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전기요금 급등에 농가 경영난 가중
<농가 현장목소리 - 경기 고양 화훼농가>
코로나19로 삭막해진 일상에 화훼 설자리 잃어
수시로 스마트팜 온도 낮추며 전기세 절약 나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연료가 폭등하며 전력 시장가격이 급등했다. 농촌에도 난방비·전기세 폭탄이 날아들고 있다. 특히 적정온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훼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극심한 가운데 경기 고양의 원당화훼단지에서는 곡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다.
전년보다 전기세 2배 급등
지난 14일 원당화훼단지에서 ‘뿌리깊은나무’를 경영하는 김선란(한국생활개선고양시연합회 전 회장)씨로부터 전기요금 청구서를 입수했다. 지난해 동절기(12~1월 합산) 761만3400원이었던 전기세가 이번 동절기(12~1월 합산)에는 1325만1880원 청구됐다. 2배 가까이 오른 경영비에 김씨는 “전기세 폭탄을 맞았다”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걱정했다.
조경학을 전공하고 화훼농사만 25년, 전체 화훼재배 면적은 1만6500㎡(5천평)에 달한다. 2006년 원당화훼단지에 입주한 김씨 부부는 스마트팜 구축에 1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캄파눌라, 마가렛 등 15~20가지 분화를 위주로 생산하는데, 절화보다 소비가 부진해요. 올해는 품목 수를 줄였지만 재배면적에 대비 전기세가 나오기 때문에 가짓수가 많고 적고의 문제는 아니에요.”
유통업자에게 수수료를 주는 화훼유통구조 특성상 전기세 급등은 농가 수익에 직격타다. 게다가 김씨 부부는 외국인근로자 5명에 대한 인건비도 지출해야 한다.
농자재값마저 크게 올라
화훼는 상토와 비료를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농자재값도 덩달아 뛰어 농업인이 온전히 경영비를 감당해야 했다고. 꽃 소비가 크게 줄어 다품목으로 재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품목이면 중간상인이 가져가는 품목이 많아져서 가짓수를 늘려 재배하려고 합니다. 그마저도 절반 이하로 판매가 확 줄었어요.”
이날은 발렌타인데이로 꽃 소비가 많은 대목이었지만 화훼단지에서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 줄도 몰랐어요. 발렌타인데이에 소비되는 꽃은 수입품종이 많은데, 농가에서는 환율이 올라서 수지타산이 안 맞아요.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를 수입 꽃을 무리해서 들여놓을 수도 없고요.”
화훼소비 진작에 대책 내놔야
김선란씨는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게 된 것이 화훼 소비부진의 결정적 원인 같다”고 주장했다.
화훼는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찾게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주변 농업인들이 왜 화훼농사를 하냐고 그래요. 화훼농사 지으면 빚만 는다는 거예요.”
김씨 부부는 화훼가 현재 가장 힘든 작물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화훼농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화훼 소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을 봐야 구매욕이 높은데,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이런저런 행사가 전혀 없었어요. 행사가 없으니까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을 가꾸는 데 필요한 화훼 구매 예산을 줄였고요.”
김선란씨는 오는 4월27일 개최되는 고양국제꽃박람회도 축소돼, 힘들여 화훼를 생산해도 판로 부족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산 넘어 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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