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생활개선회는요~ - 가양주 제조 달인 홍성농촌여성들

가양주는 집에서 빚는 술이다. 마을잔치와 지역축제에서 술 빚는 경험을 해본 홍성농촌여성들은 자신의 손으로 술을 만들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가양주제조교육 기초과정이 회원들에 인기를 끌며 단체에 활력을 줬다. 회원들은 홍성사랑국화축제에 출품주로 참여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열정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홍성농촌여성들의 가양주 사랑은 농촌마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생활개선홍성군연합회 (사진 왼쪽부터)허미경 회원과 김양순 회장, 차숙현 총무, 이정옥 면회장이 국화를 혼합해 빚은 가양주 술잔을 부딪치며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한국생활개선홍성군연합회 (사진 왼쪽부터)허미경 회원과 김양순 회장, 차숙현 총무, 이정옥 면회장이 국화를 혼합해 빚은 가양주 술잔을 부딪치며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마늘·딸기·당귀 등 지역농산물을 가양주에 접목
가정에서 마을로 가양주 제조법 나누며 역량 발휘

술 빚으며 쌀소비 촉진
“술을 빚으려면 쌀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서 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도 커요.”

김양순 생활개선홍성군연합회장은 색다른 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에 ‘가양주’라는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한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농촌에서 쌀 소비를 실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농업인들 일상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술’에서 답을 찾았다.

가양주제조교육은 8주 동안 이뤄졌는데, 초심자가 노하우를 익히기엔 턱없이 짧게 느껴지는 기간이었다. 누룩을 직접 만들고 멥쌀, 찹쌀, 물을 알맞은 비율로 혼합해 도수가 17~18인 술을 만들었다. 물 양을 적게 할수록 단맛이 나고 도수는 높아졌다. 재미를 붙인 회원들은 가정에서 가양주를 복습하며 자신만의 술맛을 찾아나갔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 개최한 홍성사랑국화축제는 회원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자리였다. 가양주에 국화를 접목해 축제의 취지를 살렸으며, 출품한 국화주는 주조한 사람을 알 수 없게 블라인드 시연회를 열어 ‘가장 맛좋은 술’을 가려냈다.

적정비율·온도관리로 술맛 잡아
허미경 회원과 이정옥 장곡면회장은 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린 가양주 출품전시회에서 1·2등을 했다.

허미경 회원은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며 “축제가 여름에 열려 온도에 민감했는데, 온도 관리가 성패를 좌우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정옥 회장은 “가양주는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효모가 죽게 되는데, 일부 회원들이 중간에 밥을 한 덩어리 더 넣어 효모가 죽지 않고 단맛을 끌어올려 술이 더 맛있어졌다”고 부연했다.

애주가라는 차숙현 홍성군연합회 총무는 “찹쌀을 불려서 물 7ℓ를 넣어야 하는데 6ℓ만 넣어 단맛을 냈다”며 “물 대신 탄산수를 넣어 맛봤는데 시중에 판매하는 술보다 맛있었다”고 말했다.

술을 만든 뒤에 저장방식도 중요하다. 회원들은 농업인들은 저온창고를 구비하고 있어서 도시주부들보다 일정한 온도에서 술을 저장하기에 수월했다고 한다.

“말린 당귀를 우려서 가양주와 혼합했더니 향이 좋았어요. 오미자, 딸기 등 홍성에서 많이 재배하는 농산물도 활용해 맛있는 술을 만들어 봅니다.”

주민들 “맛있어서 ‘앉은뱅이 술’ 같아”
회원들은 가양주가 도수는 높아도 먹고서 후폭풍(?)이 없는 착한 술이라는 마을주민들의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시중 막걸리에 설탕을 섞어 마시곤 하는데, 이번에 물 양을 줄여 단맛이 나는 가양주를 드렸더니 ‘앉은뱅이 술’ 같다며 좋아하셨어요.”

차 총무는 앉은자리에서 못 일어나게 맛있게 술을 마시던 어르신을 보고, 술을 빚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탁한 밑술을 1/3 섞었더니 걸죽해졌어요. 남자들은 독하면서 걸죽한 맛에 매료됐죠.”

김양순 회장은 “가양주제조수업은 생활개선회에 애착과 소중함을 느끼고 실생활에 유용한 교육이었다”며 “이번에 지역 농특산물인 홍성마늘을 쪄서 흑진주술, 백진주술을 연습했는데 교육 강사의 반응이 좋았고, 올해 가양주제조교육 심화과정에 연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