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운영실태
#1. 작년에 부추즙 가공에 한 달 넘게 대기했어요. 산간지역 특성상 3가지 이상 다작하는 농가가 많은데, 농번기엔 특정 가공설비에 수요가 몰려 적기에 사용하기 힘들어요.(농업인 A씨)
#2. 식혜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엿기름 가공시설이 없어 전기밥솥을 사용해 만들었어요. 로컬푸드직매장에 식혜가 성공적으로 입점해 쌀 당화액 전용기를 센터에 요청했는데, 아직도 계류 중이에요.(농업인 B씨)
농업인들의 창업 인큐베이팅을 위해 2012년 농촌진흥청 공모사업 ‘농산물종합가공지원사업’으로 물꼬를 튼 농산물가공지원센터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농업인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농업인 “무거운 농산물·가공식품 옮기기도 벅차”
공무원 “가공센터는 공장제한구역…설비증축 어려워”
기술 활용 능숙한 인력 배치돼야
한 농업관계자에 따르면 시군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 분야가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업무로 전락했다고 한다. 가공기계 숙달과 해썹 재인증 관련 업무가 까다롭고, 이용하는 농업인들에게 잦은 민원이 발생해서다.
공무원은 1~2년 주기로 인사발령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가공센터에 상주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지만 8~10개월 계약직으로 또 바뀔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잦은 인사이동은 가공센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충북 C지역 농업기술센터는 농산물가공협동조합을 설립해 이사진과 조합원의 농산물가공기술 역량을 높임으로써 ‘판매원’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농산물가공은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기계를 고장 내고, 다치게 되는 경우가 있어 기초·심화과정의 교육을 수료해야 조합원 가입 자격이 주어집니다.”
농업기술센터 가공지도사는 “가공기계가 지자체 재산으로 등록돼있고, 각각의 내구 연수가 있어 타당한 근거가 없으면 바꿔주지 않는다”며 “연식이 오래돼도 조금씩 내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가며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사는 “원리는 똑같아서 잼 라인에서 조청도 만들고, 과채 라인에서 퓨레를 만든다”고 부연했다.
이곳은 연초에 농산물가공아카데미 강좌를 열어 신규인원을 모집한다고 했다.
여성농업인 조모씨는 “농사짓느라 바쁜데 언제 교육을 받으러 다니겠나”라며 농촌환경을 고려해 교육과정이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모씨는 “부부가 조합원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일부러 남편만 조합원이 됐다”며 “남편만 조합원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그 시간에 저는 농사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후된 건물에 사용자 편의 ‘구멍’
충남 D지역은 지난 2013년 농촌진흥청 국비 공모사업 ‘농산물종합가공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전국 4개 시군 가운데 한곳으로 도에서는 일찌감치 가공사업을 꾸린 선발주자다.
전화통화에서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는 “솔직히 농산물가공사업은 후발주자일수록 최신가공기계를 들여놓을 수 있다”며 “지역 가공기계가 노후된 편이라 자랑할 만하진 못하다”고 털어놨다.
D지역 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영농조합 총무를 맡고 있는 여성농업인 심모씨는 직접 농사지은 딸기로 연간 잼 1000여병을 생산한다.
심모씨는 “딸기만 옮겨도 할 일에 반은 끝냈다고 생각할 정도다”며 “하루에 병당 530g 딸기잼 320병을 생산하는데, 힘이 쭉 빠져서 농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2배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8시간 동안 농산물 가공에 매달리느라 농장을 장시간 비우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걱정하며 “영농조합에서 지정한 딸기잼병에 라벨을 일일이 붙여야 하는 일도 자동화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곳 농산물이 출하되는 구간에는 경사로가 있어 차량 진입을 어렵게 했다.
사과즙을 가공하는 이모씨는 “사과는 무게가 있어서 생산 라인에 컨베이어벨트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 가공지도사는 “길이 경사져서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하면 고정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설명하며 “농산물을 효과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매년 지자체 예산 6100만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는 해당 지역은 농업기술센터 농산물가공 담당자가 이번에 바뀌어 해썹 관련 교육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가공센터 담당공무원은 지도사는 “농산물가공지원실을 확대하려면 공장부지로 등록을 해야 해서 제약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또한 가공센터 담당공무원은 “내년에 구상하고 있는 ‘농산물가공상품개발기반조성사업(국비)’을 관계기관과 연계해 시제품 개발실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시설 이용자가 많아지면 설비를 교체·추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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