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채선녀 순천시연합회장

“친할머니께서 지어준 이름인데 누가 이름을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어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다는데 선뜻 얘기하기가 부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강원도 원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채선녀 순천시연합회장은 결혼하면서 순천으로 내려와 터를 잡았다. 이름처럼 착한 성품을 가져서일까? 양파와 마늘, 콩 등 2314㎡(700평) 규모의 밭에서 농사를 지어 소소하게 지인들과 나눠 먹는다.

채선녀 순천시연합회장은 봉사에 솔선수범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존경심과 책임감이 든다며 올해도 정리수납 봉사를 주요 활동으로 이어간다.
채선녀 순천시연합회장은 봉사에 솔선수범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존경심과 책임감이 든다며 올해도 정리수납 봉사를 주요 활동으로 이어간다.

 

읍·면 회장 정리수납자격 소지

소외계층에 정리정돈 봉사 나서

지역과 상생하는 재능기부 펼쳐

“솔선수범 회원에 존경·책임감 커”

가공교육이 이어 준 생활개선회 인연
“장아찌를 상품화하려면 어떤 가공이 필요하고 어떻게 포장해서 판매해야 할지, 전 과정을 다 알려주더라고요. 비용 때문에 사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가공교육이 너무 좋아서 이곳저곳 많이 찾아다녔죠.”

생활개선회와의 인연은 2013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처음 가공 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채 회장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되는 여러 교육 중에서 1차가공 교육에 눈길이 갔고, 수강 중에 지인의 소개로 생활개선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순천시생활개선회는 10개의 읍·면·동에서 270명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순천시는 면적이 넓어 회장 한 사람의 역량보다는 회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읍·면·동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자긍심과 열정이 가득하다. 해룡면 회장을 시작으로 직전까지 5년간 시연합회 총무를 맡아 온 채 회장은 회원과의 호흡도 척척 맞는다.

순천시생활개선회는 지난해부터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이 모여 홀로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정리수납 봉사를 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2019년 생활개선회원 40명에게 정리수납 2급 자격증 과정을 교육했어요. 그때 딴 자격증은 지난해 한마음대회 오후 행사로 정리수납 봉사를 하면서 마침내 빛을 보게 됐죠.”

순천시생활개선회는 지난해부터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이 모여 홀로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정리수납 봉사를 하고 있다.
순천시생활개선회는 지난해부터 홀로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정리수납 봉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방법 ‘정리수납’에서 힌트
채 회장은 ‘일회용품 쓰지 않기’ ‘환경정화 활동’ 등의 흔한 탄소중립 실천 운동이 아닌 차별화된 사업을 고민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이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중 정리수납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그래서 지난해 한마음대회 2부 순서로 농촌지도자회와 96세 홀로 어르신 가정의 정리수납을 시작하게 된 것.

“일단 지역 회장들에게 추천을 받아요. 정리정돈이 필요한 취약계층이나 홀로어르신 가정이 어디 있을지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러면 해당 지역 면장님도 관심을 가져주니 생활개선회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위상도 서더라고요.”

홀로 어르신 가정을 비롯해 다자녀와 지체장애인 가정에서도 정리수납 봉사를 펼치며 지역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큰 틀에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가까운 이웃인 회원들이 솔선수범하는 것. 더불어 사는 삶 중심에 생활개선회가 있고 그 의미는 더 크기만 하다고 채 회장은 힘줘 말했다.

“아쉬운 건 이렇게 정리정돈을 해놔도 며칠 못가서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거예요. 보통 발달장애인이거나 다둥이 가정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정돈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에 정리정돈 해드린 96세 할머님댁은 유지가 잘 되고 있어요. 틈틈이 자식들이 와서 정리 해놓더라고요.”

보통 한 집에 20명이 투입돼 5~6시간 걸쳐 정리하게 된다. 채 회장은 접시는 접시대로, 그릇은 그릇대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고. 그동안 정리정돈에 필요한 옷걸이나 바지걸이, 수납 바구니 등 사전점검을 통해 물품을 구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기적인 환경정화 활동과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한편, 나눔행사도 진행했다. 

채선녀 회장은 여성장애인단체에 ‘찹쌀떡 만들기’ 재능기부를 펼쳤다.
채선녀 회장은 여성장애인단체에 ‘찹쌀떡 만들기’ 재능기부를 펼쳤다.

“어려운 이웃 먼저 살피는 회원에 감사”
“여성장애인들도 배우는 걸 좋아해요. 흔치 않은 기회에 강정도 만들고, 집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해 보고 싶대요. 이런 교육이 1년에 한두 번으로 그치는 게 아쉽긴 하지만 20명이 넘는 수강생들을 혼자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에요.”

떡 제조사 자격을 갖춘 채 회장은 여성장애인단체에 ‘찹쌀떡 만들기’ 재능기부를 펼쳐 소외계층에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뜻이 맞는 회원과 팀을 이뤄 정기적인 교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그래도 읍·면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회원들과 나누고, 또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등 회원들의 따듯한 마음은 봉사에 더 많은 열정이 샘솟게 한다.

“봉사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정이죠. 바쁜 일과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회의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는 읍·면 회장들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해요. 그저 나는 그 발자취에 동행할 뿐이고 그들에게 존경심과 책임감마저 듭니다.”

채 회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생활개선회의 뿌리인 읍·면·동의 작은 소식들도 지면에 많이 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