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전기요금 급등에 농가 경영난 가중
<농가 현장목소리 - 충남 금산 깻잎농가>
생산비 걱정에 난방 부담...깻잎 품질에 영향
“정부가 농산물 수입할까봐 깻잎값 못 올려요”
충남 금산 추부깻잎연구회에서는 여름보다 겨울에 생산한 깻잎의 맛이 더 좋다고 말한다. 밤낮 기온차이로 인해 잎 뒷면이 보라색을 띠며 두께가 두꺼워지고, 향이 진해 훨씬 상품값어치 있는 깻잎이 된다고. 이로 인해 추부깻잎을 생산하는 농가는 값비싼 난방비를 감당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깻잎을 생산하고 있다.
기름 대체해 전기 썼지만…
금산 추부깻잎작목회 측에 따르면 추부면 434개 농가 대부분이 수막재배로 깻잎을 생산하고 있다. 2022년 금산 깻잎 소득은 63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깻잎농사를 짓는 농촌 현장은 올해 급등한 전기세·난방비 인상으로 깻잎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도로 토해내고 있다고.
부추깻잎작목회원으로 활동하는 서강월씨는 시설하우스 4개동(2640㎡)에서 깻잎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겨울 한파로 냉해를 입었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깻잎은 깻대의 키가 작았고, 잎이 오그라들어 송두리째 뽑아내야 했다.
“한파로 기온이 영하 10℃로 뚝 떨어져 감당이 안 됐어요. 지하수 온도를 높이고 열풍기도 틀어 추위를 막았죠. 연말에 17만원 나오던 전기세가 이번엔 40만원 나와 놀랐어요.”
귀농 6년차인 서씨는 가파르게 오른 기름값을 걱정하며, 등유를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발생기 대신에 전기를 사용하는 열풍기를 들여놨다고 한다. 열심히 준비한 하우스 난방설비가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되레 부담으로 돌아와 속이 더 쓰렸다고.
“한번 모종을 심으면 1년 농사를 내다보기 때문에 난방비가 비싸져도 계속 깻잎을 생산해야 해요. 냉해를 입은 깻잎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서씨는 영하권으로 떨어진다는 기상청 예보를 주시하며, 열풍기 온도를 영상 8℃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2월 전기요금 청구서가 1월보다는 적게 나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에 생산비 대책 촉구
일반적으로 추부지역 깻잎 생산농가에서는 495㎡(150평) 기준 8㎾h 전기를 사용하면 월평균 17만~18만원 가량의 전기세가 나왔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금산지역 날씨도 영하 10℃ 이상 떨어지는 날이 늘어나 열풍기로 하우스 내부를 가온하는 농가가 많아지는 추세다.
박희환 금산군들깻잎연구회장은 “깻잎이 인삼 다음으로 금산을 대표하는 농산물인데, 지자체에서는 인삼사업에만 신경을 쓴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깻잎농가들이 추부면에 모여 있어 수막재배에 쓰이는 지하수가 고갈되고, 이산화탄소 발생기, 열풍기, 부직포를 이용한 보온덮개 등을 통해 농가들이 난방비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전기세 인상으로 농가에서 부담하는 생산비는 유통·포장비를 뛰어넘게 됐다고 박 회장은 설명했다.
“채소값이 오르면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할 우려가 있어 농업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정부가 생산비 오르는 걸 안 잡고 농산물 가격만 잡으면 농업인들한테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죠. 농업인들이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추부면 깻잎농가는 평균 생산단가 2만3천원이면 한 박스(깻잎 1200장)를 생산한다. 2월 기준 소매가는 3만원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생산비와 물류비 등 유통 수수료를 제외하면 깻잎농가에 돌아가는 수익은 몇 푼 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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