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특집 - 변화하는 명절 풍속도, 한복문화 현주소는...

한복패션주간은 한복의 일상화를 위한 국내외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출처: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패션주간은 한복의 일상화를 위한 국내외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출처: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패션주간·근무복 개발로 국내외서 저변 넓혀
한복 입을 기회 줄어든데다 대여문화 득세는 숙제

한민족 5000년의 역사 속에서 당시의 생활문화와 시대상황, 미의식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온 전통복식 한복은 기본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형태와 구조는 조금씩 변화해왔다. 소박한 구성이지만 다채롭고, 평면적이지만 입체적이며, 입는 사람의 미의식과 심오한 의미까지 담긴 한복. 한민족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격식을 갖춰 입는 민족의상이라는 가치는 불변하다.

하지만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불편한 착용감, 변화된 미의식에 부합되지 않는 디자인으로 외면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도의 한복의 일상화와 세계화 모색이다.

2018년부터 일상 속 한복 문화 확산을 위해 한복문화주간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는 10월17~23일 7일간 국내외 17개 국가, 27개 도시에서 열렸다. 케이팝 댄스 챌린지 비롯해 한복 전시와 대여, 한복상점, 전통문화 체험 등 한복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케이팝 댄스 챌린지는 한복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팝을 결합해 일상복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가고자 기획했다. 한복을 입고 다이나믹한 음악과 춤을 즐기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일상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부산, 충남 아산, 전남 곡성, 전북 남원·익산·전주, 경북 상주, 경남 밀양 등 18개 지자체에서도 한복과 지역문화를 접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목을 받았다. 한복 입는 문화의 일상화를 위해 2020년도부터 한복 근무복 개발사업도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유수의 디자인 대회인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한복 근무복은 디자인적 예술성과 기능적인 실용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코로나19가 3년 넘게 장기화되며 한복을 많이 입는 회갑연, 결혼식, 돌잔치 등의 행사가 급속도로 줄어든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구매하는 대신 대여하는 문화가 득세하며 이벤트성 의복으로 굳어지는 건 한복 활성화에 악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도 맞물리며 한복을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정부와 산업계가 풀기에 어려운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일생의례으로 디자인된 한복이 전시되고 있다.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일생의례으로 디자인된 한복이 전시되고 있다.

한복, 어디까지 입어봤니…한복 재해석하며 일상화 ‘성큼’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신소재의 일상의례 한복 선보여

전통은 과거의 것을 답습하기만 하면 결국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변화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고유한 한복의 매력을 지키면서 변화를 통한 후대 전승을 목적으로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29일까지 열리는 ‘전통한복, 일생의례’ 전시회는 지금 시점에서 전통복식을 재해석함으로써 대중화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다. 전시회에서는 한복 디자이너 5인이 제작한 일생의례복 10벌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문체부가 2022년 시작한 전통한복 개발사업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이자 현대의 장점을 결합한 전통한복과 원단 개발로 창작자들의 제작여건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 한복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흔히 한 사람의 일생에서 분기점이 되는 시기마다 치르는 의례를 뜻하는 관혼상제는 한복의 독특한 자태를 드러내는 이벤트다.
관혼상제 중 '관'은 남자 20세에 관례(冠禮), 여자 15세에 계례(笄禮)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른으로 인정받게 된다. 혼례(婚禮)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슬픔을 극복하는 상장례(喪葬禮), 조상의 삶을 추모하는 제례(祭禮) 등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가치관이 변하면서 예전의 의례들이 절차와 형식은 변했지만 기본구조나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인들이 평생 치르는 의례의 다양성을 담기 위해 ‘일생의례’에 어울리는 디자이너의 한복이 눈길을 끈다.

‘어른이 되다’의 관례·계례복은 기존 춘포의 단점인 낮은 견뢰도를 보완한 신춘포를 썼다는 게 특징이다. 거기다 부드러운 촉감도 더했다. ‘짝을 만나다’의 혼례복은 착장이 간편하면서도 일반 웨딩드레스처럼 화려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배색과 세련된 맵시, 전통문양, 천연소재 원단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장수를 축하한다’의 수연례복은 회갑이나 칠순이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분위기에 맞추면서 격식을 갖춘 한복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조상을 기억하다’의 제례복은 경건함을 갖춘다는 원칙으로 여성은 얇고 반투명한 견직물을 중첩해 문양을 은은하게 드러내며 단아한 멋을 강조했다.

