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생활인구’, 지방소멸 위기탈출 해법 될까

경남도는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민을 생활인구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남도는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민을 생활인구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구감소 시대에 정주인구 확보 ‘실패’

송미령 장관 “도시민과 관계 맺기 다양해져야”

농촌 체류형 쉼터·농촌유학 등 주목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재원 확보 관건

정주인구 유치 정책 “효과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 2026년 0.59명으로 예측하며 대한민국 소멸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구증가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쏟아부은 예산폭탄이 결국은 물거품이 된 근본 원인은 인구감소 시대에 인구증가 정책이란 잘못된 처방을 쓴 탓이다. 이에 지방소멸의 새로운 대책으로 농어촌지역이 대부분인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체류인구를 늘리기 위해 정부는 ‘생활인구’에 주목했다.

생활인구는 기존의 정주인구, 외국인 등록인구에 2023년 1월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주민등록상의 인구 이외에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체류인구를 포함한다. 체류인구는 관광객으로 대표되는 방문인구와 주민등록인구의 정주인구 중간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인구증가를 전제로 기존의 정주인구 유치 정책은 ‘인근 지역에서 인구를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됨에 따라 정부는 생활인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생활인구 데이터 확보를 위해 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올해는 인구감소지역 89곳(전남·경북 16곳, 강원 12곳, 경남 11곳, 전북 10곳, 충남 9곳, 충북 6곳, 부산 3곳, 경기 2곳, 인천 2곳, 대구 2곳)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생활인구 늘리기 특별위원회’를 지난 1월 출범시키며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내놨다.

▲세컨드 홈 활성화(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 ▲관광인프라 조성(미니 관광단지 신설과 인구감소지역 관광사업체에 금융・세제 혜택) ▲‘지역특화형 비자 확대’(지역 외국인 인구 확보) 등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생활인구 늘리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정부는 생활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생활인구 늘리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정부는 생활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의 ‘관계인구’ 시사점은…
생활인구는 일본의 ‘관계인구’와 유사점이 많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보단 관계가 약하고 관광하러 온 교류인류보다는 강한,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본은 2018년부터 15억엔 규모의 특별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인구 창출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고향납세제도 활용하고 있다. 고향납세를 받은 지자체는 이를 재원으로 고향 이주 촉진에 쓰고, 기부자와 관계를 유지해 미래에 정착하도록 유도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재직 당시 발표한 ‘도농상생의 농산어촌 유토피아 실천모델 구현을 위한 관계인구 활용 방안’에서도 인구 절벽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농산어촌에 농촌자원을 활용해 도시민(관계인구)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공간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제안했다.

송 장관(발표당시 선임연구위원)은 “농산어촌 관계인구 확대는 국민의 전반적인 행복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고 도농상생 균형발전 전략으로도 의의를 지닌다”며 “지역별로 특성이 다양해 역사, 문화, 환경 등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통해 지속적으로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시민들이 농산어촌과 관계 맺기를 하며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강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활인구는 기존 정주인구와 외국인 등록인구에 체류인구를 추가한 것이다.
생활인구는 기존 정주인구와 외국인 등록인구에 체류인구를 추가한 것이다.

농촌자원 활용해 생활인구 확보
생활인구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 정책을 중심으로 이주·정착 지원 사업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과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들 수 있디.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은 귀농·귀촌을 실행하기 전 도시민이 장기간 거주하면서 주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농촌학교로 일정기간 전학해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생태학습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남교육청은 서울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2021~2022년 551명의 유학생을 유치해 학부모를 포함한 715명의 생활인구를 유입시켰다.

‘농촌 체류형 쉼터’도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정부가 내놓은 농지 규제혁신안에 생활인구 확대 목적의 농촌 체류형 쉼터 조성이 포함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시민과 비농업인은 농촌에서 일정 기간 머물길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어 농촌 체류형 쉼터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를 한다고 해도 주택을 빌리거나 새로 짓기 부담스러워 농촌 체류형 쉼터에서 농촌의 적응력을 높이고 농업에 대한 경험도 쌓을 수 있다”며 “장래에 농촌으로 이주하길 원하는 도시민과 생활인구를 늘리려는 지자체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방정부도 생활인구 늘리기에 분주하다. 경남도는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로 도시민을 생활인구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등성이를 계단처럼 깎아 평지화해 만든 다랑논을 농촌경관 보전과 함께 도시민들에게 임대해 모내기, 김매기, 추수 등의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전북도는 출향민과 지역연고자 등 고나계를 맺고 응원하는 사람에게 ‘전북사랑도민증’을 발급하고,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을 제공하는 ‘전북사랑도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일본이 관계인구 확보에 고향납세제를 활용한 것처럼 고향사랑기부제를 생활인구 확대에 지정해 쓰는 방안과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가 중요하다.

심인선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활인구 추정과 활용에 대한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요구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기존 관광자원 활성화 방안에 더해 체류인구 대상 사업 확대와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정착과 생활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인터뷰-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식품부가 ‘생활인구’ 컨트롤타워 돼야

인구감소지역 대부분 농어촌…전담기구 필요
유입 외국인 갈등관리에 농촌여성 역할 중요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며 지역 간 정주인구 확보 경쟁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정책 대신 지역 활력을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 생활인구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구감소지역 대부분은 농어촌이 차지하고 있어 생활인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담기구 필요성을 언급하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간 인구 유치경쟁 극복을 위해 단순히 잠을 자는 인구가 아니라 지역에서 먹고 즐기고 일하는 인구가 중요하다. 생활인구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뿐만 아니라 소비하고 생산하는 인구를 포함함으로써 인구의 질적 측면을 반영한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방향으로 생활인구가 중요한데, 인구감소지역에서 생활인구 특성의 파악을 통한 맞춤형 정책설계를 위해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정책 추진방향은 어떻게.
체류인구 확보가 관건인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조화롭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일시적인 지방 이주가 가능하도록 근로와 교육 등에서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재편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성별·연령대·체류기간·목적 등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생활지역 간 불일치 현상이 증가하면서 공공서비스 공급비용과 편익 괴리가 발생하고 있어 복수주소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거주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 또는 직장 때문에 실생활을 하는 지역을 복수 주소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지방세와 지방교부세 배분으로 재정격차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생활인구 확대에 농식품부 역할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방소멸 해결의 큰 틀은 행안부가 맡고, 농식품부는 생활인구를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농촌소멸 대응 추진본부’를 발족했지만 소멸문제는 한 부처가 해결하긴 벅차다. 추진본부를 통해 생활인구 유입과 이를 활용할 정책을 발굴·실행하자.

생활인구에 외국인 등록인구도 포함되는데, 농업분야에 계절근로자 등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과 문화적 갈등을 줄이려면 화합과 소통의 노력이 핵심인데, 이때 농촌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족, 장기 관광객을 위한 정책 개발도 중요하다. 여러모로 농식품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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