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열전④ – 오희숙 전통부각 대한민국식품명인

서울 상암동 공영홈쇼핑 6층. 홈쇼핑 스테이지에 크고 작은 조명들이 일제히 오희숙 명인과 그의 딸 윤효미 전수자, 전통부각을 비춘다.

“TV쇼핑의 제안으로 햇수로 20년째, 연 10회가량 출연하고 있습니다. 식품 대기업을 견제하는 최선책으로 TV쇼핑에 출연해 전통부각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죠. 식품명인이 직접 출연해야 한다는 성화에 못 이겨 경남 거창에서 서울을 오가고 있어요.”

오희숙 식품명인(사진 왼쪽)과 그의 딸 윤효미 전수자가 전통부각 제조를 시연하고 있다.
오희숙 식품명인(사진 왼쪽)과 그의 딸 윤효미 전수자가 전통부각 제조를 시연하고 있다.

전통부각, 웰빙스낵으로 세계인 입맛 공략
부각 20여종 개발해 우리농산물 소비 촉진
“여성CEO들, 안주하지 말고 견문 넓혀야”

집안 내림음식의 수출길 열어
오희숙 명인은 우리 전통음식인 부각을 스낵식품으로 보급한 선구자다. 파평 윤씨 종갓집 셋째며느리였던 오 명인은 자연스럽게 시어머니로부터 부각 제조기술을 이어 받았다.

“내림음식이라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명절 상차림에, 손님 다과상에 곁들임 음식이었던 부각을 손수 만드는 일과는 생활에 스며든 일부였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근무하는 남편의 영향으로 오 명인은 외국 관료들을 맞이하는 기회도 많았다고 한다. 각국의 식품을 접하면서 일찍이 국제무역에 시야를 넓혔다.

“캐나다인에게 메이플시럽을 선물 받고서 직접 만든 김부각을 한지에 정성스레 감싸 대나무 석작에 담아 답례했더니 받는 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남편을 통해 뱃사람들이 먹는 선식으로 부각을 처음 수출한 경험은 부각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오 명인은 1992년 코엑스 식품비전에 참여해 부각 시식회를 열었다. 국내 굴지의 백화점 관계자 여럿의 명함을 받게 되면서 집안 음식이었던 부각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오 명인은 부각을 반찬으로 홍보한다면 도시민들의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 판단했다. 부각을 소포장한 스낵화를 시도했지만, 국내에서는 7년 동안 매출이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오 명인은 외국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에 연 6~8회 참여하면서 부각 홍보에 뛰어들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통역사에 의지했고, 숙박과 부스비 등 해외체류비도 상당해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해야 했다고.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미국, 중국, 캐나다, 대만 ‘코스트코’에 부각을 납품하게 되는 성과를 가져왔어요. 미국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데, 스낵코너에 부각이 진열되고 있어요.”

오 명인은 우리농산물만 원재료로 사용해 전통부각의 맛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오 명인은 우리농산물만 원재료로 사용해 전통부각의 맛을 널리 알리고 있다.

전통부각에 우리농산물 소비 촉진
찹쌀풀에 묻혀 튀긴 부각은 원재료의 상태를 소비자들도 손쉽게 식별할 수 있다. 오 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식품명인 제25호에 지정되면서 우리나라 농산물만 사용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농산물은 거창지역 농업인들과 계약재배하고, 우엉과 연근 등은 경북 안동과 대구 등지에서 제철에 맞춰 수매합니다. 수산물은 섬에서 1년치를 필요에 따라 조달해오고 있어요. 특히 부각 김은 두껍고 탄력 있는 것을 사용해야 감칠맛이 좋아 산지를 직접 방문해 물김부터 꼼꼼히 따져봅니다.”

오 명인은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식품회사를 경영하며 부각을 생산하고 있다. 직원만 40여명, 개발한 부각만 100여종이지만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건 베스트 12가지와 선물용 20가지라고.

“식품연구실 연구 1·2팀에 석·박사학위가 있는 핵심인원 6명을 채용했어요. 연구 2팀에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한 신제품을 개발해요.”

오 명인은 회사 경영에 팀워크를 중시한다고 전했다. 영업팀도 국내영업, 해외영업으로 세분화했다.

“직원들을 대우해야 회사에 인재가 모입니다. 돈을 벌면 새로운 부각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그 돈을 연구비에 써요. 사람에게 베풀고 신제품 연구에 재투자해야 부각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거창농촌여성들에 재능기부 펼쳐
오희숙 명인은 올해 거창군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개선회원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전통부각 전승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생활개선회와의 인연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회에 걸쳐 특강을 진행했다. 오 명인은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고 재능기부로 회원들과 재회하게 된 것.

그는 농사는 물론 농산가공식품을 개발해 여성CEO로 발돋움하고 있는 전국 농촌여성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직접 농사지어 가공한 식품이라는 자신감에 안주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이론학습을 넘어 견학을 많이 다니면서 관련 직업이 아니더라도 견문을 넓히고 다각도로 접목하면 식품사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전국의 농촌여성들, 2024년도 파이팅 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