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열전 - ①충남 서천 주경자 모시쌈솔명인

농촌여성신문은 전통의 명맥을 이어 후계세대 육성에 역량을 발휘하고, 지역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명인의 삶을 연재한다.

충남 서천 주경자(77)씨는 모시쌈솔을 알리며 농촌여성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다. 주씨는 “명인에 선정됐으니 대내외로 활동해 열심히 실적을 쌓을 것”이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천군농업기술센터와 서천문화원에서 규방공예 강사로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주경자 모시쌈솔 명인이 옛쌈솔기법으로 작업한 ‘옛쌈솔보자기’와 함께 있다. 주씨는 규방공예 강의에도 나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주경자 모시쌈솔 명인이 옛쌈솔기법으로 작업한 ‘옛쌈솔보자기’와 함께 있다. 주씨는 규방공예 강의에도 나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친정엄마 권유로 공예 시작…명인으로 ‘우뚝’
쌈솔 접목한 서천모시작품의 독창성 인정받아

모시쌈솔 수놓다
쌈솔은 일반적으로 청바지 봉제에 사용된다. 청바지 가장자리에서 옷감의 기둥 역할을 해줘 존재감을 발휘한다. 공예 초심자들은 광목천에 쌈솔을 연습하는데, 삐뚤빼뚤해지기 일쑤라 까다롭다고 한다. 주경자씨는 잠자리 날개처럼 가늘고 섬세한 옷감이라 알려진 서천 모시에 쌈솔을 수놓아 한 단계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쌈솔기법으로 손바느질한 모시 저고리를 지어 입는다는 주씨.

“옛날에는 세자가 공부하러 궁을 나설 때, 쌈솔로 바느질한 보자기에 책을 싸갔다는 일화가 문헌에 있지요. 앞뒤 구분이 없는 쌈솔기법은 솔기가 튼튼해 잘 터지지 않아요. 다만 모시는 올이 얇아 주의가 필요한데, 모시를 이중으로 덧대면 터지는 걸 잡아줍니다.”

골몰히 수공예한 모시쌈솔·규방공예작품만 50여점. 서천문화원에서 ‘바늘꽃 피어나다’ 초대작가전을 지난 8월16~22일 개최한 주경자씨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그의 작품세계를 내보이며 활발한 소통에 나섰다. 

특히 전시장을 압도하는 ‘한산모시 한필(21.6m) 대작’에 주씨는 3년에 걸쳐 모시의 역사, 모시탄생의 8공정을 수놓아 감탄을 자아냈다.

한 관람객은 “기네스북에 올라야 한다”는 감상을 전했다.

주경자씨는 지난 8월 서천문화원에서 열린 ‘바늘꽃 피어나다’ 초대작가전에서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주경자씨는 지난 8월 서천문화원에서 열린 ‘바늘꽃 피어나다’ 초대작가전에서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어머니 바느질 따라 하다 재능 발견
“소싯적 베틀로 모시를 짜면서 안살림을 챙겼어요. 자투리 천조각으로 소품을 만들었는데 친정엄마의 바느질을 따라했죠. 아이 키우면서 사회경력이 단절됐는데, 어머니가 ‘규방공예를 집중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응원해줬어요. 따뜻한 한마디가 30년 열정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주경자씨는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심의를 거쳐 모시쌈솔명인에 선정되고 명인인증번호(R16-04-07-36)를 부여 받았다. 그러면서 왕성한 활동에 나서야 ‘명인’ 타이들이 빛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활동이 곧 명인의 이력으로 남아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

“명인의 전시회는 일반인에 비견할 수 없게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실 공간을 보고 어떻게 전시해야 할지 구상하고 또 구상하죠.”

그는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협동조합에서도 활동하며 명인들과 교분을 다지고 있다. KBS대전 개국 75주년 갤러리에 초대받았을 때도 동료 명인들의 참여를 이끌며 정보를 교류했다.

쌈솔 알리며 후학 양성
“평소 규방공예 관련 문헌을 찾아 읽지만, 정보가 남아있지 않아 힘들어요. 분야가 다른 고서를 읽다가 어쩌다 공예 관련 이야기가 짤막히 나오면 보물찾기한 기분이죠. 여러 서적을 들여다보고 하나씩 도안을 직접 그려 교재도 만들었어요.”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서천문화원, 서천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주경자씨의 또 다른 활동무대다. 후학 양성을 위해 강사로 나선지 햇수로 9년. 자격증반, 취미반 등 초·중·고급 단계별 학습으로 농촌여성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다.

주경자씨는 한 번 만든 작품은 똑같이 만들지 못하는 수공예인 까닭에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이에 유관순, 안중근, 김구 등 역사적 위인들의 삶을 기록한 탁본자수도 모시에 수놓으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모시에 수공예라서 가격을 점치기는 어려워 판매는 일절 하지 않고 있어요. 그동안 영화사에서도 대여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 왔지만,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주씨는 자신과 수업을 함께한 손끝 야문 농촌여성들이 배움을 잊지 않고 가족과 이웃에게 기술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규방공예와 모시쌈솔작품에 더 집중하고, 농촌여성들에게 전하기 위해 걸어 나가야죠.”

■ 미니인터뷰 – 최명규 서천문화원장
“100세 인생… 무엇이든 도전하세요”

최명규 원장
최명규 원장

-서천지역 명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농촌여성들이 작가와 명인으로 회화와 서예와 그리고 조각에 이르기까지 각처에서 활동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서천이 예향의 고장이란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인류무형유산인 한산모시와 천오백년 전통의 한산소곡주를 비롯해 지켜야할 전통들이 많다.

1965년 설립된 서천문화원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역사사료의 발굴로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하겠다.

-문화원에서 명인 초대전을 열었는데.
지난 8월 서천문화원에서 개최한 초대전에서 주씨의 모시쌈솔작품을 보고 최소 50만번 이상의 바느질이 한 땀 한 땀 들어간 것으로 계산이 됐다. 작품을 보고서 ‘천의무봉’을 느꼈다. 천의무봉이 하늘에 있는 선녀들의 옷은 꿰맨 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명인에 걸맞은 작품들 같다.

-전국 농촌여성들에게.
‘농촌여성들은 농사에 할애하고 있어 시간이 부족하지만, 농한기 등 남는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 인근에 있는 문화원이나 예술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곳을 찾아가 열심히 배우면 나이에 상관없이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앞길이 열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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