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공 등 농업노동 상당 부분 담당
공적 지위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 뚜렷 
​​​​​​​여성농업인, 조력자 또는 주변인 머물러

■창간 17주년 특집 Focus- 지속가능한 행복 농업·농촌, 여성의 힘으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이 떨어지고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에서 농업인구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은 농업․농촌과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농촌여성이 행복해야 귀농·귀촌이 활성화되고 농촌은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이 떨어지고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에서 농업인구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은 농업․농촌과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농촌여성이 행복해야 귀농·귀촌이 활성화되고 농촌은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노동부담 크고 권한은 작다
지난해 농가인구는 217만명 수준으로 20년 동안 40%가량 줄어들었다. 전체 인구에서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4.2%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농촌이 49.8%로 전국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정부는 지난 2021년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지역을 지정하고, 지난해부터 10년간 중앙정부가 매년 1조원을 출연해 조성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도입했다. 이는 인구감소의 원인이 65세 이상 고령인구 대비 젊은 여성 인구의 상대적 감소에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실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은 88만6천명으로 농업인의 48.4%를 차지한다. 2015년과 비교하면 농업인은 전체 9.5% 감소한 반면 여성농업인은 11.3% 줄어 여성의 감소가 급격한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농업인은 18만5천명이 감소한 반면 귀농 여성은 2만여명, 가족을 따라 농촌으로 이주한 여성도 3만8천명에 불과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상장법인 전체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이 8676만원이었던 데 반해 여성은 6015만원에 머물렀다. 특히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산업은 농업·임업·어업(43.8%)이었다.

2021년 기준 농업 주종사자 중에는 여성이 51.9%를 차지하지만, 농가의 농업경영을 총괄하는 경영주는 18.7%에 불과한 현실은 농업경영 권한의 성별 격차를 보여준다. 또한 농업인으로서 공적 지위를 인정받으며 생산자 단체인 농협 운영에 참여하는 농협조합원 중에서도 여성은 34%에 불과하고, 대의원이나 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더욱 제한적이다. 

이처럼 여성농업인은 농업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지만, 농가 수준에서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농업인 지위를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사노동 역시 여성농업인이 전담하는 가운데 성별 노동 부담 격차도 크다. 

문제의식 갖고 다양한 시도 모색
이 같은 농촌사회의 고질적인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촌사회 안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성평등에 관심이 높은 여성농업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가 모색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인적 차원에서 남편을 대상으로 가사(돌봄)노동 분담을 요구하거나, 불평등한 일상적 관행을 깨기 위해 주위 사람들 설득에 나선다. 또 지역 자원을 활용한 소득 사업을 벌이는 한편, 주민에 대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동시에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더 나아가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 강화, 돌봄과 안전 정책을 운영하는 여성친화도시 사업 관련 도시와 다른 시책 마련을 요구한다. 하지만 ‘농촌형 여성친화도시’ 요구에 부응하는 사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여성이 행복한 농촌이어야 농촌에 활력이 넘치고 사람이 들어온다.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농업·농촌에서 여성들이 행복한 지역사회 변화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사회 기존의 구조를 유지한 채 여성이 그 구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여성이 수행하는 가내 역할을 지원하는 등 여성에 특화된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 마을, 생산자 단체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성별 지위와 권한, 부담의 격차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여성, 남성 모두의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는 접근이 본격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여성 정책 거버넌스의 작동이 중요한데, 여성농업인센터가 ‘농촌주민 문화센터’로 기능하지 않고 중간지원조직 기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행정적 지원이 있다 해도 전담조직의 설치 자체가 농촌여성 정책의 발전을 보증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책 실행자의 의지와 성 인지적 역량’ 그리고 그러한 의지와 역량을 자극하고 지원하는 역량 있는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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