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전기세 급등에 농가 경영난 가중(스마트팜 현장은...)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스마트팜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스마트팜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화 30% 목표에 전기세 폭등은 돌발변수
농가 “사람은 추위에 떨어도 작물 온도유지에 안간힘”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온실과 축사의 30%를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와 난방유에 의존하는 스마트팜 농가들은 농사용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이 경영비 압박으로 이어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IoT(사물인터넷기술),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 또는 자동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가들은 이번 에너지가격 급등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돌발변수라고 호소한다.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전기세 인상으로 농사용 전기는 47.1~96.9%나 가파르게 오르며 농가들은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면세유를 쓰면 부담이 줄겠지만 수요의 100%를 다 공급받지 못하다보니 스마트팜 농가는 전기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최대한 전기사용을 줄이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작목 전환 등 자력갱생하는 농가
충남 태안에서 친환경농법인 아쿠아포닉스로 시설채소와 특수채소를 재배하는 홍민정 대표는 전기세 부담이 1년 전보다 많게는 3배나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10여년 전 국내에서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미국에서 직접 체득해 도입한 홍 대표는 어느덧 전국 곳곳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문의가 끊이지 않는 선도농가로 성장했지만 최근 전기세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특수채소는 워낙 온도변화에 민감해요. 온·습도, 풍향과 일사량을 감지하고 센서가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전기 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 연말엔 전기세가 전보다 3배나 올라 직원들이 쓰는 사무실에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사람은 추위에 떨어도 괜찮지만 온도 관리를 못하면 농산물 품질과 직결되니까 온실은 전기를 아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안간힘을 써 절약을 하니까 1월에는 2배 정도 요금만 나왔어요.”

자력갱생하며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시흥의 전해숙 대표는 스마트팜 500㎡에서 토마토와 오이, 엽채류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전기세가 부담돼 작목 비중에 변화를 줬다.

“겨울에 난방을 위해 전기를 많이 쓰게 되는데, 그나마 엽채류가 온도유지에 비용이 그나마 덜 드는 편이에요. 수익이 떨어지고 있어서 토마토와 오이 비중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어요.”

단발성 유가보조금·전기요금 3년 분할 인상은 ‘미봉책’
장기적으로 히트펌프 등 재생에너지 위주로 대전환해야

정부 해법은 단기대책에 머물러
전례 없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대책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가연동보조금 카드를 내놨다. 리터당 최대 130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예산액은 151억원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역부족이다.

국비지원이 충분치 않으면서 시설원예농가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경상남도는 올해 1~3월분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액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20여만 농가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93억원이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농가가 부담해야 될 금액은 약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가가 부담해야 할 인상분의 약 10% 정도를 정부가 유가보조금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분 3년 분할도 농식품부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인상분은 3년에 걸쳐 1kWh당 3.8원씩 올려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사용 전기는 다른 계약종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돼 지금 인상폭이 체감상 클 수 있다”면서 “매분기마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관해 기재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농가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히트펌프는 온실가스 감축 목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온실가스 감축 목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줄이고 전기부담 낮추고
단기대책 위주의 정부지원 대신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시설 사업과 저탄소에너지공동이용시설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사업 모두 온실가스 감축이 주목적이지만 전기요금 부담이 큰 시점에서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

신재생에너지시설 사업은 지열과 공기열 냉난방, 흔히 히트펌프라 불리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올해 예산은 149억7100만원이다. 국비는 절반 내외며 지방비와 융자, 자부담(20% 내외)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에 선정돼 24대의 지열 히트펌프를 설치한 전북 김제의 하랑 영농조합법인은 냉난방에 필요한 비용을 60% 이상 절감한 경우다. 지금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안하면 절감효과는 이전보다 2배 이상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 자부담이 20%로 설치에 수억원이 필요해 개별농가가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저탄소에너지 공동이용시설 보급은 지열이나 폐열을 활용해 냉난방시스템을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국비 70%, 지방비 30%로 자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올해 예산은 16억8천만원이다.

집단화된 원예단지에 재생에너지 공동이용을 설치하는 이 사업은 단지규모가 4ha면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는 5ha 이상이었는데 임대형 스마트팜 사업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준을 낮춘 것.

생산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이 사업으로 연간 5천만원 비용을 절감했다는 한 시설원예농가는 작물의 생육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효과가 입증됐지만 예산규모는 아쉽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고려하면 예산의 대폭 확충이 그래서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대석 연구위원은 고정자본이 많이 들긴 하지만 히트펌프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유가 급등처럼 외부환경에 취약한 화석에너지 중심의 생산체계를 개선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규모화·집적화된 원예단지나 스마트팜 밸리 등에 공동투자 공동이용으로 히트펌프를 설치하면 개별농가가 부담해야 될 몫이 그만큼 줄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농촌지역에 주택용으로 마을단위로 히트펌프를 설치해도 난방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열 히트펌프 구성도
지열 히트펌프 구성도

■ 히트펌프는 무엇?
히트펌프(Heat Pump)는 스마트팜 난방용 비용을 최대 65% 줄이는 고효율 농기계로 태양열의 47%가 지표면을 통해 저장되는 점에 착안한 지열 히트펌프와 공기에서 열을 회수해 냉난방하는 공기열 히트펌프, 폐열 히트펌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지열 히트펌프는 여름과 겨울에 운영방법이 다르다. 겨울에는 뜨거운 물을 뽑고 차가운 물을 투입하게 되는 것인데, 각기 수온이 다른 물을 순환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난방에 쓴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겨울철에 공기를 열원으로 이용해 실외기가 외부 공기로부터 열을 흡수하고 실내기가 열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에너지원을 쉽게 얻을 수 있고 단일기기로 제어가 편리하다. 설치비와 운전비가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폐열 히트펌프는 발전소 냉각수로 쓰는 바닷물·강물에 흡수된 열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발전소 주변에서만 가능해 입지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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