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기술원이 뛴다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과수팀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연구실. 과도를 쥔 윤홍기 과수팀장이 청밀(배)을 깎자 달콤한 배 향기가 삽시간에 실내에 퍼진다. 과수연구 외길 34년, 배를 깎는 손길이 능숙하다. 윤 팀장이 이끄는 과수팀은 껍질째 먹는 배 ‘청밀’을 농업기술원 최초로 육종했다. 그에게서 우리나라 과수산업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윤홍기 충남도농업기술원 과수팀장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트렌드에 발맞춘 배 신품종 ‘청밀’을 육성했다.

9월초 수확 조생종...껍질째 섭취로 소비견인 기대
농업기술원, 신품종 배 재배기술 개발·묘목증식 나서

트렌디한 충남 배 ‘청밀’
윤 팀장이 내민 ‘청밀’ 배 한 조각을 베물자 배 껍질 안쪽의 과육까지 한 번에 먹게 돼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씹는 재미를 준다.

“2022년 수확한 청밀의 당도는 13~14브릭스 수준이었습니다. 최대 15브릭스가 나오기도 했죠. 물관리가 중요했어요.”

1997년 교배에 성공하고도 뭉툭한 외형 때문에 재배 확산 속도가 부진했던 청밀은 소과용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트렌드를 타고 주목받게 됐다. 갈변이 쉬운 사과에 비해 배에는 타닌과 페놀물질이 함유돼 있어 컵과일로 가공했을 때 저장이 긴 장점 또한 갖췄다.

“과수의 소비트렌드가 사과·배에서 포도·체리로 바뀌었어요. 간편하게 포장해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된 거죠.”

크기 500g 내외에 깎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청밀’은 학교급식에서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렌드에 발맞춘 미래형 배 모델이라는 기대가 모아지는 까닭이다.

‘청밀’ 배

9월초 수확…대과재배 가능
충남 과수작목 연구의 메카인 농업기술원 시범포장 9만9100㎡(3만평)에는 청밀묘목 19그루가 재배되고 있다. 이곳에서 과수팀은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키워 묘목으로 재배한다고.

“청밀은 9월초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입니다. 8월말~9월 조․중생종 배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다년간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밀’은 꽃눈 분화와 유인이 원활했고, 나무에서도 오랫동안 수상재배가 유지되는 강점이 있었다. 상온저장 시에는 2주까지 안정적인 품질을 관찰했고, 저온에서는 90일까지 저장이 너끈하다.

“농가에서는 배를 크게 재배하는 방법에 익숙해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청밀’ 배도 750g 이상 대과수준까지 재배가 가능했습니다. 선물·제수용으로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윤 팀장은 청밀의 수출 경쟁력도 자신했다.

“동양 배는 상큼하면서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껍질을 깎지 않아도 되는 동양 배라면 외국인들에게 특화될 가능성이 있어요. 전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 배를 개발해야 합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과수팀은 ‘청밀’ 배에 대한 품평회를 열고 농가들이 참여한 식미평가에서 품질 특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과수팀은 ‘청밀’ 배에 대한 품평회를 열고 농가들이 참여한 식미평가에서 품질 특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했다.

평가회서 농가들 호평
34년 과수연구에 역점을 기울여 온 윤 팀장은 거듭되는 식미평가에 덜 익은 과일의 산미 때문에 속이 쓰려 약을 먹기도 한 지난 기억을 돌이켰다. 1997년 교배에 성공한 뒤 다년간의 연구기간이 필요했던 이면에는 배에 대한 선입견이 그 원인이었다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달리 말하면 껍질이 얇아서 과피가 얇은 탓에 껍질이 녹슨 것처럼 거칠어지는 동록 현상으로 재배 시 주의점이 발생했다고 한다.

“수확 전에 나는 연둣빛은 차별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농가에서는 제한요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수확기에 완숙되면 누르스름한 제 색깔을 찾게 됩니다.”

다양한 변수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농업기술원에서는 ‘청밀’에 대한 품평회도 실시해 품질의 특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했다. 품평회에 참석한 배 농가에서는 ‘청밀’을 껍질째 맛보고 차별화된 맛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다고 한다.

올해 ‘청밀’은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윤 팀장은 농가에 보급할 묘목을 충분히 마련하려면 약 4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배’에 대한 지역별 우위를 다투지 말고, 대한민국 과수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한 혁신과 정책이 조화된다면 연구자들은 힘이 날 겁니다. 충남에서는 여름철 고온에서도 일정한 당도가 나오는 고품질 과수를 생산할 수 있는 재배법을 꾸준히 발굴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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