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예산 올해 1972억→내년 762억 61%↓
외부 회계정산보고서 의무화·거점농장 지원 축소
농식품부 “내년 사회적농업 지원은 올해와 비슷”
사회적농장 “농촌밀착형 사회서비스 빈틈 많은데…”

사회적농업은 2018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며 지원돼 왔으나 정권 교체 후 예산이 줄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사회적농업은 2018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며 지원돼 왔으나 정권 교체 후 예산이 줄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대대적 지원
농촌은 도시와 달리 의료복지, 돌봄, 일자리 등 필수적인 사회경제서비스가 부족하고 청년들의 이탈이 지속되며 소멸위기에 처했다. 그 대안으로 사회적농업이 떠올랐고,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농업활동을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교육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농업 활성화’가 포함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복지의 한 축으로 사회적농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2018년 사회적농업 협의체를 꾸렸고,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나섰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지원유형은 장애인·아동·학생·청년층 대상 건강 증진, 사회성 향상, 자립 등을 위해 농업을 체험하거나 교육하는 ‘교육형’, 농업활동을 통한 건강관리·요양·재활 등 ‘돌봄형’(청년 제외), 귀농·귀촌 희망자 등에 농장에 고용될 수 있도록 실습을 제공하는 ‘고용형’ 등이다.

활동 운영비, 네트워크 구축비, 시설 개선비를 1곳당 연 6천만원(국고 70%, 지방비 30% 보조)씩 최대 5년간 지원된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사업을 통해 한국형 사회적농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농식품부는 사회적농업 육성법 제정안 마련에도 속도를 냈다. 제도적 안정성을 갖추고 관련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기 위해 근거 법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적농업 육성법 대신 명칭을 바꿔 지난 7월 ‘농촌지역 공동체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이 제정,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사회적농업의 흔적을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시행과 맞물려 농촌 돌봄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변경되지만 예산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시행과 맞물려 농촌 돌봄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변경되지만 예산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삭감 칼바람이 농업계로 이어지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경제사회서버스법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사회적농장 지원을 포함해 사회서비스 활성화와 제공 주체 육성, 사업계획 이행을 위한 지원체계와 농촌 서비스 협약 제도 등을 포함해 지원영역이 더 확대되고 농촌에서 사회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촌주민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폭넓은 사회서비스가 지원되도록 시행령을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내년도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도 부담이다. 지난 9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이 효율화와 민간 이양을 내건 데 이어 정부는 사회적경제 내년도 예산안으로 올해 1972억원에서 61.3% 깎인 762억원을 편성했다. 사회적농장들은 삭감의 칼바람이 농업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예산사정이 어렵지만 내년도 사회적농업 지원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예산인 국비(70%)와 지방비(30%)를 합쳐 92억6천만원보다 소폭 줄어든 91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13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증액사업에 포함되지 못함에 따라 농식품부 예산안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사회복지 관련기관의 프로그램 참여비용 지원도 없어졌고, 전국 8곳의 사회적농장 거점농장 연간 지원액도 2억원에서 1억7천만원으로 깎여 내년에는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명칭도 내년부터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시행과 맞물려 농촌 돌봄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변경된다. 거기다 거점농장에 대한 검증도 엄격해진다. 기존에는 3억원 이하 보조사업에만 외부 회계정산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내년부터 1억원 이상 보조사업도 검증을 받도록 의무화됐다. 보조금이 지원되는 민간단체에 엄격하게 검증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가뜩이나 영세한 사회적농장에게 불똥이 튀었다.

농촌복지 사각지대 도시보다 커
사회적농업의 필요성은 도시보다 양적·질적으로 떨어지는 사회서비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농촌주민의 사회서비스 이용 제한은 도농격차 심화로 연결되고, 다시 삶의 질이 저하돼 농촌을 떠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조직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16년 사회적협동조합은 560개에서 2020년 2496개, 2022년 4111개로 늘었으며, 협동조합으로 넓혀보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만3939개까지 늘어났다.

양적 성장에 비해 농촌밀착형 사회서비스 제공에는 한계를 노출했는데, 상당수가 영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명 이하가 59.3%, 자산 1억원 이하가 71.8%, 매출액 목표 1억원 이하가 66.8%였고, 농촌에 기반을 둔 사회적경제조직 대부분은 소득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조직은 광역과 대도시 중심으로 설치돼 기초지자체와 농촌이 혜택을 누리기 힘든 구조다.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농촌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도시보다 크고 넓어 그 빈틈을 민간에서 메꿔야 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합당한 수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정부지원이 끊어지면 그동안 지역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던 인력들이 이탈하고 질 또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 인터뷰-한석주 사회적농업협회장

“농촌에선 청년도 ‘약자’,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사회적농업 통해 청년의 농촌정착 지원
건물 짓는 것보다 사람·관계망 복원부터

한석주 사회적농업협회장(사진)은 농촌으로 이주를 꿈꾸는 청년들 18명으로 구성된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충북 사회적농장 거점농장)을 이끌고 있다. 도시청년들의 농촌이주 디딤돌을 목표로 한 청년마을은 사회적농장을 통해 농촌정착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농촌에선 청년도 약자라며 사회적농업 지원대상에 후순위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마을은 어떤 곳인가.
초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촌에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못 이룬 꿈을 펼쳐 비빌 언덕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청년들은 청년마을이 위치한 제천 덕산면에 정착해 기존주민의 집을 고치는 일부터, 일손돕기, 반찬배달, 복약서비스를 돕고 있다. 주민들이 젊은이들이 동네에 들어와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만족해한다. 주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새로운 인력이 유입돼 농촌의 자원이 선순환돼 지속가능한 농촌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회적농업의 가치는.
전통적 농업사회의 협동과 연대의 정신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희미해져 갔다. 2018년부터 사회적농장을 운영하며 고령의 어르신만 살던 동네에 청년들이 공방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활기가 돌았다. 앞으로 청년을 위한 공유주택을 지을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마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농촌에 그럴듯한 건물을 짓는다고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과 관계망을 복원해야 농촌을 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농업의 가치는 크다. 눈으로 보이는 성과가 아니다 보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 의지가 악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청년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고령층,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년이 소외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 청년은 약자다. 사회적농업 지원유형 중 청년을 교육형에만 한정 짓지 말고 모든 유형에 포함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복원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이들을 후순위로 밀어두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거점농장 지원이 올해 줄었는데 내년에 더 줄어드는 것으로 안다. 사회적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더 줄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기껏 싹을 틔운 사회적농업이 시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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