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지역특화 치매서비스 활성화방안(치매안심마을 성과와 개선점)

​치매환자와 관리비용은 눈덩이로 불어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치매환자와 관리비용은 눈덩이로 불어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치매안심마을’ 중심 친화적 환경 조성
인식개선에만 치중…인프라 확충에 눈 돌려야
도시형·농촌형으로 구분하고 치유농업에도 주목해야

지역이 함께 환자·가족 돌본다
이제 치매는 일부에게만 찾아오는 특별한 질환이 아니라 누구나 맞닥뜨려야 할 삶의 마지막 단계다. 치매환자는 올해 97만7천명에서 2070년 338만명, 관리비용은 2050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며 더 이상 가족에게만 돌봄을 맡길 수만은 없다. 초저출생 문제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옥죄는 시한폭탄인 치매문제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을 내놨다.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이전 계획을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치매관리 전달체계 효율화’ 비전 아래 전문화된 치매관리와 돌봄과 치매관련 정책기반 강화로 구분된다. 주요 추진과제는 ▲치매예방과 초기관리 ▲돌봄과 가족지원 ▲전달체계와 인프라 구축 ▲치매 연구개발과 사회적 환경 건설 등이다.

윤석열 정부는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중 치매안심마을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45번 국정과제에 ‘지역사회 기반 맞춤형 치매돌봄서비스 강화’를 구체화하기 위한 핵심주체인 치매안심마을은 2019년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256곳의 치매안심센터가 2곳 이상의 치매안심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환자와 가족이 고립되는 걸 방지하고 원래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게 지역사회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2019년 여의동을 시작으로 2020년 양평2동, 2021년 당산1동, 2022년 신길5동 총 4곳을 지정했다. 치매안심마을이 소재한 한강미디어고등학교와 협약을 체결해 사진영상학과 학생들이 치매환자의 가족사진을 촬영한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참여하는 이동식 카페 ‘기억다방’(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도 운영하며 기억력에 좋은 차를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치매 예방 인지활동으로 에코백 만들기 체험도 진행했다.

치매안심마을은 윤석열 정부의 치매종합관리정책의 핵심이지만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
치매안심마을은 윤석열 정부의 치매종합관리정책의 핵심이지만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

일상생활 지원이 사회적 부담 완화
치매환자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지향하는 치매안심마을 주요사업이 관리와 지원시스템 구축에 치중해 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물리적 환경 조성은 벽화 그리기, 보행로 개선, 안내판 설치처럼 시설물 설치나 개선이 대부분으로 가족의 돌봄부담을 덜고 치매환자에게 안전한 인프라 구축은 후순위로 밀려있다.

건축공간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치매친화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개선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치매안심센터가 진단서비스와 예방 캠페인, 가족모임과 같은 이벤트성 행사와 주·야간 보호에만 치중하고, 치매안심마을도 가족과 주민을 교육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봤다. 시설물을 설치하고 바꾸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도시 설계단계부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장기적 안목과 각종 돌봄서비스와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는 독립적이고 안전한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시설에 들어가는 것보다 사회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보고, 적합한 주택 위치·일상생활 편의시설 설계지침을 마련해 치매환자 일상성과 개별성을 고려하는 생활단지를 조성했다.

프랑스의 알츠하이머 마을은 5만㎡ 부지에 150여명이 거주하며 중세시대 시골풍으로 조성했다. 한 주택에 7~8인이 가구를 이루고, 편의시설로 보건소와 스포츠실, 레스토랑, 동물농장, 텃밭, 미용실, 외부인 숙소 등을 갖췄다. 내부공원은 주민들도 출입할 수 있게 개방해 교류를 돕고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호주 치매친화마을은 7인이 같이 거주하는 소규모 주택으로, 침실과 공용주방, 세탁실, 거실, 앞·뒷마당을 갖췄다. 소규모광장을 중심으로 주택들을 배치하고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영화관, 카페, 스파, 치과 등의 시설도 있다. 특이한 건 가게직원들이 환자들의 정보를 공유해 알레르기나 취향, 심지어 통장잔고까지 알 수 있게 했다.

