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대표 생산자 조직 농협이
여성농업인 권익보호 위해 적극 나서
금융정보 제공하고 대변할 리더 육성하라”

■주간Focus- 농협 여성조합원·임원 확대하려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4월 발간한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지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농·식품 산업 분야에서 필수 자원인 토지, 서비스, 금융과 디지털 기술 등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표적인 생산자 조직인 농협이 전체 조합원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농업인에게 금융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이들을 대변할 여성임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다. 물론, 그 출발은 가입 문턱부터 낮추는 일이다. 

충남 부여 규암농협은 전체 조합원 3173명 중 여성조합원이 1170명으로 37%에 달하지만, 여성임원은 본점 1명, 지점 1명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본점 여성임원인 김정음 이사는 노래교실 일색이던 여성복지프로그램에 바리스타2급, 수납전문가2급, 생활공예, 행복힐링토크쇼 등을 신설해 여성조합원들의 역량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규암농협 전경
충남 부여 규암농협은 전체 조합원 3173명 중 여성조합원이 1170명으로 37%에 달하지만, 여성임원은 본점 1명, 지점 1명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본점 여성임원인 김정음 이사는 노래교실 일색이던 여성복지프로그램에 바리스타2급, 수납전문가2급, 생활공예, 행복힐링토크쇼 등을 신설해 여성조합원들의 역량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규암농협 전경

농가 인구 절반은 여성인데 
이장·농협임원은 10명 중 1명

여성은 농가 인구의 절반(50.3%)을 차지하지만 지역사회나 생산조직의 대표성은 매우 낮다. 이장 중 여성 비율은 10%(2022년 12월 기준), 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은 9.9%(2023년 7월 기준)에 불과하다.

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이 낮은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농업인들은 “조합원 가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 1994년 복수조합원제도가 실시됐지만, 현장 여성농업인에겐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라는 것. 공동경영주 자격으로 조합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경기 화성의 한 여성농업인은 “여성농업인이 겸업을 하면 공동경영주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조합원 가입 자체가 불가한 데다 공동경영주인 여성이 조합 가입을 원해도 지역농협마다 다른 잣대로 자격을 심사한다”고 전했다. 

경기 평택의 한 여성농업인은 “농업정책이 주로 농가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주요 의사결정도 1가구 1표, 남성 중심적”이라며 “복수조합원으로 가입해도 이점이 없는데 왜 하느냐는 불편한 시선도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체 농업인 중 여성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올 7월 기준 전체 농협조합원 209만7257명 중 남성이 137만6084명, 여성이 72만1173명으로 여성조합원이 34.4% 수준에 머문 까닭일 수 있다. 

대의원이나 이·감사 자격 기준도 경영주 자격에 더해 출자금·예치금·농업거래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탓에 대부분 공동경영주인 여성농업인에겐 대의원 진출부터 유리천장인 셈이다. 

‘농업경영체 분리’로써 자격 기준을 통과해도 첩첩산중이다. 대개 마을당 할당되는 대의원은 1명으로 여성 몫으로 돌아오는 건 드문 사례다. 

공동경영주 겸업 허용하고
대의원부터 여성 할당 40%↑ 

2015년 여성임원 할당제도로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조합은 여성이사를 의무 선출하도록 했지만, 올해 7월 기준 전체 농협임원 중 여성 비율은 이사 12.6%, 감사 1.7%, 조합장 1.2%로 평균 9.9%다. 

그나마 지난 3월8일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전체 1111명의 조합장 중 여성조합장 13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2회 선거에서 8명에 불과했던 데 비해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여성조합장 증가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와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 그리고 권익 제고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임에 틀림없지만, 여전히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대표성과 지위는 낮다. 

더욱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 지위와 정책 과제’ 보고서는 여성임원 할당제도로 여성농업인이 대의원이나 이사로 진출해 있는 지역농협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이사회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봤다. 

여성농업인의 역량보다 특정 여성농업인단체가 순번으로 맡거나, 남성임원 배우자가 임원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여성농업인들은 공동경영주의 겸업을 허용함으로써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임원 선출 시 성비를 고려해 대의원부터 여성임원 할당제도를 적용하고, 할당 비율 또한 4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학재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차장은 “복수조합원제도와 여성임원 할당제도를 통해 여성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중앙회가 지역농협을 평가할 때 여성 비율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 지난해 연말 여성임원 9.5%에서 올 7월 기준 9.9%로 소폭 증가한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