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이현애 NH선물 대표이사

이현애 NH선물 대표이사는 소통에 강점을 가진 리더다. 강점을 발휘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다.
이현애 NH선물 대표이사는 소통에 강점을 가진 리더다. 강점을 발휘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다.

지점장 꿈꾸던 신입사원, 농협 계열사 최초 여성CEO

고비 때마다 “재미있겠다” 되뇌며 도전 즐겨

소통 강점 발휘하며 ‘콕뱅크’ 성공 등 성과

“능력 출중한 후배 많아요” 여성친화적 조직 기대

지난해 10월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소병훈 위원장 요청으로 이현애 대표(당시 NH농협은행 부행장)가 발언대에 섰다.(회의록 중 발췌)

소병훈 위원장 : 저희 사무실로 농협의 여성 직원들께서 편지를 보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물어봐야 되겠다 해 가지고 여성을 꼭 배석을 시켰으면 좋겠는데 지난번에 안 나와서 오늘 일부러 요청을 했습니다. (중략) 최근 한 5년, 10년 사이에는 좀 빠르게 여성 간부가 늘어나는 경향은 있습니다. 그런데 CEO급, 집행간부급 이런 쪽을 보면 한 명도 없어요.

범농협 2만여명 직원 중 여성이 8천명이다. 9만5천여명에 이르는 단위농협으로 넓혀보면 여성 비율은 50%를 넘는다. 그럼에도 전체 임원 여성비율은 평균 9.9%에 그친다. 때문에 소병훈 위원장이 여성임원을 반드시 국감장에 배석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농협은 남성위주 조직이다. 이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되던 단골소재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 1월 이현애 NH선물 대표이사 선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1986년 입사해 2022년 NH농협은행 부행장(개인금융부문)에 오른 데 이어 NH선물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농협 계열사 33곳 중 대표에 오른 첫 여성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견고하던 유리천장을 부순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농협에서 근무한 지 37년째다. 대표를 꿈꿔본 적 있나.
전혀 못 했다. 1986년 입사 당시에 목표는 지점장이 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점장의 권한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그 자리에 오른다면 더 이룰 꿈이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여성으로서 지점장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이라면 말도 안 되는 옛날 옛적 이야기지만 과거엔 농협뿐 아니라 대부분 회사에서 여자가 임신하면 그만두는 관례 같은 게 있었다. 여성은 딸로서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 엄마로서 1인다역을 거뜬히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능력을 채 발휘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농협의 승진시험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승진시험 대상자가 되기 전부터 일과 후와 주말을 반납하고 준비한 끝에, 응시가 가능한 첫해에 합격했다.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일했고, 2013년 꿈에 그리던 지점장에 오르게 됐다. 내 승진을 계기로 여러 제약 때문에 승진시험 도전을 꿈꾸지 못했던 여성직원들도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공정한 시험을 통해 여성들의 임원 진출이 늘었고 대표성도 강화될 수 있었다.

물론 임원은 얘기가 다르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 성별을 떠나 성과를 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과거 독불장군식 리더십은 시대에 안 맞다. 요즘 리더십은 협업과 소통에 있다. 그런 점에서 선입견 없이 소통에 강점을 지닌 점이 내 강점이라는 생각이다. 틀에 갇히면 소통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팀원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만 성과가 나온다.

2019년 농협상호금융 디지털금융부장으로 있으면서 전 국민이 사용하는 대표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한 ‘콕뱅크’가 바로 그 증거다. 이젠 금융거래 시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농업인과 고령층도 사용하기 친숙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 고객사랑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콕뱅크로 모바일뱅킹 앱분야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이현애 농협상호금융 디지털금융부장(사진 가운데)
‘2019 고객사랑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콕뱅크로 모바일뱅킹 앱분야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이현애 농협상호금융 디지털금융부장(사진 가운데)

-NH선물을 이끌게 됐다.
고비 때마다 반복하며 되뇌는 주문 같은 게 있다. ‘재미있겠다’란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도 그 말을 내뱉고 나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NH농협은행 핵심보직인 개인금융금융부문장 때와 마찬가지로 NH선물 대표이사를 맡게 됐을 때 먼저 든 생각이 재밌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NH투자증권 자회사인 NH선물은 은행과 업무영역이 다르지만 다행인 건 마케팅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그 경험이 파생시장 전문성에 특화된 금융투자회사로 외국인을 비롯해 새로운 투자고객 유치에 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

-농협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2010년도 이전에 여성 직원 숫자 자체가 적어 당연히 승진대상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부터 여성 입사자도 눈에 띄게 늘었고 많은 후배들이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의 기회도 얻었다. 아직 숫자로는 낮은 수준이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가 점점 맞춰지고 있다.

농협도 점점 여성친화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앙회 차원에서 워킹맘 토크콘서트도 개최하고 육아시설은 어떤 곳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여성의 눈으로 봐도 근무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NH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임용되기 전에 최초의 여성부행장이 한 명 있었다. 그 후에도 나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여성 부행장이 배출될 수 있었던 것도 앞서 개척한 선배가 있어 도움이 됐다. 이처럼 내가 걸어온 길이 뒤를 따르는 후배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있다.

후배들에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단순한 사실을 40여년 가까이 농협에서 일하며 몸소 증명했다. 실력을 갈고닦아 증명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허락된다. 준비된 인재가 돼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조직을 대표하는 위치에 오르는 후배들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능력이 출중한 후배들이 많아서다. 그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성과로 증명해내는 리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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