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사회적농업 현장을 가다

인천 강화 사회적농업 ‘콩세알’ 서정훈 대표(왼쪽 첫 번째)와 직원들은 12년 전 닥친 경영위기에 최저임금으로 버티며 기업 회생에 성공했다.

옛 조상이 콩을 심을 때 콩을 꼭 세 알씩 심었다고 한다. 한 알은 벌레나 새가, 또 다른 한 알은 이웃이, 나머지 한 알은 심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다. 콩 한 알은 ‘공생’, 콩 두 알은 ‘나눔’, 콩 세 알은 ‘자립’을 의미한다. 
인천 강화 양사면에 소재한 ‘콩세알’(대표 서정훈·오애란)은 우리나라 최초의 농촌형 사회적기업이다. 나눔, 생명, 순환의 가치실현, 삶과 일터가 결합된 생산공동체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 사업에 지정됐다. 올해 정부 지원은 1억7천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9%가 줄어든 1억5500만원가량이다.

우리나라 최초 농촌형 사회적기업

지난해 경기·인천권 거점농장 선정

연간 200톤…콩 농가소득 증대 기여

의료·주거·보건 시설·재택 의료 등

30여명 수용 통합 돌봄센터 설립 계획

 

지역 공동체 활성화 실천
콩세알은 2022년 경기·인천권 거점농장으로 선정된 이래 친환경 농가지원, 고령층과 귀농·귀촌인 농업활동 지원, 초·중등학교 특수학급 학생 대상 농업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콩세알의 태동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정훈 대표가 고향인 인천 강화로 귀농하면서부터다. 두부 가공으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자라는 취지로 친환경 농업, 가공 분야에 뜻이 맞는 마을의 또래 5명을 모아 일벗생산공동체를 결성했다.

취약한 농민과 농촌을 연계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민했고, 2008년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아 사회적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콩세알 직원은 고령층, 저소득층, 장기실업자,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가족 등 취약계층이 60%를 차지하며, 평균 연령 55세다. 이는 사회적기업 운영 규칙에 따른 것이다.

“가족적인 분위기 안에서 직원들이 모두 내일처럼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 제공과 식자재 공급, 귀농 지원을 하는 동시에 친환경 농가들을 지원하며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강화에는 젊은 청년들의 콩 재배 농가가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콩 재배 시 농지은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죠. 부족하면 강원 철원이나 영월, 경기 연천과 김포에서 콩 재배 농가와 계약 수매를 하며 상생의 길을 가고 있어요.”

콩세알은 거점농장으로서 정신지체·발달장애인과 함께 사회적농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가족농장 프로그램도 지원 끊겨
콩세알에서 사용하는 콩은 연간 200톤. 콩세알 두부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자 강화의 콩 생산자들도 안심하고 한 해 농사를 짓게 됐다. 강화 콩은 남쪽 지역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질이 좋아 단단하고 고소한 두부 생산에 적격. 이에 콩세알은 강화지역 콩 농가와 직접 계약, 전량 수매한다. 그러나 농촌에서 사회적기업을 유지하기란 녹록지 않다.

사회적농업은 고용노동부에서 매년 2번씩 현장 조사를 나온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사회적기업이라 주식회사지만 배당금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서 대표와 오 대표에게 콩세알 운영은 기부 활동과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이나 민간기업에서 투자하겠다고 손을 내미는 곳도 없다.

사회적농업을 통해 장애인들과 5년간 운영해 온 가족농장 등 프로그램도 올해로 지원이 끝난다. 게다가 거점농장사업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가족농장은 인근 초·중학교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여덟 가정의 학부모가 참여해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495㎡(150평)의 공동 농장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앞서 한 차례 위기도 있었다. 2011년 일자리 사업 지원금이 끊기면서 일주일치 콩을 구매할 자금도 충분치 않게 됐다. 당시 25명이었던 직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1년간 매주 희망회의를 하면서 대안을 찾아봤지만 뚜렷한 방도가 없었다. 결국, 최저임금이라도 받겠다는 12명의 직원만 남긴 채 정리수순을 밟아야 했다.

10억 빚에도 자주적 마을 구현
이듬해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유통거래를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한살림의 요구 조건에 따라 콩 불리기부터 자동 포장까지, 유부 라인을 정비하는 데 일 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무첨가 유부’를 제조하면서 비로소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현재 콩비지, 유부, 몽글이 두부 등 6가지 제품의 매출이 60%를 차지한 가운데 직원을 22명으로 늘린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10억원이 넘는 빚으로 인해 운영비 걱정이 앞선다. 연간 매출액이 30억원가량이었으나, 올해 7~8% 줄어든 상황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자립을 돕는 건 국가의 몫이죠. 경제력이 좋은 일반기업도 생존율이 낮은데 어찌 보면 국가의 역할을 대행하는 사회적기업에 지원을 줄이고 각자도생하라니요.”

지난해 11월 건강하고 윤택한 노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다봄마을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나아가 의료, 주거, 보건, 시설, 재택 의료 등이 갖춰진 통합 돌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콩세알이 추구하는 목표다.

“콩세알은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양사면 주민은 2천명도 안 돼요. 미용실에 가려면 하루 5번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는 등 어려운 걸음을 해야죠. 고령층이 일을 하면서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을이장, 부녀회장 등과 협력해 자주적인 마을을 구현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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