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농촌여성 일자리 : 취업 막는 걸림돌은

농촌여성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정책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농촌여성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정책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농촌의 ‘좋은’ 일자리는 “아는 사람 통해”

시간제 원하는 농촌여성 선호도와 불일치

농외소득 나서는 여성에 되레 불이익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 남자보다 낮아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농업과 농가를 지탱하고 있지만 농촌에 여성이 줄어들면서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가족 형성을 어렵게 하고 노동력 부족으로 농업과 여타산업 성장 지체는 물론이고 돌봄 공백도 유발한다. 농촌의 여성인구 감소는 교육과 취업 때문에 떠나거나 이주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경제활동 참여는 남성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촌여성은 남성보다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각각 17.6%p, 16.8%p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도 여성이 남성보다 36.7% 적게 받았다. 2010~2022년 농촌여성 경제활동인구가 26만3천명 증가했음에도 남녀 격차가 여전한 건 농촌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공급과 수요가 매칭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순미 농경연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30~59세 농촌여성 10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농촌여성 취업자들의 가장 중요한 구직경로는 ‘사적 연줄망’이 43.8%로 가장 많았다. 취업알선기관(14.1%), 협회·단체(4.8%), 교육훈련기관(4.1%) 등 공적 연계를 활용한 비율은 낮았다. 비취업자들의 구직경로는 워크넷·고용센터(58.4%)와 민간업체(50.0%)가 월등히 높았고, 농어촌형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 29.1%, 지자체 일자리센터는 29.2%였다.

이순미 부연구위원은 “취업자들이 구직과정에서 고용서비스 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연계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응답이 22.4%로 높았고,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등록방법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경우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어 “정부 일자리 사업 취업 중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65.6%로 가장 높고, 체험마을 사무장이나 농업법인 인턴 등 농업·농촌 관련 일자리와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새일여성 인턴은 12.5%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농촌여성이 희망하는 취·창업 지원 정책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1순위로 꼽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자료)
농촌여성이 희망하는 취·창업 지원 정책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1순위로 꼽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자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1순위’
농촌여성 취·창업을 지원하는 농어촌형 새일센터는 전국에 9곳만 존재하고, 농업과 6차산업 관련 취·창업 지원으로만 역할이 제한돼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농촌여성이 원하는 취·창업 지원정책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부 지원 일자리 확대, 여성고용친화 기업 확대, 더 많은 기업 유치 등의 요구가 많았지만 여성 대상 교육훈련과 창업 우대 등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희망하는 일자리도 농촌여성들은 유통서비스업, 사회서비스업, 음식점업 등을 선호했고, 시간제 희망비율이 높았다. 반면, 새일센터에서는 고용장려금 지급을 위해 전일제 근무를 유도하며 농촌여성 일자리 선호도와 불일치해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반형 새일센터와 큰 차별성이 없고, 대상도 25~54세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이나 시설지원도 없는 상황이다.

취업상담사의 열악한 처우도 빼놓을 수 없다. 급여수준이 월평균 250만원 수준으로 고용노동부 취업센터 월평균 356만원(2022년 기준)보다 크게 낮아 퇴사가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한 취업상담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존치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새일센터 존립 자체도 장담할 수 없다.

공동경영주, 농촌여성 경제활동 가로막아
지난해 농업소득은 1070만원으로 겨우 1천만원에 턱걸이했다. 농업전망 2024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영비 부담이 다소 줄어 농업소득이 7.7% 증가해 1150만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농가소득은 지난해 4830만원에 이어 올해 4970만원으로 예측돼 5천만원 돌파가 힘들다고 예측했다.

농업소득 부진은 여성들이 농외소득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 농촌여성이 농업 이외의 일에 종사하거나 농한기에 따른 계절적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양보호사, 마을기업 사무장, 학교급식 종사자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농업인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농업인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자 마련된 공동경영주가 오히려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는 것.

현행법상 공동경영주는 경영주와 달리 겸업이나 일용직에 종사할 경우 그 자격을 잃는다. 생계를 잇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로 농외소득을 얻고자 하는 농촌여성을 위한 제도적 배려가 있어야만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의원은 생계유지 등 대통령령에 일정 금액 이하 농외소득은 국민연금법에 따른 사업장의 가입자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직장가입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농업인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법률로 명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소득 농촌여성 보호에 취지를 둔 개정안이다.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농업인의 기준 중 하나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한 자다. 하지만 경영주의 가족원인 농업종사자는 취업 등으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등의 지위를 획득하는 경우 농업인으로 확인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반면 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영주는 겸업을 하더라도 농업인으로서 지위가 유지되는 맹점이 존재해 성차별적”이라고 꼬집으며 “농촌여성들이 농업인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동자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저임금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처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인터뷰 -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여성농업인육성에 일자리정책 결합해야”

농어촌형 새일센터 신모델 개발
생애주기별 맞춤 일자리 지원 필요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이 지역과 여성을 분리해 접근하고 농업정책은 농업부문 인력육성과 지원에 집중돼 농촌여성은 사각지대에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농촌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명확한 일자리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고 특화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촌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려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농촌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농어촌형 새일센터가 농촌여성 일자리를 도맡는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성별분업,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직종 쏠림 등의 결과를 낳았다. 일시적 고용장려금 지원도 고용유지에 효과가 크지 않아 저임금 단기 일자리로 만드는 원인이 됐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성별분업을 완화하는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 시간제 일자리 확대, 55세 이하 연령 제한 채용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본격적 직업훈련 전 취업의지를 높이는 교육, 또래여성들과 집단상담, 가벼운 수준의 인턴십 등도 중요하다. 농어촌형 새일센터는 농촌거주 비농가여성, 귀촌여성, 영세 여성농업인 등 다각화 지원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농촌생활돌봄 일거리와 생활SOC 기반 여성일자리를 발굴하고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생활SOC 시설 관리자와 운영, 지역 코디네이터, 농촌활동가 등 농촌 변화에 발맞춘 일자리다.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여성농업인 육성정책에서 농촌여성 일자리 정책은 빠져 있다. 제5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서 농촌여성의 사회적경제 참여확대, 창업지원, 귀농·귀촌 여성의 농외일자리 연계 지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자리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여성 일자리 과제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생애주기별로 맞춤 일자리 지원을 마련하는 등 여성농업인육성 정책에 농촌여성 일자리정책을 결합해야 한다.

연령별로 20~30대는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서 인턴형 사업유형을 신설하고, 30~40대 기혼여성은 농촌사회 문제를 해소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다. 50대는 취업자와 실업자 규모가 가장 큰 집단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가 가장 필요한 만큼, 농촌형 고용서비스 모델 개발을 제안한다. 60대 이상은 적정노동과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정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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