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이영혜 충청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숙근팀장
이영혜 숙근팀장은 충남 화훼연구소에서 주목받는 연구자다. 여러해살이뿌리인 숙근이 그의 주 연구 작목이다. 이 팀장은 그간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탁구공 모양의 폼폰국화로 불리는 디스버드국화 2품종(이라나래, 엔젤루팡)을 육성하고, 소비트렌드에 맞춰 수국, 염색화 등 다양한 과제연구를 이끌고 있다.
절화수명 긴 ‘보라미’ 국화, 화환제작업체서 인기
수국 신품종·꽃 염색기계 개발로 연구 기지개
소비동향에 초점 맞춰 화훼연구
1994년 예산국화시험장으로 시작한 충청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는 도민들에게 국화시험장으로 더 익숙했다. 본원의 백합, 프리지아 연구기능을 통합하면서 2015년 화훼연구소로 개칭했다. 이 팀장은 2006년 화훼연구에 입문해 2020년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나섰다.
“충청남도는 화훼 육종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국화, 백합, 프리지아 등의 화훼류 재배면적도 전국적으로 넓은 편입니다.”
화훼류는 서울 양재동화훼공판장에서 집중 거래되고 있지만 충남 태안과 서산 등지의 지역축제에서도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화훼연구소에서는 매년 트렌드에 맞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비대면 거래량도 증가함에 따라 이 팀장은 급변하는 소비동향에 발맞춰 소비자가 선호하는 꽃 종류를 설문조사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개성 있는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무가 화훼라서 그런지 가끔 내가 육종한 꽃이 예쁜지 아닌지 감동이 사라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화훼산업에 관심 있는 타 지역 개발자나 민간육종가, 주변 지역주민 등이 화훼연구소를 견학하면 예쁘다고 말해 나도 덩달아 꽃이 좋아지더라고요. 이만하면 행복한 일터죠.”
매년 거래량 느는 효자품종 ‘보라미’
도내 화훼농가에서는 국화를 집중 재배하고, 9~10월에는 프리지아를 심어 연중 생산하는 추세다.
“프리지아는 하우스 온도를 7℃만 유지해도 개화해 겨울철 농한기에 맞춤작목입니다. 그래서 충남도내 화훼농가에서 재배 선호도가 높습니다. 국화 재배면적도 전국에서 충남이 4위인데, 장례식장에서 소비하는 대국 스탠다드국화 외에 꽃다발과 꽃꽂이용으로 적합한 소국도 인기가 많아요.”
충남에서 개발한 소국 ‘보라미’는 매년 거래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효자 품종이라고.
“장례식장의 화환은 재사용이 빈번한데, 생명력이 긴 소국 ‘보라미’는 절화수명이 길어 화환제작업체에서 선호합니다. 그래서 화환에 분홍색 소국을 다량 구성하고 있어요.”
박하승 화훼연구소장은 전국 수출 1위인 ‘예스루비’를 해외에 수출하며 충남국화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데, 이영혜 팀장은 박 소장의 예스루비를 모체로 한 노란색, 흰색 국화를 개발해 충남국화의 명성을 이어나갈 계획도 전했다.
농가서 다양한 화훼작목 재배해야
이 팀장은 화훼연구소에서 육종한 화훼류의 현장 실증시험에 협력해주는 도내 화훼농가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충남에서 육종한 국화만 해도 136종에 달합니다. 지난해 도내 15농가가 신품종 실증시험에 참여했어요. 올해는 10농가 정도 신청을 받았죠. 우리의 연구결과가 유출되지 않고 화훼의 생장속도와 발현을 함께 모니터링해주는 화훼농가는 화훼연구소의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국화 재배농가에서는 10~15품종가량 단가가 높은 화훼를 재배하는 추세. 일부 소비자는 흔하지 않은 꽃을 선호하지만, 소비가 원활하지 않고 가격이 불안정해 농가에서는 기피한다고.
“판로의 70%를 차지하는 양재동화훼공판장에는 상자단위로 출하해 농가의 소득이 높아요. 다만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꽃이어도 내수시장에서는 가격형성이 잘 안 되는 애로점이 있어요.”
이 팀장은 다양한 화훼품목을 재배하는 화훼농가에서는 그 품목의 재배법을 알고 접목해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화훼류는 3~4년만 지나도 도태되곤 해서 새로운 화훼품종을 도입해야 한다고.
“올해 충남에서는 처음으로 수국 품종개발에 나서 화훼연구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수국은 전남 강진에서 주로 절화수국을 생산하는데, 청색 발현은 물론 다양한 색의 수국을 육종해보려고요.”
그뿐만 아니라 화훼연구소에는 천을 염색하는 업체와 협력해 화훼 염색기계도 개발했다.
“장미를 염색해 무지개장미, 오로라장미 등이 개발된 것처럼 국화도 장례식장에서 조의용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대국과 소국을 염색해 다양한 문화를 발굴하고 소비처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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