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전국 최초 가사수당 도입 착수
여성 가사부담 가중 여전…코로나 팬데믹으로 심화
지자체 재원 마련과 포퓰리즘 논란은 숙제

광주여성가족재단과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3월 가사수당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실화 방안을 모색했다.
광주여성가족재단과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3월 가사수당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실화 방안을 모색했다.

■기획특집-가사수당 도입 가시화되나…

지방선거에서 수면 위로 부상
490조9천억원.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다. 그동안 ‘아무나 하는 일’ ‘허드렛일’로 여겨지던 가사노동은 가정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닌 노동으로 재평가받으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가사수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후보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후보가 가사수당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것.

허태정 당시 후보는 1번 공약으로 대전형 가사수당을 내걸었다. 가사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보상하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사노동 전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에서 가사노동에 전담하는 남녀에게 가구당 1명에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급대상은 약 10만명으로 예상했다.

현금성 지원으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허 후보측은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며, 시민 수요조사에서도 가사수당 도입 찬성의견이 70%를 넘었다고 반박했다. 이미 양육수당·아동수당·청년수당·노인수당 등 생애주기별로 현금성 복지정책이 자리 잡은 만큼, 가사수당도 도입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허 후보가 낙선하며 가사수당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선거 캠프에서 내놓은 공약이라 시 차원에서 논의는 없었다”면서 “대신 가사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비로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 주 1회 4시간, 월 최대 4번에 가사도우미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가사수당 포함
3대 공익수당 본격화

이와 달리 광주광역시는 강기정 시장이 당선되며 가사수당·참여수당·농민수당 3대 공익수당 공약을 실현하기로 하면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족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저평가돼 있고,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회가 돌봄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이유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시민 1045명을 대상으로 한 ‘가사노동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 가사수당 도입에 찬성이 80.5%로 압도적이었다. 가사수당이 생기면 ‘가정경제 도움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90% 이상으로 효과를 기대했다. 지급대상 고려사항으로 ‘미성년 자녀수’ ‘가구소득 수준’ ‘부모부양 여부’ 순이었다.

광주광역시는 가사수당을 포함한 공익수당 추진의 컨트롤타워로 행정부시장 직속으로 광주전략추진단도 구성했다. 전략추진단은 지급을 누구에게 할지, 지급액은 얼마로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류수지 광주전략추진단 주무관은 “연구용역 결과가 7월에 나왔고,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안이 만들어지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거쳐야 하고, 시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조례 제정도 필요해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류 주무관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 예산을 편성해야 돼서 도입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의회도 가사수당 도입에 조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본회의에서 임미란 광주광역시의원은 “광주는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농민수당, 가사수당, 참여수당을 도입하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 의원은 “농민수당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근거를 두고 시행을 하고 있다”면서 “가사수당은 전국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례로 근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의원은 광주의 놀라운 실험이 전국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처럼 가사수당 도입 논의는 현재 광주광역시가 유일하다. 다만 가사노동을 자녀와 부모의 돌봄까지 본다면 서울시의 ‘서울형 아이돌보미’ 지원도 포함될 수 있다. 서울시는 조부모와 삼촌, 이모, 고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이 한 달에 40시간 이상 아이를 돌보는 가정에 아이 1명당 월 3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4개월 이상 36개월 이하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생길 수 있는 기준 중위소득 150%(3인 가구 기준 월 665만3천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다.

수당 지급은 아니지만 경기도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가사 스트레스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가사노동의 사회적 지원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과 삶의 질 증진에 입법취지를 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례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 측정과 진단 지원, 심리 상담과 치료지원, 커뮤니티 공간 마련, 교육과 홍보는 물론이고, 도민참여단 운영도 포함했다.

 

■미니인터뷰 -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가사노동, 남녀 불균등 여전…
사회가 분담하는 체계 마련해야

광주여성가족재단이 내놓은 ‘광주형 가사수당제도 도입 타당성 및 추진방안 연구’에서, 가사수당 추진 시 우선 지급 대상은 ‘부모·자립 전 자녀와 살면서 가사 돌봄을 전담하는 40~59세 비경제활동 인구’가 적합하다고 봤다. 가사수당이 필요한 이유로 가사노동에 따른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 노인 돌봄이 가사노동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 팬데믹 발생 시 가사노동 부담 완화 등을 들었다.
다음은 책임연구자인 김경례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가사노동 현황은.
2019년 생활시간조사(5년 주기 실시)에 따르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2분, 여성은 2시간58분으로 여성이 3.4배 더 많았다. 1999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23분 증가하고, 여성은 25분 감소해 젠더 불균형이 다소 완화된 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성별 불평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가사노동 시간은 30대 여성이 4시간20분으로 가장 긴데, 자녀와 부모를 돌보는 시간까지 포함돼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길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정관리로 한정하면 40대 이상 여성이 3시간대로 더 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가사노동의 변화는.
가사노동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돌봄노동은 영유아 보육과 학교급식, 장기요양보험를 통해 가정 내 부담이 완화되는 탈가족화가 이뤄졌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아이와 노인 돌봄을 가족이 다시 떠안게 됐고, 재택근무로 일상적 돌봄이 가중되며 가사와 돌봄노동이 재가족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중 여성 특히 전업주부의 자녀 돌봄시간이 크게 늘었다. 무급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남녀 간에 불평등하게 배분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들에게 집중된 무급 가사노동을 사회에서 분담하는 체계마련이 필요하다.

-가사수당은 왜 필요한가.
무급 가사노동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지만 한국은 더 뚜렷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여성이 무급노동의 76.0%를 수행했고, 한국은 82.8%를 수행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가족이 책임지는 현상을 보였고, 특히 그 부담은 여성에게 더 가중됐다. 여성이 과도하게 부담해 온 가사노동을 균등하게 분담할 수 있고,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직접적인 시도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가사수당 지급을 고려할 수 있다. 가사노동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늘고 있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급대상과 지급액은.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지급하는 11개 정책수당의 사각지대는 40~59세 연령층으로 볼 수 있다. 가사수당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녀 또는 부모, 조부모를 돌보는 40~59세 연령층을 지급대상으로 추릴 수 있다. 광주의 40~5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10만명으로 본다.

지급액은 시민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 30만원과 연 6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각각 55억2천만원, 110억4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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