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농부 가수 헤라

1996년 여명과 장만옥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를 다룬 홍콩 영화 ‘텐미미(甜蜜蜜, 첨밀밀)’. 이 영화를 못 본 사람은 있어도 OST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전주만 들어도 첫사랑의 설렘을 떠오르게 하는 이 노래. 중국어로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의 ‘첨밀밀’ 원곡은 인도네시아민요로 대만 가수 덩리쥔(鄧麗君, 등려군)이 처음 불렀다. 2000년대 초 웬청쒸(元天)란 본명으로 ‘첨밀밀’ OST를 중국 버전으로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올라 한·중·일을 오가며 폭넓게 활동했던 한족 가수 헤라. 지금은 경남 하동에서 남편과 함께 노루궁뎅이 버섯을 키우며 가수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컬러링을 통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가수 헤라를 만났다. 

농부 가수 헤라는 ‘좌절도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며 무대 위 갈채와 관객의 환호, 노루궁뎅이버섯에 대한 호평이 그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농부 가수 헤라는 ‘좌절도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며 무대 위 갈채와 관객의 환호, 노루궁뎅이버섯에 대한 호평이 그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첨밀밀’ OST 리메이크 히트 친 가수 헤라

노루궁뎅이버섯 키우며 가수 활동 이어가

무대 갈채·4대 진미 ‘버섯’ … “내 삶 전부”

1천대 1의 경쟁률 뚫은 실력있는 가수 ‘헤라’
“강진의 ‘땡벌’ 노래 아시죠? 영화에서 배우 조인성이 부르면서 더 유명해졌지만 그 노래의 원곡자는 나훈아예요. 강진이 리메이크해서 히트했죠. 다들 가수 강진 노래로 알고 있더라고요.”

농부 가수 헤라는 중국에서 막내딸로 태어나 17살에 대륙에서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중국 국립가무단에 발탁됐다. 이후 중국 CCTV와 LNTV가 공동주최한 가요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고 중국 MTV 가요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CF 촬영 차 한국에 왔다가 지금의 남편과 사랑에 빠져 지난 2000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대표곡 ‘첨밀밀’로 유명 방송사를 누비며 가수 ‘헤라’의 명성을 전국에 알렸다.

“다문화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담은 3집 앨범 ‘가리베가스’, 또 ‘천년동안(작사 박대홍 작곡김정욱)’ 등 12곡의 노래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가리베가스’는 귀화하고 나서 다문화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었죠. 그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고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는 것을 홍보하려고 본적까지 울릉군 독도리로 옮겼어요. 그만큼 한국을 사랑합니다.”

헤라는 대한민국다문화총연합 이사장, 한국다문화예술원 원장, 대한민국다문화예술대상 조직위원장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목포의 눈물’ ‘아빠의 청춘’ 등을 남긴 가요계의 거목 故 손목인 선생의 마지막 제자인 그는 시인이자 수필가로도 활동하며, 자작시 72편을 담은 시집 ‘가리베가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가수 헤라는 지난 9월 화성시 도농교류 축제 때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가수 헤라는 지난 9월 화성시 도농교류 축제 때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3천만원이던 월수입 코로나19로 300만원도 안 돼
“코로나19로 공연과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월수입이 3천만원이던 것이 300만원으로 줄었어요. 생계마저 위협받으니 계획했던 귀농을 서두르게 됐죠. 가수 활동 중 틈틈이 10년간 주말농장 경험으로 과감히 농사에 도전했어요.”

경남 하동군 진교면 금오산 자락에 농지부터 매입했다. 하동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수료하고 자신감을 얻은 헤라는 시설하우스 9개 동을 짓고 노루궁뎅이버섯을 재배하며 6차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노루의 엉덩이 털과 닮아서 이름이 붙여진 노루궁뎅이버섯은 중국에서는 항암, 소화 불량 치료 등을 위한 약용버섯으로 활용된 3천년 역사의 건강 식재료다.

“이제 노루궁뎅이버섯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박사가 다 됐어요. 배지 제조부터 살균, 냉각, 배양 등 총 7단계가 있지만 이젠 내 손을 다 거쳐야 하죠. 가수가 마이크 대신 버섯을 재배한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예비귀농인들이 일부러 농장에 찾아오곤 해요.”

노루궁뎅이버섯은 최근 치매 예방과 면역력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에 경남지역은 6차 산업을 겨냥한 노루궁뎅이버섯 제품 개발, 톱밥을 이용한 인공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신품종 새송이버섯을 키우기 위한 종균 작업도 한창이다.

헤라는 “농약·중금속 등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와 무농약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이라 더욱 안심해도 된다”고 자신했다.

농부 가수 헤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경남 하동에서  노루궁뎅이버섯를 키우며 희망을 노래한다.
농부 가수 헤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경남 하동에서  노루궁뎅이버섯를 키우며 희망을 노래한다.

다문화가정 멘토로서 희망 잃지 않을 것
“연고 없는 내가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특별한 인연이 있었어요. 바로 김현일 전 진교파출소장 부부인데요. 순찰하면서 인연이 된 소장님은 내가 농촌에서 사는 데에 서슴없이 멘토가 돼 줬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사비를 들여 농장 주변을 가꿔주며 정착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나는 진교파출소 명예여성소장으로 임명됐고요.”

헤라는 2011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사이버멘토링 대표 멘토로 위촉된 후 지금까지 이주여성을 위한 멘토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또 그는 다문화가정의 일자리 창출과 6차 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하동농부’로 성공하고 싶단다. 그래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귀농 노하우와 노루궁뎅이버섯 배지 제조 방법, 살균·냉각·종균접종, 생육실 등 교육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최종 목적지는 국제다문화예술학교와 귀농·귀촌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절도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많은 좌절을 경험했죠. 그러나 무대에서 갈채를 받고 제 노래를 들으며 환호하는 관객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노루궁뎅이버섯을 먹고 건강해졌다는 소비자 호평에 힘도 절로 나고요.”

노루궁뎅이버섯은 중국 황제가 먹던 4대 진미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면역력 향상, 치매 예방, 당뇨병 등 여러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으로 키워낸 생버섯을 전골이나 구이요리에 곁들여 드시면 좋아요. 특히 닭이랑 함께 요리하면 잡내도 잡아 주고 육질도 부드러워져요. 건조된 버섯은 따뜻한 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볶아서 먹거나 약탕기에 달여 마셔도 건강에 좋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경남 하동에서 눈앞에 펼쳐진 섬진강을 관객 삼아 노루궁뎅이버섯를 키우며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헤라. 그는 인생 2막 ‘하동농부’의 삶을 펼치고 있다.

한편, 헤라는 지난 21일 제24회 2023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에서 최고의 노래로 ‘첨밀밀’이 선정돼 가요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내년 5월경부터 영화 비상도시(마약과전쟁) 중국공안국 마약반 특별형사 역을 맡아 촬영에 들어간다.

또 헤라는 하동농부 ㈜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로서 부설 노루궁뎅이 버섯 연구소장 박원영 한의학박사, 수석연구원 한정호 한의학박사와 함께 국내 최초 노루궁뎅이버섯 분말 막걸리 개발에 나섰다. 그는 “가공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외 판로를 확장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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