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7주년 특집 - 지속가능한 행복 농업·농촌, 여성의 힘으로... ② 여성이 살기 좋아야 농촌 삶이 행복합니다~(여성 커뮤니티 활성화 사례 - 강원 ‘동해씨의 농가장터')

강원 정선, 양양 오일장과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 중 하나로 끝자리가 3, 8로 끝나는 날에 동해시 북평5일장이 열린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북평5일장이 끝나는 골목 어귀에 눈에 띄는 녹색 글씨로 ‘동해씨의 농가장터’라고 쓰여져 있는 건물 외벽이 보인다. 이곳은 2009년 농업인들의 정보 교류와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지상 2층 652.4㎡(197평)로 건립된 농업인회관이다. 회관 1층 ‘동해씨의 농가장터’는 수제비누 체험장과 친환경 농·특산물 전시판매장, 카페를 마련해 오가는 지역민들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 농촌여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건 당연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렀다 쉬어 갈 수 있는 동네 사랑방 ‘동해씨의 농가장터’에서는 365일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북평5일장 연결된 동네 사랑방…“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

지역농산물 활용한 20여가지 수제 건강음료로 먼 걸음 재촉

고령 농가·소비자 잇는 ‘NO마진’ 유통판매장으로 자리매김

편안한 분위기 오가는 시민장터
“생활개선회가 위탁 계약한 지 3년 됐어요. 원래 다른 농업인단체가 운영했었는데 중간에 문제가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러던 와중에 동해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생활개선회가 나서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죠. 이후 카페를 만들고 보니 시민들이 오가다 들르는 동네 사랑방이 됐어요.”

농가장터의 인기 비결은 단연 편안함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렀다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지역에 꽤 소문이 났다. 올해부터 카페 2대 운영자로 나선 김복자 생활개선동해시연합회장은 7명의 임원진과 순번을 정해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평일 기준 40~50명, 5일장이 열리는 날은 3배 정도로 늘어난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어요. 재방문은 필수죠. 오시는 손님 중에 하루 몇 대 들어오지 않는 마을버스를 타고 40분 걸려 도착했대요. 지난번에 마셨던 스무디 맛을 잊을 수 없다면서요.”

이곳은 100%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수제 음료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음료를 제조하는 수준도 전문가 못지않다.

올해 초 근무회원을 대상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일주일간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했다. 가격 또한 착하다. 커피가 2천원에 스무디 3500원, 이외에도 에이드, 전통차, 계절 음료 등 20여가지가 넘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올해부터 카페 2대 운영자로 나선 김복자 생활개선동해시연합회장이 비누체험장에서 만든 동비향 수제비누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전을 용기로 바꿔…일상에 활력
“처음에는 주문받는 게 제일 무서웠어요. 라떼를 만들 때 우유 스팀 내는 게 잘 안 될까봐. 제조시간이 오려 걸려서 진땀도 많이 뺐죠. 그래도 하다 보니 실력도 늘더라고요. 지금은 맛이 좋다며 빵이나 포도를 갖다 주는 손님도 있어요.”

박금랑 동해시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총 관리를 맡고 있다. 운영 초반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매일 함께하는 조직 생활이 쉽진 않지만 ‘맛있다’ ‘친절하다’ ‘고맙다’는 손님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고 수줍게 웃었다.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오는 것 같아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요. 사실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 이야기할 곳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여기 와서 잠시라도 웃고 떠들다 갑니다.”

단골손님이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갈 곳이 마땅찮은 여성농업인들에게 농가장터는 일상생활에서 환기와 일탈의 공간이다.

친환경농산물 전시판매장에서는 30여곳에서 생산한 지역농산물이 소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전시판매장에서는 30여곳에서 생산한 지역농산물이 소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영세농가와 소비자 잇는 중매역할 ‘톡톡’
카페 옆 친환경농산물 전시판매장에서는 30여곳에서 생산한 지역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몇몇 농가에서 포대째 수매한 1차 생산물에 포장용기만 바꿔 진열했다.