■ 현장에서…이혜순 한복 디자이너

핏(fit) 살리고 활동성 부각

전통한복 전시에서 관례와 계례복을 선보인 이혜순 디자이너는 영화 ‘광해’의 의상 제작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늘날 성인식에 해당하는 전통의례 관례(남자)와 계례(여자)복을 선보였다.

-관례복과 계례복을 소개해달라.
남자는 20세 전후로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평상복·외출복·관복을 차례로 갈아입으며 성인의 이름인 자(字)를 받는 관례를 치렀다. 여자는 15세 전후로 머리를 올려 쪽을 지고 비녀를 꽂고 어른의 옷을 입는 계례를 치렀다. 관례에 비해 계례는 기록이 거의 없어 제작에 애를 먹었다. 계례복에 쓴 전통원단 항라는 가로의 씨실방향으로 규칙적 줄무늬가 특징이다.

청소년들이 인생의 첫 관문인 관례와 계례의 기회를 통해 전통의 예를 체험하고 한복에 경험치를 쌓는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기존 한복과의 차이는?
전통한복은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구조다. 요즘 세대는 아무래도 풍성한 것보다는 몸에 착 붙는 핏을 중시한다. 과거와 미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체형에 맞게 크기를 조절하고 저고리와 겉옷을 하나로 합쳐 활동적인 면을 부각했다.

관례복은 진쪽과 현색을 썼다. 현색(玄色)은 검은색으로 보통 알고 있는데 속뜻을 풀어보면 동트기 바로 직전 하늘색을 뜻한다. 그만큼 색감에 민감한 조상들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한복의 가치는?
중국의 치파오,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 등 전통복식을 갖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그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한복의 우수한 원단과 디자인이 사라져가 안타깝다. 전통복식은 우리 조상들이 그래왔듯이 자긍심을 갖고 후손에 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제작에 임했다. 이번에 선보인 한복도 복원이나 재현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면서 나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한복근무복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충족하며 도입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한복근무복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충족하며 도입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일상에서 일터로…한복근무복 시리즈

편안함 추구하면서 한복의 美 살려
항공·열차 등 운송분야 25벌 공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식진흥원은 해외 한식당의 차별화와 한국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복 유니폼을 2019년부터 개발해왔다. 조리복과 스태프복, 장신구를 선보였는데 태극과 오방색 등 한복 고유의 요소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장시간 활동에도 지장 없도록 좋은 신축성, 세탁이 쉬운 소재로 활동성과 편의성에도 주안점을 뒀다. 현지의 한식당 관계자는 편안하면서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현지인들의 호기심과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또한 문체부는 2020년부터 일상에서 한복 입는 문화를 확산하고 한복업계의 판로를 열기 위해 한복 근무복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2020년에는 떡살무늬와 단청, 민화 등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업 근무복, 2021년 안내와 영업·주방 업무를 하는 관광숙박업, 2022년 운송과 서비스직을 주제로 한 근무복까지 합치면 250여 가지의 한복 근무복이 만들어졌다.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한복 입고 일하다’ 전시에서는 항공과 열차 등 운송분야와 서비스직 맞춤의 한복근무복 25벌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복근무복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관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 신청하면 개발을 맡을 디자이너를 선정한다. 담당 디자이너는 한복 근무복 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이들로, 해당기관의 특성과 도입 직무에 맞도록 디자인과 소재는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도입문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산업팀(02-398-1633, hanbokcontest@kcdf.kr)으로 하면 된다.

한복근무복 도입기관은 2020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전통주갤러리와 금천문화재단은 2021~2022년 2년 연속으로 착용했다. 지난해 한복근무복을 도입한 기관을 살펴보면 문화예술기관으로 구미성리학역사관과 한국문화재단, 관광숙박기관 울산관광재단은 관광택시 운전사가 착용하도록 근무복을 도입했다.
지방자치단체 중 남원시청, 목포시청, 상주시청, 장성군청 등은 문화관광안내사나 시청직원, 시의원들이 착용했다. 추계예술대학교는 대학 홍보대사가 한복 근무복을 입고 홍보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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