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지역특화 치매서비스 활성화 방안은... - 전남 영광군치매안심센터 사례
“부끄러운 질병 아냐”...지역사회 인식 개선 앞장
치매 어르신 조기 진단해 증상·단계별 맞춤 관리
단계별 맞춤관리로 보호자도 ‘안심’
“평생 농사만 짓던 엄마가 3개월 전 치매 진단을 받았어요. 갑자기 엄마를 보살펴야 하니 집으로 모셨죠. 그런데 집에 있으면 자꾸 밭으로 김매러 나간다고 해요. 우리 집은 아파트인데 시골집이 그리운가 봐요.”
전남 영광군치매안심센터 쉼터프로그램에 참여해 치매환자를 돌보는 정성자(60)씨의 말이다. 어머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재밌게 구경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씨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치매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어머니는 세상 즐거운 표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씨도 치매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시간은 색칠 공부죠. 밑그림 선을 넘지 않고 색칠하는 엄마를 보면 뿌듯하고, 기분도 좋아져요. 이렇게 엄마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안심이 되네요.”
영광군보건소 옆 지상 4층 298㎡(90평) 규모의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주 화·목요일 미술치료, 짐볼 난타, 두근두근 뇌 운동 등 전문적인 인지 자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부는 치매환자가 익숙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읍·면별 특성을 기반으로 한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해 2019년부터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남은 전북과 충남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 등록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광군은 만 65세 이상 노인 1만5947명 중 치매환자가 1906명을 차지해 전국 추정 유병률 10.3%를 상회한다.
영광군은 만 60세 군민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인지 장애가 발견되면 매주 수요일 협력 의사를 통한 진단검사를 무료로 실시한다. 이후 감별검사가 필요한 경우 관내 영광종합병원과 영광기독병원에서 실시하는 혈액검사와 뇌영상촬영(MRI, CT) 진료비를 1인당 최대 8만원 지원한다.
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14명의 전문가가 치매 예방, 상담, 조기진단, 교육 등 유기적인 ‘치매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매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치매전담 종합요양시설 개원
치매환자가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경찰시스템에 지문, 얼굴사진과 보호자 연락처 등 정보를 미리 등록하고 손목형 배회감지기(행복GPS)를 보급했다. 이로써 보호자도 치매환자가 집 밖으로 나갔을 경우 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소득기준 상관없이 치매환자 약제비 월 3만원(연 36만원)을 지급하고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기저귀, 요실금 팬티, 영양제 등 조호물품을 최대 1년까지 제공한다.
일상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는 돌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치매파트너를 시행해 인식개선에 앞장섰다. 또 가족이 없거나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한 치매환자에게는 가정법원에 선임된 치매 공공후견인을 지원한다.
영광군 공립요양원은 총사업비 62억원을 투입해 백수동초등학교 일원에 연면적 2228㎡ 2층 규모로, 1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치매 전담 종합요양시설로 내년 초 개원을 앞두고 있다.
김점기 영광군보건소장은 “치매는 현상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평소 채식 위주의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보건소에서는 생애주기별 맞춤 예방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 이 덕 희 영광군치매안심센터 팀장
“안심택시 타고 편히 오세요”
- 치매안심센터 팀장을 맡아 여러 사연들을 접할 것 같다.
치매 어르신은 날마다 컨디션이 달라진다. 미용을 해드리거나 꽃바구니 만들기를 하면 ‘태어나서 꽃을 처음 받아본다’ ‘자식도 하기 힘든 걸 해줘서 고맙다’란 말을 조용히 건네줄 때 가슴 한 편이 짠하다. 지난해 치매조기검진을 위해 마을을 찾았을 때, 두통과 눈떨림을 호소하신 어르신이 있었다. 가족이 없어 마을 이장과 연계해 바로 병원 진료를 받도록 했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시술로 위기를 면한 적도 있었다.
- 치매안심센터 운영은.
전문인력 수급이 시급하다. 2019년 개소할 때만해도 19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현재 13명으로 줄었다. 치매 어르신을 개인별 맞춤 관리하고 있기에 직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어르신이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6개월 전문 교육을 마쳐야 경로당을 방문해 인지 선별검사와 투약관리 등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실질적인 현장 근무도 가능하다. 그러나 부서 이동이 잦아 실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치매 어르신은 돌볼 때 어린아이 돌봄과 비슷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 개선해야 할 점은.
농촌지역에서 어르신의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치매 어르신은 보호자가 있더라도 마음 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도비 150만원과 군비 350만원을 들여 모범택시운전회와 협약을 맺고 치매안심택시 서비스를 도입했다.
치매안심택시는 경증 치매 어르신과 가족, 치매정밀검진대상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치매검진사업과 프로그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9월부터 시행됐다. 이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 시간과 정밀검진 예약시간에 맞춰 운행되며 최대 4명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치매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군비로 집행되고 있다. 중앙부처가 나서서 소득기준 상관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치료관리와 감별검사를 국비로 지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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