농촌형 치매안심마을 모델안
농촌형 치매안심마을 모델안

치매안심마을, 도시형·농촌형으로 구분해야
치매안심센터가 독자적으로 물리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면 한국형 치매안심마을 미래모델로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경북형 치매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상북도는 치매환자가 연명이 아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병원시설 대신 살던 곳에서 건강과 휴양을 결합한 힐링케어를 지향한다. 경북은 치매안심마을 성공조건으로 ▲기존주민이 기피하는 대규모 요양시설 지양 ▲마을 돌봄시설 결합 및 주민과 상시 교류 ▲종합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 제공 등을 꼽았다. 그리고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구분해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희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는 많은 인구와 좁은 지역, 농촌은 적은 인구에 넓은 지역 등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도 사회참여 의식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수준도 각각 달라 치매안심마을도 거기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형은 광역치매센터, 상급병원과 요양병원, 재가복지시설, 주·야간보호센터와 같은 거점시설과 유관시설을 한데 묶는다. 농촌은 돌봄인력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농촌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활성화된 마을공동체 조직이 합쳐지면 농촌형은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더 환영받을 수 있다.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치유농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농촌형 치매안심마을에 이를 결합하면 상당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송미나 한국농수산대학교 현장교수(힐링팜 대표)는 “전북 완주군의 치매안심마을은 치유농업이 비약물적 치료프로그램으로 포함돼 1년에 24회에 걸쳐 농장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해본 결과,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심리적으로 안정됐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치유농업을 통해 농촌에서도 치매를 충분히 돌볼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제언-이승훈 경기도 광역치매센터장

        “안심공동체로 환자·가족 함께 돌봐”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치매환자들이 많은 곳으로 도시와 농촌, 도·농이 섞여 각기 다른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광역치매센터 중 처음으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치매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치매공공후견인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 광역치매센터의 이승훈 센터장은 치매안심마을을 도시형·농촌형·도농복합형으로 구분 짓고 각기 다른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승훈 센터장 일문일답.

-경기도 치매안심마을 현황과 특징은.
경기도는 25개의 치매안심마을을 시작으로 현재 92개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각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최소 1개 이상의 치매안심마을을 운영 중이며, 시흥시는 가장 많은 9개를 운영하고 있다. 양평군(2019년)과 안양시 만안구(2020년)는 보건복지부 치매안심센터 경진대회 우수사례로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특화사업과 마을환경을 조성, 인식개선을 위해 방법을 모색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농촌형은 마을 중심으로 주미이 주도하는 형태여야 한다. 그래야만 부족한 인프라의 한계를 딛고 농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치매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경기도 추진방향은.
2018년도부터 경기도 특화사업으로 치매환자가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이 행복한 ‘경기도형 치매 친화적 안심공동체’ 실현에 힘쓰고 있다.

정부사업으로 진행되기 이전, 각 치매안심센터의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 기존 안심마을 운영사례와 타 시·도 운영사례 등을 종합해 세부 운영지침을 작성한 후 이를 토대로 치매안심마을 지정과 기반 조성을 위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치매 친화적 안심공동체 조성의 동기부여를 위한 우수마을 선정과 표창을 통해 치매안심마을 운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도시형과 농촌형 우수 운영사례를 공유해 다른 치매안심센터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치매안심마을의 개선할 점은.
지역의 주민들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시작점이므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여전히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실제로 치매안심센터 실무자가 동네에 방문할 때, 가정 내 경증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이웃들의 관심이 두려워 ‘치매’ 글자가 적힌 관용차를 타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운영위원회와 마을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치매예방에 적극 참여하게 하고, 주위에서 사례발견 시, 능동적으로 치매안심센터와 교류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서비스, 마을특징을 고려한 지역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지속적인 프로그램 제공, 치매안심 환경개선 등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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