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여성농업인 건강행복권 높이려면...

지난 16일 국회에서 정희용 의원,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농촌여성신문사 주최로 열린 ‘농업의 핵심인력, 여성농업인의 건강행복권을 높이자’라는 토론회에서 여성농업인들이 행복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은 노상철 단국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 좌 장
- 정광용 농촌여성신문사 사장

▶ 토론자
- 노상철 단국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 이진희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우미옥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

 

정광용 농촌여성신문사 사장

“여성복지정책에 예산 없으면 무의미”

정광용 사장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여성 농업인의 행복한 삶터·일터·쉼터를 비전으로 4대 전략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그중 건강권 보장과 권익 신장을 위해 여성농업인의 건강, 복지, 문화, 안전을 주요 추진과제로 삼았다.

여성농업인들의 행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 중에서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이 자리에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이 본사업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정책 제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또한 삶의 질 분석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예측이 되기도, 과거를 정리하는 기회도 되기 때문에 토양을 조사하는 것처럼 3년이나 5년마다 주기적인 표본조사 체계가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여성농업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특수건강검진 제도를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아닌 본사업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애정과 관심을 부탁한다.

 

노상철 단국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수박겉핥기식 특수건강검진제도 개선돼야”

노상철 교수
노상철 교수

국내 전체 농업인 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농업이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관련된 질병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관심과 관련 연구들은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인 스스로가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직업병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이다.

2018년 12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법 제정의 이유처럼 여성농업인의 건강은 남성보다 불리한 측면에 서 있다.

40세 이상 여성농업인은 남성농업인이나 동일 연령대 일반여성에 비해 호흡기나 심혈관계질환, 손상이나 중독, 근골격계질환 등에 쉽게 노출돼 있다.

근골격계질환은 통증이나 불편감을 초래하는 퇴행성질환일 뿐 생명과는 직결되지 않지만 호흡기나 심혈관계, 중독은 암과 연결되는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한 진단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1인당 검진비는 20만원으로 그중 근골격계질환이 전체 검사비의 약 55%를 차지한다. 순환기계 검사는 6가지의 혈액검사로 이뤄졌고, 농약중독 검사를 문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사후 관리 자료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특수건강검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8점, 재검 의사는 3.5점에 그쳤다. 타 건강검진과 크게 차별성이 없고, 눈에 보이는 질환에 치중한 ‘수박 겉핧기’식의 검진 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범검진 특성에서는 1차 검진으로 종결되는 구조로, 1차 검진에서 유소견자나 이상 결과자인 경우 2차 정밀검진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선택적으로 2차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여성농업인의 현실과 수준에 맞는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본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4대 보험 적용 여성농업인은 경영주 등록 어려워”

박민선 이사
박민선 이사

여성지원정책 중에 가장 큰 문제는 타 분야의 직업인들이 누리는 기초보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먼저 여성농업인에 대한 4대 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연금이나 건강보험 가입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여성의 노령화에 대비해 독자적인 연금 가입을 독려해야 한다.

지난 202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의 고용보험 가입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임신, 출산 지원과 관련해 필요성이 큰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4대 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여성농업인은 경영주 등록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정비가 시급하다.

여성농업인 건강문제의 핵심은 과중한 노동을 줄이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 인력을 계절 또는 상시 파견하고 농작업을 대행하는 법인 설치가 필요하다. 소농기계나 편이장비가 개발됐지만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농작업 자동화나 스마트화 도입도 절실하다.

여성 승계농이나 승계농의 배우자는 경영에 체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족법인을 도입하고, 농업인 지원정책이 가구단위에서 개인단위로 바뀌어야 한다.

전체 여성농업인의 10분의 1 수준의 검진 대상자 선정은 보편적 건강복지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진대상을 확대하고 검진항목을 추가하기 위한 예산 확보도 중요하다. 또 여성농업인 참여를 높이기 위해 특수건강검진자에게 도우미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한편, 농촌진흥청과 농촌여성신문사에서 2005년과 2021년에 실시한 ‘여성농업인 삶의 변화’ 공동조사는 여성농업인의 시대적 변화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 수입, 노동시간의 단축 등은 여성농업인의 삶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로서 시계열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5년마다 패널조사(반복적으로 면접하는 여론 조사방법)로 표본추출을 해야 한다.

 

이진희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특수건강검진 대상과 행복바우처 지원 확대해야”

이진희 정책부회장
이진희 정책부회장

현재 농촌은 도시 집중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농가 대부분이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로 변했고 여성농업인의 영농활동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농촌에선 노동력 부족으로 여성농업인이 농업과 가사를 병행하며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다양한 사회활동이 늘면서 역할 변화에 따른 정책 방향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여성농업인의 일과 가사노동의 양립이 중요한데 가장 먼저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이 개선돼야 한다. 농번기에 여성농업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밥차 운영 예산을 확대하고, 고령의 홀로 어르신을 위해 연중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노동 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임금은 고공행진으로 치솟고 생산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농가에 부담을 덜어주는 인력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포항시는 2022년도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850명이 혜택을 받았다. 건강검진 후 만족도를 살펴보니 ‘매우 좋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수건강검진은 근골격계질환을 기준으로 항목에 맞는 검진과 문진, 예방 교육과 실천 운동을 병행하며 사후 관리에 대한 소견도 얻을 수 있다.

2년마다 건강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기본건강검진과 특수건강검진을 병행해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이었다.

다만 검진 병원이 1곳만 지정돼 있어 사전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벼 검진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시범사업이 2년이나 4년마다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발전하고 전 여성농업인의 검진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 편성해야 한다.

또 행복바우처 카드는 시·도별로 금액이 차이가 있다. 경북도만 해도 15만원이다. 정부 예산을 늘려 농촌여성들의 문화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농가도우미제도가 많은 농촌 여성들에게 활용될 수 있도록 홍보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우미옥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

“의료기관 늘리고 검진버스 도입해 참여율 높인다”

우미옥 사무관
우미옥 사무관

특수건강검진은 2018년 12월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시행령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며 만 51~70세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2년째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9천명의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18개 시·군을 선정해 20억원을 들여 이달부터 검진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위해 연구용역 2년을 포함해 총 5년의 사전 준비기간이 있었다.

검진항목이 일반 건강검진과 중복되지 않게 여성농업인이 농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 사전 조사를 펼쳤다.

UN산하 국제노동기구에서 농업을 3대 위험사업으로 분류하고 광업, 건설업, 농림어업 중에서 특수검진대상에서 제외된 농업을 직업적인 질환으로 인정받은 최초 검진이다.

지난해 첫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현장이나 병원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대상지역을 11개 시·군에서 올해 18개 시·군으로, 15개 검진기관을 17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병원의 접근성이 떨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군당 2곳 이상 의료기관을 선정했다.

또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특수검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도 의무화했다. 이후 의료진들의 교육과 검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했다.

거동이 불편하고 내원이 어려웠던 대상자를 위해서 올해 첫 도입된 이동검진형 버스는 전북 진안군이 선정돼 6월부터 시행된다.

단순한 검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사업으로 안정화가 될 수 있도록 2차 정밀검진이나 사후관리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검진 결과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농업인 질환과 예방정보 제공 등 보건의료서비스에 적용하고, 농업인 취약 질환을 도출하는 등의 농업 안전보건 연구는 향후 농업인 건강관리 정책에 활용하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