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지역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운영실태

소규모 농가가 무턱대고 창업하기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농가에서는 각 지역의 농업 관련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기도 한다.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대로 판매하거나 원물을 가공해 생산자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가공기반을 갖추지 못한 농업인들을 위해 초기설비 투자 없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유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품목 소량생산 시설을 갖춘 농산물가공센터는 실제 가공 경험을 토대로 개별농가에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공설비 고장으로 인한 원거리 출장AS는 즉각적인 수리가 어려워 불편을 초래한다.  
가공설비 고장으로 인한 원거리 출장AS는 즉각적인 수리가 어려워 불편을 초래한다.  

원거리 출장수리 요청에 업체는 ‘하세월’
담당공무원 10년 임기제로 전문성 강화해야

“가공교육 좋지만 대량생산까지는 글쎄~~”
전북의 A농가에서는 별도로 가공설비를 구축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물에서 완제품까지 모든 가공은 개인이 하고 있지만 포장하기 위해 1년에 두어 번 농산물가공센터를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해썹(HACCP)인증을 받은 센터에서 1시간 포장작업을 위해 작업에 필요한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B농가는 “농가에서는 인력수급문제가 가장 크다. 대개 농촌에서는 고령 인력이 대부분이라 채용이 쉽지 않고 어렵게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다. 섬세하고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식품가공에 있어 교육하더라도 인식 자체가 바뀌기란 쉽지 않다”며 심각한 농촌 인력난을 대변했다.

식용꽃을 가공해 판매하는 한 농가는 낮은 가공수수료율 때문에 지역의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서는 운영인력이 부족해 가공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은 물론, 대부분 기간제 인력이라 교체되는 시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공백기의 불편함은 오롯이 농가의 몫이라고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정적인 운영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전남의 민간제조시설을 이용해 식품가공을 하고 있는 이모 대표는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시제품 개발 또는 소규모 생산 중심이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농가에서는 법적인 인허가 문제와 위생에 관한 해썹 인증이 가장 큰 문제인데, 가공센터에서도 시판할 수 있는 대량 생산과 유통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정부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농가에서는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식품가공교육은 많은 도움이 되지만 교육이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 판매와 유통에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 잼, 분말, 베이커리 등의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교육과 이를 뒷받침할 전문강사 인력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공설비 원거리 출장수리, 대체 언제?
전북의 한 특산물가공센터는 진입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산 중턱에 설립된 이 센터는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비좁은 농로 때문에 대형차량이나 눈이 오는 날에는 멀찌감치 돌아 출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일부 가공센터에서는 입찰을 통해 설치된 가공설비 중 기업의 도산이나 경영난으로 인해 AS조차 받기 어려워 기계가 고장나면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어 안정적인 설비구축과 원활한 품질관리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가공설비는 원거리 지역에서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계 고장으로 출장AS를 요청한다 해도 수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가공 중단으로 생길 수 있는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고 센터에서는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다양한 가공설비가 구축되면 전문인력 확보가 우선이지만 아직까지 센터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대 10년까지 임기제 도입 필요
많은 농가들이 농산물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자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찾고 있지만 본질을 살펴보면 창업교육 시설로서의 목적도 갖고 있다. 그러나 군 단위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농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농업기관 관계자는 말한다. 이에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1~2년 간격으로 보직이 순환되다 보니 전문성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군단위 운영인력을 3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임기제를 도입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일부는 행정업무에서 가공업무로 변경되다 보니 초반 업무 파악과 적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해 비효율적이라며 꼬집었다. 특히 특산품가공 전문인력이 없는 지역은 시제품 개발도 쉽지 않다.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지자체가 요구하고 수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교육에 참여할 농가가 부족한 것도 여전히 숙제다. 

창업교육을 통해 1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70여개의 시제품을 개발한 한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가공생산이나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특광역시농업기술센터는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없이 현재 20여곳의 농가에서 개별로 가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는 운영방법과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식품가공업, 즉석식품 판매업 등 인허가 문제나 행정처리 부분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농가의 부담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내년 하반기에 소용량 다품목 위주의 전국최초 ‘공유주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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