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 전기요금 급등에 농가 경영난 가중
정부가 융복합산업농가 육성하는데 전기세는 비현실적
“농업 행위에 산업용 적용 부당…보조금도 일부 지원해야”
“에너지 절약이요? 글쎄요... 농가에서만 아낀다고 줄어들까요?”
포도 재배농가는 아직 농한기지만 와인이 제조되고 있는 충북 영동의 월류원(대표 박천명)은 분주함과 긴장감마저 감돈다. 와인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설비를 가동하는 시간은 늘어나니 치솟는 전기세 부담을 떨칠 수가 없다.
이를 예견한 듯 지난해 월류원을 설립했을 당시 저온숙성실을 지하에 마련해 냉난방기 없이 환풍기 가동만으로 10~18℃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와인의 풍미를 더하고 에너지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영동포도는 1967년부터 50여 년간 이어져 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이 교체되고 있지만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포도 주산지로서 연간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최적의 기후 조건에서 자라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2005년에 영동군은 포도와인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와인산업에 대한 지원이 시작됐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영동와인아카데미 교육 ▲농가형 와인 제조설비 지원 사업 ▲주류제조면허 취득 컨설팅 지원 ▲농가형 와인 포장재 지원, 영동와인 홍보마케팅 지원(대한민국와인축제, 대외 주류박람회 등 부스비 지원) 등 가공농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월류원은 농촌융복합사업장으로 선정돼 총 사업비 9억원 중 자부담 30%의 사업비로 시작해 현재 눈에 띈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와인 가공량의 40%의 포도 원물을 수매하고 있다.
다른 포도주산지도 마찬가지지만 영동지역 포도농가도 즙이나 와인가공 농가가 많은데, 가공농가에서는 경영비 가중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포도재배부터 와인가공까지...조건부 전기세?
저온창고의 경우, 원물 보관 시 사용할 수 있는 농사용 전기가 가장 저렴하다. 산업용 전기의 절반에 해당되는 요금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그 기준은 까다롭다.
지하 저온숙성실을 제외한 2층 규모의 월류원은 1층에 저온창고가 자리잡고 있다. 그곳은 포도 원물이 아닌 포도를 가공한 와인을 보관했기에 관련 규정상 산업용 전기만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포도농사를 짓고 있고 가공해서 판매하는 터라 농사용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포도와인을 보관한다고 무조건 산업용 전기를 써야 한다는 건... 좀...?”
박 대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고, 체험까지 운영하며 농가소득을 창출해 지역과 상생하며 3대째 이어온 포도재배 농부다. 정부에서는 농촌융복합산업을 권장하며 여러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전기 사용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6차산업 농가들 생산·가공·체험 등 모든 농업활동에 농사용 전기를…”
세분화된 전기세 항목 간소화 필요
한국전력공사는 농사용 전기세를 논농사 중심의 농사용(갑)과 밭농사 중심의 농사용(을)로 규정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택용보다 싼 전기요금으로 농사용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가 부담을 고려해 올해 인상분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전기세가 오르기 전 지난해 말과 올해 1월을 비교해 보면 15% 정도 상승했다”며 “인건비 등 현재 경영비 타격이 큰데 그렇다고 와인값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전기세는 내년, 후년까지 점점 오른다니 너무 걱정스럽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농사용, 산업용, 심야, 주택용 등 복잡한 요금체계를 간소화하고 보조금 지원방안을 마련해준다면 농가에서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 수요를 분산하고, 전기 사용이 적은 심야(밤 10시~아침 8시) 시간대 수요를 증대시켜 전력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심야전기 제도가 있다.
이는 별도의 심야전력기기와 요금제를 통해 심야시간대에 전기를 공급받아 열, 온수 또는 얼음을 생산하거나 전기를 ESS(냉난방설비)에 저장했다가 급탕, 난방 또는 냉방에 이용한다.
일반 전기세보다 저렴하기에 비싼 초기 설치비용을 들여 심야전력기기로 교체하는 개인농가가 늘고 있지만 전기세 인상으로 지난해 말 30만원이었던 요금이 올해 1월 70만원까지 2배 이상 증가해 앞으로 개인농가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우려했다.
관련기사
-
요동치는 에너지가격, 시름 깊어지는 스마트팜 농가
정부의 스마트화 30% 목표에 전기세 폭등은 돌발변수농가 “사람은 추위에 떨어도 작물 온도유지에 안간힘”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온실과 축사의 30%를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와 난방유에 의존하는 스마트팜 농가들은 농사용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이 경영비 압박으로 이어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IoT(사물인터넷기술),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 또는 자동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가들은 이번 에너지가격 급등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돌발변수라고 호
-
전기세 오르고 깻잎은 한파에 ‘오들오들’
<농가 현장목소리 - 충남 금산 깻잎농가> 생산비 걱정에 난방 부담...깻잎 품질에 영향“정부가 농산물 수입할까봐 깻잎값 못 올려요”충남 금산 추부깻잎연구회에서는 여름보다 겨울에 생산한 깻잎의 맛이 더 좋다고 말한다. 밤낮 기온차이로 인해 잎 뒷면이 보라색을 띠며 두께가 두꺼워지고, 향이 진해 훨씬 상품값어치 있는 깻잎이 된다고. 이로 인해 추부깻잎을 생산하는 농가는 값비싼 난방비를 감당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깻잎을 생산하고 있다.기름 대체해 전기 썼지만…금산 추부깻잎작목회 측에 따르면 추부면 434개 농가 대부분이 수막재배로
-
치솟은 생산비에 소비 부진 이중고…“좀 살려주세요”
<농가 현장목소리 - 경기 고양 화훼농가>코로나19로 삭막해진 일상에 화훼 설자리 잃어수시로 스마트팜 온도 낮추며 전기세 절약 나서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연료가 폭등하며 전력 시장가격이 급등했다. 농촌에도 난방비·전기세 폭탄이 날아들고 있다. 특히 적정온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훼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극심한 가운데 경기 고양의 원당화훼단지에서는 곡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다.전년보다 전기세 2배 급등지난 14일 원당화훼단지에서 ‘뿌리깊은나무’를 경영하는 김선란(한국생활개선고양시연합회 전 회장)씨로부터 전기
-
단가 낮은 농사용 전기…농민들 체감타격 더 커
■기획특집-전기요금 급등에 농가 경영난 가중치솟는 전기세에 농민들이 체험하는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기세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크게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업종에 대해 kWh당 12.3원, 올해도 일괄적으로 13.1원을 인상했다. 다만, 농사용 전기의 경우 올해 인상분을 3년에 걸쳐 분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전기세 인상은 오랜 기간 연료가격이 올랐음에도 전기세에 전달되지 않아 발생된 한국전력공사의 30조원이 넘는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행된 조치라는 점에서 더 오를 수밖에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