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협 여성조합원·임원 확대하려면... (여성조합원에게 듣는다) - 충남 부여 김정음 규암농협 이사

농촌 성불평등 문제는 지역 농촌여성의 사연을 통해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충남 부여 김정음(직전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장) 규암농협 이사는 여성복지 분야를 담당하면서 여성조합원 프로그램에 변화를 가져오는 등 걸출한 성과를 냈다. 올해 4년차를 맞은 김정음 이사는 여성조합원이 이사·감사 등 임원에 선출돼 농촌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적 애로를 짚고,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규암농협에서는 지난달 25일 배추육묘를 1조합원 1상자 나눠 조합원들의 김장 걱정을 덜어줬다.
규암농협에서는 지난달 25일 배추육묘를 1조합원 1상자 나눠 조합원들의 김장 걱정을 덜어줬다.

4년차 규암농협 이사…생활개선회 교육 벤치마킹
남편이 농협 임원이면 아내는 그림자…‘유리천장’ 만연

농협 여성임원은 2명 남짓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충남세종 지역농협의 여성임원은 159명이다. 전체 임원수 1477명 가운데 여성은 14.6%다.

충남 부여 김정음 규암농협 이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여성복지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자격증교육 등을 운영, 여성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충남 부여 김정음 규암농협 이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여성복지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자격증교육 등을 운영, 여성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충남 부여 규암농협(조합장 정동현) 조합원은 3173명이며 이중 여성조합원은 1170명으로 37%로 나타났다. 임원은 16명인데 여성은 2명으로 본점과 은산지점에 각 1명씩 있다. 임원을 선출하는 유권자는 대의원인데, 61명 중 여성은 17명에 불과하다.

지노네농장 공동경영주인 김정음 이사는 6280㎡(1900평)에서 캘벨얼리, 샤인머스켓을 재배한다.

“총회나 봉사 있으면 농사일 하다가 씻고 화장하고…. 하루에 서너 번 샤워하는 것도 힘들어요. 남편은 밭에서 옷만 툭툭 털고 나가던데, 여성이 임원이면 옷차림도 신경 쓰게 되고 바쁘죠. 이런 까닭에 요직을 피하는 농촌여성들도 많은 거 같아요.”

농촌 성불평등…어디서부터?
“규암면도 여느 농촌처럼 남성 마을리더가 많아요. 농협에서는 대의원을 각 마을 영농회별 남성 1명, 2~3개 마을 영농회별 여성 1명을 선출하는데, 여성은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요. 청년회, 노인회 등에서도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게 농촌문화가 개선돼야 합니다.”

김정음 이사는 각 마을의 부녀회장들이 임기동안 여성주민 대표로서 면사무소, 농협 등에서 면장, 조합장을 만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녀회장이 임기가 끝나면 농촌아낙으로 돌아가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부녀회 외에도 농촌여성들에게 다양한 창구가 마련돼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활동에 나서야 여성 이장도 탄생할 거예요.”

마을보다 큰 사회가 지역농협이다. 농협에서는 부부 중 남편이나 아내가 임원으로 활동하면 배우자는 최소 임원 임기 4년 동안 출세길이 막힌다. 농협 임원인 남편을 내조하면서 평판을 중시하다 보니 몸가짐을 조심하게 된다는 것.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장을 하면서 가까워진 시·군 회장의 사연을 접했어요. 남편이 농협 임원을 맡고 있어서 남편 임기가 끝나면 자신도 이사에 출마하겠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대요.”

생활개선회 활동 밑거름 돼
김 이사는 생활개선충남도연합회를 이끌며 호응이 높았던 도 행사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로 전파되는 선례를 봐온 터라 규암농협에도 새바람을 일으킬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바리스타2급, 수납전문가2급 자격증교육과 생활공예, 행복힐링토크쇼를 신설했습니다. 고령여성조합원의 참여가 저조했는데, 바리스타교육에 70대 여성조합원 3명이 참여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김정음 이사는 일괄적으로 이뤄지던 밑반찬봉사도 꾸러미로 전환해 기존의 틀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반찬통에는 ‘규암농협’을 표시하며 선행과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활개선회원들에게 인기 있는 교육은 여성조합원들에게도 통했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최종욱 규암농협 여성복지과장께 보여주면서 적극 소통했어요.”

“여성조합원 역량강화에 힘쓸 터”
규암농협은 배추육묘 나눔이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3~5일 고향사랑모임 조합원들이 직접 파종한 배추모를 전체 조합원에게 각 1판(105구)씩 나눴다. 덕분에 조합원들은 배추모를 직접 재배하며 김장 걱정을 덜었다.

김 이사는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배포가 크고, 굵직한 사업을 펼쳐야 좋아한다”며 “파워풀한 추진력을 남성에게서 기대하는 경향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농협 과장 등 행정 출신 여성들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에 대해 “매체에서는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지만, 농촌현장에서는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라며 “여성조합원이 임원에 도전할 수 있도록 농협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암농협의 변화를 이끈 김정음 이사. 그는 다른 읍·면에서 조합원을 만나면 해당지역 농협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정보를 교류한다고 했다.

“규암농협 여성복지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여성조합원들과 더 화합했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재선에 나서 내 고향 농협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 김정음 이사는요~ - 최종욱 규암농협 여성복지과장
“여성조합원 삶의 질 높이고 화합”

김종욱 과장
김종욱 과장

- 김정음 이사의 활동상은.
김정음 이사는 입담이 좋고, 회의에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합원들과 융화하려고 한다. 생활개선회 활동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식견이 넓더라. 농협에서 고향주부모임 초창기 멤버로 매사 열정적이다. 고향주부모임 총회를 구성하고 여성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 여성조합원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 의견을 제시하고,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했다.

- 농협서 주목한 김 이사의 성과는.
김정음 이사와 함께 여성조합원 여성복지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했다. 특히 바리스타2급 자격증교육은 인기가 많아 2개 반으로 나눴다. 조합원들이 수업시간 되면 농사일 하다가 장화 신고서라도 참여한다. 조합원 핵심사업인 육묘나눔사업에도 김 이사가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배추육묘나눔은 고향사랑모임과 농가주부모임이 파종을 주도하고 있어 김 이사의 역할이 컸다.

- 앞으로 규암농협은.
규암농협은 하나로마트를 짓고 있다. 내년에 완공되면 마트 내 쉼터 공간을 만들어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바리스타2급 교육을 받은 여성조합원을 배치해 쉼터를 활성화하겠다. 농협에서 배운 기술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해 조합원들에게 기쁨을 드리겠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여성조합원들이 만족도를 높이는 규암농협 여성복지과를 운영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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