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동시장 내 한복매장, 간신히 전기세 낼 정도
통로나 점포 한 편에 이불 쌓아놓고 팔며 생계유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일주일 여 앞둔 11일 오후, 수원에 위치한 영동시장 내에 한복매장들은 예전만 해도 설 대목 특수를 노려볼 만도 하지만 그날은 상담이라도 받으려는 손님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총 80여 개의 한복매장이 있지만 상인들만 자리를 지킬 뿐, 한복을 사려는 단 한 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인들마저 옆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거나 텔레비전 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복만으로도 호황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듯 통로나 매장 내 한 편에 이불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상인들의 모습에 절박함마저 엿보였다.
영동시장 내에 가장 큰 규모의 한복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대략 2010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코로나19 이후 돌잔치나 결혼식 행사가 줄줄이 취소, 간소화되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 이젠 명절 대목 그런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숨만 쉬었다.
그러면서 “한 달 사용한 전기세라도 건질 수 있으면 다행”이라며 “손님 없이 허탕 치는 날이 많아 그런 날은 전기세가 아까워서 일찍 정리하고 들어간다”고 불안한 현실에 힘든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 한복업계는 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입기에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활동성을 가미하고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한복을 오래도록 보존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시장 내에 한복매장은 생활한복보다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35년 넘게 한 자리에서 한복을 짓고 있는 박영애(69)씨는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과 같은 행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간간히 한복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이 있었는데 그 발길마저 뚝 끊겼다”며 “생활한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통한복만 보면 한복업계가 존폐 위기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복대여점이 생기면서 한복의 소장가치는 점점 희미해지고 한 두 번 입고 보관만 하기엔 짐처럼 느껴진다고 한다”는 손님의 얘기를 전하면서 “결혼을 앞둔 젊은 예비부부들도 그나마 한복을 입는 의식인 폐백을 생략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가족들도 한복을 안 입는 추세라 혼주들만 겨우 한복을 짓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2010년 이전에 한복시장이 한창 호황일 때를 비교해보면 20여 년이 지난 지금, 물가가 오른 만큼 한복값을 올리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마저 오던 손님도 끊길까봐 가격을 제대로 올릴 수가 없다”고 울상이었다.
최근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한복을 맞추는 대신 그 돈으로 전셋값에 보태거나 가전 등 실용적인 부분에 사용하는 게 실속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한복이 포함된 예단을 줄이고 한 번 입고 마는 일회성으로 전락하다 보니 맞춤 한복보다는 대여 한복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유가 한복시장 불황에 한몫했다.
대부분이 60~70대인 영동시장의 상인들은 매장을 접기도, 그렇다고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못한 채 근근이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상인들은 코로나가 끝나고도 한복시장에 예전처럼 호황기가 올 수 있을지 걱정한다. 임대료나 전기세를 감면해주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복시장 경기가 그리 밝지는 않지만 전통한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복이 다시 관심과 사랑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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