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강원 원주 강원문화발전소 마을기업)

어두컴컴한 골목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나가다 한 번쯤 쳐다보고, 들러 보고 이 마을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오가는 주민들은 그저 신기할 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은 원주 지역에서도 고령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며 인구소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차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고 인적 뜸한 마을 모퉁이에 강원문화발전소(대표 한주이)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 원주 한주이 강원문화발전소 대표(사진 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는 지역주민들과 ‘문화’라는 키워드로 소통하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단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강원 원주 한주이 강원문화발전소 대표(사진 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는 지역주민들과 ‘문화’라는 키워드로 소통하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단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경력단절여성·청년 중심 문화예술활동 활성화

인구소멸위기 마을에 경관조성으로 활력 불어넣어

사람 중심 문화콘텐츠로 지역 관계망 형성
강원문화발전소는 지역민들과 청년활동가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강원도의 지역 문화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된 마을기업이다.

‘삶은 곧 문화’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일상 속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개인의 문화적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건강한 지역 관계망을 형성하는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크리스털 실용공예를 전공한 한주이 강원문화발전소 대표는 2012년부터 개인 공방을 운영하면서 예술활동을 시작했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된 그는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알게 된 건 많은 지역 청년들도 예술에 갈급하다는 것. 이후 원주 미로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예술인과 지역 청년들의 힘을 모았다.

전문예술인, 생활공예가, 청년활동가가 한데 모여 지역민들과 문화를 교류하며 공감하는 문화예술단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청년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강원지역 청년들의 문화중심지로 우뚝 서게 된 것.

“2015년부터 창업학교를 열어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공예 교육과정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교육과정이 끝나면 수강생들이 할 게 없는 거죠. 보통 1년에 4~5기, 한 기수에 20명이었으니까 수료생만 해도 1년에 100명이 넘는 거예요. 육아나 경력단절로 섣불리 창업도 못하고, 그냥 보고 있자니 아주 안타까웠어요.”

한 대표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길 바랐다. 그래서 큰 공방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 공예 전문가 과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14명이 모여 2016년 12월 ‘강원문화발전소’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듬해에 교육지원센터 개소, 2018년 3월에는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강원문화발전소 한주이 대표.
강원문화발전소 한주이 대표.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모두愛(애)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1층 카페, 2층 교육지원센터, 3층 일일 셰어하우스 겸 공유오피스로 활용될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받았다.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많이 축소됐어요. 그래서 작년에 중앙동 중심으로 새롭게 동아리를 구성했죠. 지금은 28개 동아리와 단체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함께 할 동료들이 많아지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하하”

지역 정착 위한 청년 육성 프로젝트 펼쳐
2018년 청년마을기업으로 선정됐을 당시, 원주에 5곳의 대학이 있었다.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지역을 떠났고 기존의 청년들도 점점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유는 놀거리·일거리가 없어서다. 그래서 한 대표는 청년들을 위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경력보유 여성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과 꽃바구니를 만들고 뜨개질, 그림 그리기 등 재능기부 활동을 펼칠 때 청년들도 동참했어요. 그랬더니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그걸 본 청년들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한 대표는 청년마을 육성사업 멘토로도 활동하면서 청년과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 청년들은 이후에도 식재료를 들고 경로당 어르신을 찾아가 요리수업을 받기도 했다고.

어르신을 요리 강사로 모신 청년들은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형성됐다고 한다. 또 지난해 경로당 어르신과 청년들이 100만원 상당의 털실로 정성껏 뜬 87개 목도리를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경로당 어르신께 연락이 와요. 요즘 그 청년들 왜 안 오냐고. 사실 요즘 자식들도 구도심을 떠나 신도시로 가는 추세이고, MZ세대들은 어른에 대한 예의를 배울 경험이 부족하니 이런 활동들을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죠.”

중앙동 일대 낡고 오래된 전기분전함을 청소하고 그림을 그려 화사하게 꾸몄다.
중앙동 일대 낡고 오래된 전기분전함을 청소하고 그림을 그려 화사하게 꾸몄다.

마을경관조성으로 골목 활성화에 앞장
“코로나19 시기 고령 어르신이 대부분인 이 마을에 고독사가 많았어요.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원주시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된 거죠. 그래서 400여만원어치 농산물을 구매해서 채소꾸러미를 만들었고 홀로 어르신과 청년 등 420가구에 전달했어요.”

자연스럽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을 발굴했고 그중 40명을 중앙동행정복지센터와 연계했다. 한 대표는 2020년부터 4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는 강원도 정책사업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어둡던 마을에 늘 불이 켜져 있는 카페를 보며 주민들은 너무 좋아했어요. 사람들한테 골목은 어두운 이미지라 환해진 골목을 처음에는 신기해했죠. 그래서 골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골목지도도 만들고 풍물장을 알리는 문화장을 열었어요.”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있는 중앙동 일대 낡고 오래된 전기분전함을 청소하고 그림을 그려 화사하게 꾸몄다. 또 원주 중앙동 마스코트인 ‘코코앙’을 활용한 우편함 교체 프로젝트를 펼치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힘든 거요? 강원문화발전소가 어떤 공동체냐고 물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강원문화발전소는 문화콘텐츠를 통한 서비스를 상품화한 거라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죠.”

강원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문화를 기반으로 유관기관, 지역주민과 공동체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협업으로 상생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원주 홈플러스 내에 강원상생숍을 거점으로 3곳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을기업 제품들을 판매, 홍보하고 있다.

강원문화발전소는 마을 벽화 그리기를 통해 골목 경관 개선에 앞장섰다.
강원문화발전소는 마을 벽화 그리기를 통해 골목 경관 개선에 앞장섰다.

‘새롭게’라는 개념은 매 순간 새로움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해왔던 기반에서 현실에 맞춰 또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 또한 새롭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원에서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를 가지고 그들이 정착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인구소멸과 고령화라는 농촌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접점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문화’라는 키워드로 소통을 꿈꾸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사람 중심’ 강원문화발전소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무대의 주인공은 마을 주민이며 그들이 이곳에서 살 만하다고 함께하자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될 수 있기를 꿈꾼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