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포커스-2022년 국정감사(여성가족부 등)
야당이 김현숙 장관 퇴장 종용하자 고성 오가며 산회되기도
여당 “여가부 위기는 文정부가 자초”
야당 “여가부 폐지해도 대통령 지지율 안 올라”
김 장관 ‘미니부처 한계 극복하고 통합추진 체계 갖출 것”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25일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 국정감사를 오전 11시에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막말논란과 야당탄압에 대한 사과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야당이 이를 보이콧하며 국감일정까지 지연돼 오후 2시가 돼서 시작됐다.
국감을 시작하기 전에 야당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님 여가부 폐지해도 지지율 안 올라요’, ‘여가부 폐지는 세계적 망신’이라는 피켓을 들고나오자 여당도 물러서지 않고 ‘여가부 위기는 문정부가 자초’, ‘발전적인 해체 적극 환영’, ‘촛불집회 보조금 전면회수’ 피켓으로 맞대응했다.
피켓으로 여야갈등이 일촉즉발로 내달았고 김현숙 장관의 선서 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비례대표)이 의사진행 발언에서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면서 국감 시작 10여 분만에 산회됐다. 양 의원은 “폐지를 주장하는 김 장관은 국정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 폐지를 하겠다는 장관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를 기만하고 뻔뻔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여당은 국감장에서 장관 퇴장을 요구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퇴장하라고 맞받아치자 고성이 오가며 결국 감사가 중지됐다.
겨우 재개된 국감에서 김 장관은 “2001년 여성부로 출범 이후 호주제 폐지, 성폭력방지법 제정과 친고죄 폐지,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확대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미니부처 한계를 극복하고, 영유아와 아동·청소년, 남성·여성, 노인까지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책을 하나의 부처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 남녀 모두 세대 모두가 평등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전환으로 양성평등정책 공감대와 체감도를 제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조직 개편 후에도 여성가족부가 수행하는 여성, 가족, 청소년 정책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법 개정에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 등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며 주요 업무를 소개했다. 김 장관은 “다양한 가족유형별 맞춤형 지원 강화를 위해 전국 224개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1인 가구에 특회된 지원을 위한 시범사업과 청소년부모 아동양육비 지원을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학령기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학습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조치 실효성 강화,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 도입도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성장 지원을 위해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을 수립하고 빈틈없는 이행을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과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자립과 생활지원을 강화하고,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해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증인심문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 시스템 연계를 추진 중에 있고, 권력형 성범죄, 공공부문 성희롱과 성폭력 근절을 위한 예방교육 강화,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 살아계신 11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양성평등정책 총괄 조정과 경력단절여성 지원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기싸움으로 변질되며 국감취지 퇴색
이날 화두는 단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었다. 여당은 여성가족부의 폐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를 펼친 반면, 야당은 세계적 망신이자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맞대응했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비례대표)은 “어느 부처에서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복지부와 여가부 업무가 겹치는 게 많고 분절적인 업무가 많아 통합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하자는 게 정부조직법 개정의 핵심이다. 34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독립부처형은 9개국뿐”이라며 김현숙 장관에서 여가부 폐지론의 정당성을 설명해 보라고 기회를 주기도 했다.
김 장관은 “보건복지부의 인구정책실과 통합해 아동, 여성, 남성의 생애주기별로 관통한 정책과 양성평등은 물론이고 인구문제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업무와 기능을 훨씬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독립부처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계 일부와 민주당 의원들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관통되는 양성평등 정책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본부로 이관하는 게 훨씬 유용한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양성평등본부장이 국무회의에 포함되더라도 배석권만 있지 의결권은 없고 결국 셋방살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사례를 보더라도 별도 부처를 두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데 여가부 폐지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가부는 4개월 동안 12번 회의를 했다고 했는데 여가부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 혹은 확대해야 한다는 회의 내의 주장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반영이 안 됐다”고 꼬집었다.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한 기록이 하나도 없는데 충분히 협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처를 통폐합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것인데 국장급 또는 실무자, 차관급 회의와 장관 간 대화가 다 기록됐어야 한다”며 절차상의 하자도 언급했다.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을)은 김현숙 장관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대사의 발언을 왜곡 인용해 외교 규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뉴질랜드 대사는 독립부처로 운영 중인 뉴질랜드 여성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등 다른 요인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발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김 장관은 대사가 ‘성평등 별도 부처는 중요하지 않고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독립부처가 있는 뉴질랜드 사례를 강조한 것인데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해 장관이 갖다 붙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현숙 장관은 주한 5개국 대사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소속과 신분을 밝히면 안 된다는 외교 룰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선 “간담회는 정책협력 강화를 위한 자리로 룰과 상관없는 자리라고 봤다”고 처음에는 했다가 “룰을 모른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왜곡했다는 지적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대사가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말씀을 나눠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한 의원은 증인선서를 해놓고 거짓말을 하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보건복지부 국장급 인사가 불법촬영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성평등 업무를 이런 부처에 맡긴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차관 거친 재정 관료 출신 인사인데, 성주류화 정책 펼치는 데에 여성가족부보다 전문성 있다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김현숙 장관이 “새로 만들어진 양성평등본부장이 역할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또한 “여가부 폐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사퇴할 것이냐”고 묻자 김현숙 장관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용 의원은 “반년 동안 수행한 업무가 여가부 폐지인 만큼, 폐지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환수 둘러싸고 블랙리스트 논란도
지난 5일 여가부가 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청소년단체가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며 전면 회수해야 한다는 권성동 의원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한 야당의 지적에 김 장관이 촛불시위에 보조금을 사용하면 환수하겠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경기 의왕·과천)은 “파란딱지, 빨간딱지 붙여서 보조금 심사에 탈락시키는 걸 블랙리스트라고 한다. 권성동 의원이 여가부 장관인지 헷갈린다. 권성동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행동에 나서 문제가 되는 단체는 정치적 목적의 보조금 사용 시 모두 환수 조치하겠다고 하고 뼈를 깎는 조사를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권력실세가 주장한다고 타당한 주장인지 확인도 안 하고 여가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라고 보조금을 중단하는 게 맞나. 언급된 단체들이 목적 외 보조금 사용이 확인된 거 있냐?”며 따졌다.
김 장관은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불법수급이 밝혀진 건 없다. 보조금에 관한 법률에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환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보조금 수령자들이 계획서대로 활동하도록 사용 전에 안내할 생각”이라고 해명하며 블랙리스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유정주 의원(비례대표)도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협의회 활동은 10월에 종료되고 결산 검토가 진행될 예정으로 아직 발견된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결산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그때 얘기하면 된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전에 환수하겠다는 장관의 발언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권인숙 위원장은 “(야당의원들의 피켓에 적힌)촛불집회 보조금 전면회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여가부 폐지를 놓고 폐지와 찬성을 주장할 수 있고 의견갈등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피켓은 너무 차별적이고 부당하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질의과정 중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이 오고가 안타깝다”며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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