 9개 시·군 만 51~70세 여성농업인 9천명이 지역거점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특히 검진항목 5가지(농약중독감시, 근골격계질환 선별검사, 골절 위험도 평가, 심혈관계질환 위험도 평가, 폐활량 검사)와 교육과 사후관리 4가지(심혈관질환 예방 상담, 근골격계질환 운동 교육, 낙상예방교육, 농약보호구 착용 실습)의 면면은 농업이 특수한 영역임을 방증한다.

이윤근 소장은 “단순한 검진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후관리를 위한 교육이 특화됐고, 특화된 검진영역에 대한 이해로 전조증상을 예방할 수 있어 검진 이후에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심혈관계질환으로 의심되는 전조증상을 교육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정부가 주도(국비 90%)하는 농업인의 보편적 건강복지정책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22년 추진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결과에서 전국 9개도 11개 시·군 여성농업인 7458명이 검진에 참여했다. 당초 배정된 9천명 대상자 중 82.9%가 참여했고, 연령대는 60대 72%, 50대 28%로 나타났다.

검진에서 여성농업인은 무릎골관절염(51.2%), 퇴행성요추질환(49.6%), 손골관절염(27.9%)이 경계질환이었다. 특히 골절위험, 심혈관계질환이 최고위험으로 각각 23.6%, 26.1%로 나타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윤근 소장은 “심혈관계질환이 26%로 나타나 우려된다”며 “농작업 과정에서 들이마시는 미세먼지가 심혈관계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수건강검진사업 정착하려면…
검진을 받은 여성농업인이 밝힌 시범사업 만족도에서 다양한 보완사항이 나왔다.

예방 목적의 건강검진을 고려해 현행 만 51~70세 나이를 40대 후반으로 연령을 낮추는 방안과 여성농업인에 맞춘 건강검진인만큼 농번기를 피해 상반기(2~4월 집중)에 검진이 집중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질환 의심자의 경우 추가 검진을 위한 2차 검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소장은 “공무원과 소방관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은 2차 검진을 시행하고 있어 비교 된다”며 “정부에서 추가적인 2차 검진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한 결과 5대질환에 여성농업인의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소장은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을 조기에 진단하고, 2차 검진을 병행하는 것은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에 대한 2차 검진을 위한 정책적 검토와 촘촘한 사후관리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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