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영농광 태양광사업 활로는…

농식품부, 농업인 수용성·농지보전 이유로 추진에 난색

영농형 태양광 법률안 법안소위 문턱 못 넘고 폐기 수순

농촌공간계획법 ‘재생에너지지구’ 지정은 돌파구로 기대

영농형 태양광이 감사원의 감사와 법안 제정이 지지부진하면서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 감사원의 감사와 법안 제정이 지지부진하면서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짜 농업인이 제도 악용
감사원은 지난달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가짜 농업인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태양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업인 등의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게 약 3배 높은 발전용량을 부여하는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참여자 37.2%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인 자격을 증빙하고 참여한 발전사업자 중 44.2%는 한국형 FIT 사업이 도입된 해에 농업경영체 등록, 이들 중 61.7%는 발전사업 허가일과 실제 운영 개시일 사이에 등록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영농형 태양광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잘못으로 확대하는 건 문제다. 2021년 기준 전국 66개가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은 물론이고 농업인 주도로 사업을 준비하던 곳들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서다.

영농형 태양광의 대대적 보급은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이행상황 점검회의’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을 위해 영농형 태양광 6GW, 염해간척농지 5GW, 수상태양광 3GW 설치를 위해 신규입지를 발굴하라고 요구했다. 2016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실증연구를 추진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 수용성, 농지보전을 이유로 대규모 신규입지 발굴에 난색을 표했다.

이후에도 산자부와 농식품부의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권이 바뀌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감사결과는 영농형 태양광 추진의 동력을 크게 상실시킬 만큼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는 앞서 농업인을 우대하는 한국형 FIT를 일몰했다.

영농형 태양광 개념도
영농형 태양광 개념도

관련 법안, 법안소위도 통과 못해
21대 국회에서 영농형 태양광 법안으로 발의된 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승남 의원의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위성곤 의원의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2개 법률안이다.

두 법안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 생산과 발전사업을 병행함으로써 농지를 전용하는 일반 태양광에 비해 농지보전과 식량안보에 유리하고, 농업인의 추가 소득원 마련과 재생에너지로 농촌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의 설치를 촉진하는 경우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기업 중심의 사업추진이 이뤄질 가능성 때문에 반대목소리도 크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면서 영농형 태양광 법안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문제 삼는 과정에서 태양광 보급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던 터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은 고사하고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논의가 2022년 11월 이후에는 진전이 없어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농형 태양광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농지법에만 근거를 두고 추진하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농지법상 영농형 태양광은 염해지이거나 지목이 농지인 경우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통해 최장 8년까지만 운용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B/C(비용편익분석)는 0.74, 100원을 투자했을 때 74원만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농형 태양광 법률안은 최장 23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B/C는 1.24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농촌공간계획법이 돌파구될까…
내년 3월29일 시행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촌공간계획법)은 영농형 태양광에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집단화하는 재생에너지지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농촌공간계획법은 체계적·효율적 토지이용이 가능하도록 용도에 따라 구획화해 재생에너지지구를 비롯해 농촌마을보호·농촌산업·축산·농촌융복합산업·경관농업·농업유산 등 7개 농촌특화지구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그중 재생에너지지구를 통해 탄소 흡수원이자 농촌을 기후위기 대응 거점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지구를 지정할 때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을 거치도록 한다. 주민협정과 주민협의회를 통해 지구 지정과 운영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지방의회 의견도 듣도록 했다. 기존 태양광 시설 설치 시 주민을 소외시켜 갈등을 유발한 문제를 상당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분별한 설치 등으로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아 농촌공간계획법을 통해 주민들이 주도해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농가소득과 연결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다만 농식품부가 농촌공간계획법 시행을 110여일 앞두고 있지만 시행령 마련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지자체에서 정확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형편이다.

 

■ 전문가 인터뷰 - 김윤성 에너지와 공간 대표

농촌 에너지체계 대전환 밑그림 그려야

식량안보와 탄소중립 함께 고려하고
벼 이외 다양한 작물 생산성 영향도 따져야

김윤성 에너지와 공간 대표는 농촌공간계획법 시행으로 질서 있는 개발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재생에너지지구에 입지와 사업자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농촌의 에너지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기다 식량안보와 탄소중립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개발방식과 다양한 작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도 주문한다.

-농촌공간계획법이 영농형 태양광에 기회가 되려면.
질서 있는 개발을 추구하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 사용감소와 연계될 때 농촌의 진정한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태양광은 영농형과 지붕형 등 복합적 토지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농촌공간계획법의 재생에너지지구에서도 태양광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는데, 지정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행령이 아직도 나와 있지 않고, 경관을 해치는 판단기준이 모호하다. 물론 집단화된 재생에너지 단지가 농촌의 경관을 헤칠 것인지 에코투어리즘 대상이 될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시설 입지는 어떻게 정해야 하나.
이미 훼손된 땅, 휴경지, 유휴지에 우선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환경훼손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식량안보와 탄소중립이 충돌할 우려도 있어 대규모로 설치되는 건 위험하다.

사업시행자도 정리가 필요하다. 기준이 모호한 민간 사업시행자 선정기준은 정리하고, 사업자 공모조항을 추가하면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합리성과 공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은 사업시행자에서 제외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 마을기업이 될 수 있는 법인을 다양하게 허용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사업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 설치 시 농업인이 고려해야 할 점은.
농식품부는 경기 화성·파주, 전남 순천, 제주에서 마늘·옥수수·양파·콩·오이·딸기·토마토·양배추 등 실증사업을 진행했고, 여러 발전사에서도 연구에 나섰다. 실증사업을 통해 농업 생산성과 상품성은 작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포도와 녹차의 감수율은 0%에 가깝지만 마늘은 30% 수준이다. 벼 이외에 어떤 작물의 감수율이 발전수익으로 얻는 수익과 비교했을 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수용성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마을기능을 살리는 마을재생형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이후, 영농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일부 사례가 있다. 이를 감시할 지자체의 사후관리와 지원제도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석유에만 의존하고 자동화와 스마트팜 확산으로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는 농촌에서 재생에너지로 대전환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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