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겪는 농촌현장은... 도농복합시,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임금 등 근로조건 우월한 다른 산업현장보다 열세
일부 지자체 공공기숙사 건립…거점별로 전국 확대 필요
조건 좋은 다른 현장으로 이탈
“아파트 짓는 현장으로 외국인들이 다 빠져나갔어요.”
경기 남양주 진건읍에서 시설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홍모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3년 전 왕숙주택지구 농지가 수용되며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였지만 지금은 아예 농사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근처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그의 시설하우스가 위치한 진건읍 일대는 2018년부터 수도권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 일환으로 40만호 주택공급지구에 포함됐다. 남양주 진건지역은 7천호 아파트 건설지구로 지정됐다. 거기다 왕숙1·왕숙2 지구는 각각 5만2천호, 1만4천호 아파트 착공이 6월부터 시작된다.
“인력사무소에서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사람을 많이 뽑으니까 인건비도 덩달아 올랐죠. 우리가 하루 일당으로 13만원 정도 줬는데 2만원 더 준다고 해도 오려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래도 숙소도 좋고 밥도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게 우리가 직접 지어주는 것보다 낫잖아요. 같은 나라 동포끼리 자리가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을 주니까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옮겨가요. 강제로 붙들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시설하우스 바로 옆에 TV와 냉장고 등 각종 집기를 나름 괜찮은 것들로 숙소를 채웠지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제공하는 숙소와는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는 없다. 지난 연말부터 전기세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이 크게 오른 것도 큰 부담이다.
농장에 남아있는 3명의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떠나면 빈자리는 근처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주말마다 일손을 돕거나 가끔씩 친척들의 손을 빌릴 셈이다. 안정적으로 사람을 구해 쓸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숙사가 해법으로 부상
불법체류 외국인일수록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몇 년간 외국인 공급이 지체되면서 농가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을 고용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현장은 야근수당을 포함해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면 노동강도는 농업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 자연스레 건설현장이나 제조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다.
추가로 숙소에 들어갈 기자재와 공과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농가입장에서 공공기숙사 건립은 단비가 되기에 충분하다. 단, 정부와 지자체가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경기도는 땅값이 높아 숙소를 지을 대지를 구하기 쉽지 않고, 폐교나 빈집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숙사를 짓기 위한 농지전용 허가도 되지 않는다.
농가들이 숙소를 지으려면 대지 위에 주거용도로 허가받아야 한다. 영세한 농가나 임차농가들에게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다. 그래서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 공공기숙사 시범사업 도입방안을 포함한 조례를 의결했고, 본예산으로 27억원도 확보했다.
고준호 경기도의원은 “주거시설 마련을 위한 정부부처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촉구하는 건의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남 해남군의 제안으로 외국인 근로자 공공기숙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시범 공모사업으로 거점형(2곳)과 마을형(6곳) 등 8개 시군에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사업이 시작됐다. 농작업이 단기간 집중되는 주산지에 거점형태로 공공기숙사를 확대하면 안정적인 외국인 근로자 확보가 가능해져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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