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조합원에게 듣는다 - 광주광역시 서구 서광주농협 전성자 이사

1988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여성농업인의 조합원 가입이 가능해졌다. 1994년 농협법을 통해 농가에서 여러 농업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복수조합원제가 도입되면서 여성 농업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 이에 2015년부터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에서는 여성대의원, 여성이사 등 여성임원을 1명 이상 선출토록 하는 여성임원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다.

임원·조합원·직원과의 소통이 상생 첫걸음

여성임원의 길잡이…‘겸손한 배움’ 먼저

전성자 서광주농협 이사는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한다.
전성자 서광주농협 이사는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한다.

“여성인 게 부끄럽나요?”
전성자(한국생활개선광주광역시연합회 동운지회 회원) 이사는 지난 7월 보궐선거에서 대의원 63명 중의 42표를 얻으며 서광주농협 이사로 합류했다. 전 이사는 지난해 이사직 선거에서 2표 차로 낙선한 바 있다. 대의원 활동 7년여 만에 이사직을 맡으며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1972년에 설립된 서광주농협(조합장 문병우)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 도심 속 농촌을 가꾸며, 농촌의 이웃으로서 농업인과 도시민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또 금융, 보험, 지역봉사, 문화복지와 환경 등 지역경제발전과 복지를 선도하며 지역주민과의 화합과 소통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서광주농협은 올해 7월 말 기준 조합원 2172명 중 여성 조합원 878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여성의 참여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사도 선출직이다 보니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이란 걸 처음 해봤어요. 대의원 가정을 방문하기도 하고 전화로도 선거 유세를 펼쳤죠. 공약을 걸고 앞에서 발표하고, 이런 과정들이 여성으로서 부담스럽고 부끄러움도 컸어요. 그래서 여성이 임원에 도전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7년간 활동해 온 대의원 평판이 이사직 당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 전 이사. ‘소통의 대가’라고 자부했던 그에게도 ‘소통’의 주제는 늘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합원과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잘 배우고 익혀서 더 많은 여성임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터를 잘 마련해 놔야죠. 그래야 여성농업인의 목소리가 현장에 반영되고 심의에도 참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사 임기는 4년. 매번 선거를 통해 이사를 이어갈 수 있다. 보궐선거를 통해 후발주자로 합류한 그는 이번 임기를 2년6개월가량 남겨 놓고 있다.

여성이기에 망설이기보다 관심갖고 도전
여성농업인들도 주도적으로 농업경영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라는 게 전 이사의 의견이다. 조합원은 관내 1천㎡(약 300평) 이상의 농지 대장과 경영체 등록으로 임원보다 수월하게 가입할 수 있다.

임원은 다르다. 이사 입후보·유지 자격에는 출자금, 경제사업, 공제 등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역할은 1년 예산을 세우고 사업계획, 수지예산을 변경하거나 또 직원들의 성과금 지급도 심의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결정사항에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요. 특히 중요한 의결일수록 여성 임원들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죠. 임원과 조합원 간에 소통에도 여성 임원들이 훨씬 능통하고 대외적으로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전 이사는 제대로 밑바닥부터 배워 후배 여성임원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단다. 또 여성조합원의 임원 참여 비율을 늘리기 위해 실질적인 고민과 경험을 하겠노라고.

“임원이라는 권위보다는 고령화된 조합원들에 대한 배려와 봉사 정신을 발휘하고자 어려운 결심을 했어요. 부족하지만 하나씩 채우고 배워가며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에 힘쓸 겁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외적인 활동도 구상 중이며 후배 양성은 물론, 농협의 원활한 운영과 조합원의 수익 창출이 우선시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각오다.

광주광역시 남구 소재 대촌농협 조점님(왼쪽 맨앞) 이사는 여성조합원의 관심과 참여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소재 대촌농협 조점님(왼쪽 맨앞) 이사는 여성조합원의 관심과 참여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여성임원 할당제 무색한 10년차 여성 이사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대촌농협(조합장 이환형)은 1970년 10월에 설립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남성 조합원은 1174명, 여성은 876명으로 조합원 2050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0%가 넘는다. 대촌농협에서는 15년 전부터 여성 이사가 활동해 오고 있다.

당시 전국에서 손에 꼽힐 만큼 이례적이었다.

조점님(한국생활개선광주광역시연합회 대촌지회 회원) 이사는 3선에 성공하며 10년째 대촌농협 이사직을 맡고 있다. 조합장을 포함한 총 12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2명이다.

“12년 전 초선 때 총 61명 중 35표를 얻으며 당당히 여성이사로 당선됐죠. 여성조합원으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남편의 도움이 컸어요.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게 벌써 10년째 이사로 활동하고 있네요.”

대촌농협 농가주부모임 초대회장을 맡으며 10여년간 대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발로 뛴 만큼 조합원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이 3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여성이 안살림을, 남성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게 관습처럼 뿌리 박혀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남편 그늘에 가려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여성농업인이 꽤 많아요. 그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부터 여성임원을 늘리는 첫 단추인 셈이죠.”

앞으로 여성임원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 이사. 조합원 가입 홍보도 필요하지만 내실있는 조합원 가입 유도와 여성농업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농협마다 추진하는 수익사업이 다르기도 하고, 터무니없이 조합원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면 실질적인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자배당금을 비롯해 자녀 장학금, 명절 선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들과 수익을 배분해요. 여성농업인도 관심을 가지고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면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실무자인 직원과도 사기 진작 차원에서 절대 소통이 필요하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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