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정책 다양해도 농가마다 일손부족 여전
공공영역 외국인력 중개시스템 확대 구축 절실
지자체 관련 예산 천차만별…농가 불만 팽배

■다가오는 영농철, 농촌인력 실태는... : 농촌 인력수급 반응 ‘온도차’

전남지역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전남지역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기에 접어드는 3월을 맞아 농촌지역 지자체마다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가 직접 내국인 근로자 인력은행을 운영하는 등 농번기면 전쟁을 치른다.

지자체의 농촌인력 공급 사업대상자로 대부분 농협이 선정되면서 농협 역시 농번기면 마찬가지 상황에 처한다. 각 지자체와 농협은 정부 방침에 따라 공공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농촌인력 지원에 나선다. 저마다 농촌일손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농가에서는 일손부족을 토로한다. 내국인 근로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데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가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 선호하면서 지자체와 농협은 “합법적인 공공영역에서 농가 수요에 부합한 외국인력 중개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국인력 공급 농촌인력중개센터 한계
대부분 농협에서 맡아 운영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 역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농협 주변의 목소리다. 도시에 비해 농촌의 근로환경이 열악한 데다 거리도 멀고, 구직자들이 몰려 있는 도시에도 일할 곳이 산재한 탓이다.

경기 평택 팽성농협 양상민 농촌인력중개센터 센터장은 무엇보다 임금 협상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업무 강도에 따라 농가와 구직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원만하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농촌인력중개센터의 몫이다.

팽성농협은 지난해 중개실적이 전국 상위를 차지할 만큼 일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지난해 기준 팽성농협이 보유한 인력풀은 260~280명이다. 평균 50~60명이 고정으로 움직인 결과, 지난해 연 중개인원은 6천100여명에 달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도시 구직자와 일손이 부족한 농가 간 인력을 중개하는 지원정책으로, 국비와 지방비(50:50)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지난해 농협이 운영한 중개센터 실적만 연 120만명에 이른다. 올해는 170곳의 농촌인력중개센터 중 130곳을 지역 농협 또는 농협중앙회 지부가 맡아서 운영한다.

하지만 농촌인력중개센터 전담인력 확보 운영의 어려움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관련 예산이 부족해 현장에서 전담인력 모집이 쉽지 않고, 사무업무도 많아 농협 일반직원이 대부분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는 경북 한 농협 관계자는 “연봉 2400만원을 받고 현장중개와 사무업무에 적합한 실무인력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또한 농촌인력중개센터가 내국인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터라 모든 농가의 수요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평택 팽성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가 지난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홍보하고자 내건 현수막의 모습. '일손이 필요하세요? 일자리가 필요하세요? 팽성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신청하세요!'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경기 평택 팽성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가 지난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홍보하고자 내건 현수막의 모습. '일손이 필요하세요? 일자리가 필요하세요? 팽성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신청하세요!'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지자체 적극적인 관심·예산 지원 따라야”
이에 정부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지난해 시범운영, 내국인력 중개만을 담당하던 몇몇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외국인력도 중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지자체가 선정한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1개월 미만의 단기 영농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공공 계절근로자제와 관련 “단기 고용을 원하는 중소농의 계절근로자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예산 확대와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개선과제로 지적된다”는 게 지자체와 농협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국내외 영농인력을 제때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공 계절근로자제를 운영하는 충남 부여군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농협 등과 역할을 분담해 농가의 영농인력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한 뒤 관련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해외 도시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해외 인력업체와 조기계약을 추진해야만 성공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농인력이 부족한 시·군들은 각개전투식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여러 도시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인력 투입이 필요한 관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정부·지자체·농협·민간 인력센터 머리 맞대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가들의 불만도 지자체마다 상이하다. 인근 지자체에선 공공 계절근로자제가 활성화된 가운데, 충남 천안지역 농가들 사이에선 지자체가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관심도 없어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시 관계자는 “천안은 상대적으로 농업 비중이 낮은 지역”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라오스 계절근로자들이 들어올 예정인데, 신청농가가 11곳으로 적어 사업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합법적인 공공영역에서 농가 수요에 부합한 외국인력 중개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과연 농촌에서 부족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사기관마다 다른 수치를 제시한다”면서 “농촌인력 지원 정부 사업도 부처마다 따로 진행되는 등 공모 신청을 준비하는 지자체들은 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사업을 진행 중인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농촌인력체계 지원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농협, 민간 인력중개센터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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