고령화되고 영세한 농가에서 판매까지는 꿈도 못 꿀 일. 수매한 원물을 농가장터에서 직접 소포장 또는 선물세트로 재구성해 핵가족을 겨냥한 판매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미역과 다시마, 햅쌀, 김, 누룽지찹쌀, 잡곡세트는 이곳에 대표 효자상품이다. 동해시농업기술센터는 포장재 비용과 운영비 등 연 1500만원을 지원하며 농가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곳에서 차만 마시는 게 아니에요. 수제비누매장에선 재료비 1천원이면 비누만들기 체험이 가능해요. 또 2층 회의실에선 공간이 넓다 보니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죠. 또 11월에는 앞마당에서 김장 체험도 하고, 플리마켓도 열고, 여기는 365일 문이 열려 있답니다.”

동비향 비누로 지역과 상생한다
농가장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품은 ‘동비향’이다. 생활개선회가 주축으로 만든 동비향 영농조합법인에서 제작한 천연수제비누가 전시, 판매되고 있다. 5가지 종류의 동비향 천연수제비누는 원료도 특별하다. 고구마, 감자, 어성초, 도꼬마리, 개똥쑥 등이 바로 그것이다.

“비누를 만들게 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죠. 최근에 포장재를 세련되게 바꿨어요. 예전에 사용하던 포장재가 남아서 같이 쓰고 있지만요. 차만 마시고 나가려던 손님도 한두 개 구매하는데 매출 재미가 쏠쏠해요.”

생활개선회 활동이 어려운 원로회원들은 아직도 틈틈이 모여 폐식용유를 활용해 비누를 만들어 환경도 보호하고 판매 사업에 일조하고 있다.

■ 담당자의 말 - 박 현 주 동해시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팀장

복합 커뮤니티 공간에서 지역농산물 홍보까지…

-동해씨의 농가장터는.
2009년 5월 농업인회관이 건립됐고 2011년 폐식용유를 활용한 비누만들기를 하던 생활개선회가 체험장을 마련해 체험과 제조사업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2019년 생활개선회가 카페 운영을 본격적으로 맡으며 인근 지역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보통 이 카페를 찾는 손님 70% 이상이 여성이다. 사실 농촌여성들이 모여 쉴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그들이 편하게 오가다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지역 마실터가 됐다. 판로가 어려운 영세농가에서 원물을 가져다가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게다가 차 한잔 마시러 왔다가 농산물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덩달아 매출도 늘어났다. 원물은 농가에서 제시한 원가를 맞춰주고, 센터에서 포장재 등 일부를 지원하며 농가장터에서 대부분 유통 마진 없이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원사업은.
자체적으로 여성농업인들에게 농작업편이장비를 보급하고 있다. 바퀴가 달린 방제기와 다용도작업대, 끌고 다니는 제초기 등 보조금 80%를 지원한다. 이로써 실질적인 영농작업 시간이 단축되는 등 노동력과 피로도가 현저히 줄었다. 또 가사와 육아를 부담하는 여성농업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영화관, 미용실, 화장품점 등에서 연 20만원 이내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바우처 포인트를 지급한다. 실제로 영농의욕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농촌지역 정착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동해시생활개선회는 11개 지회가 있다. 각 지회에서 자율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나 교육을 먼저 요청하면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사와 연결해 준다. 여가생활이 부족한 농촌여성을 위해 우쿨렐레나 풍선아트 등 교육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공연도 하면서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또 수제 청을 담그는 방법을 배워 직접 가정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지회마다 농업 사업과 별도로 취미활동을 추진하기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예산을 확보해 농촌여성들의 여가생활과 문화활동 등 복지향상 지원에 힘 쏟겠다. 농가장터가 지역주민들이 소통공간으로 사용하기엔 좁다. 리모델링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신청해 놨다. 전통장류 등 지역농가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늘리고 고향사랑기부제에 수요가 많은 3만원대 답례품 발굴에도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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