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멀고 차량 필수여도
대상자·가족 ‘여성’ 원해
홀로 어르신 삶의 질 향상
사회·경제적 활동 ‘사명감’
‘돌봄 참여’ 여성 경험·기여
인정은 충분한가…
■ 주간Focus-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노인돌봄)
“250만 요양보호사 중 자격증을 따놓고도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초창기에는 무료였거든요. 일이 힘드니까 안 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세금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촌지역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분들은 대단한 겁니다. 대부분 시간제로 일을 하는데 거리가 먼 지역을 오가는 탓에 차량은 필수고, 그만큼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많거든요. 우리 센터에 등록된 요양보호사 99%가 여성입니다. 대상자도 가족도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남성 요양보호사들은 급여가 적다며 센터에는 거의 오지 않아요.”
대상자 공동체서 안정적 돌봄
경기지역 도농복합도시에서 읍·면 단위를 담당하는 한 재가복지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노인들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요양보호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는 분들”이라며 “이 같은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이 가능해지면서 농촌지역 노인들의 삶의 질도 향상하고, 노인돌봄 시설 의존도도 낮아졌다”고 전했다.
농촌지역의 삶은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맞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노년 인구에 대한 ‘돌봄’이다. 농촌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노인 돌봄은 점차 감소 추세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 사회적 이동의 증가 등 사회 변화와 맞물려 과거와 같이 자식이나 가족 구성원에 의해 돌봄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노인돌봄의 책임 중 많은 부분이 공공과 민간 부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노인돌봄 서비스는 노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안전한 돌봄을 제공한다. 또한 가족들에게는 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 화성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59)씨는 “가정에서의 돌봄은 노인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돌보는 가족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농촌지역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전문적인 돌봄 기술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공이나 민간 노인돌봄 시설의 경우 요양보호사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높은 비용에 더해 개인적인 돌봄의 한계가 있고, 집이 아니다 보니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힘·역량 강화하는 대안적 실천
이씨는 과거 시집와서 농사를 짓고 살던, 남편의 고향마을로 2년 전 귀향했다.
그는 “예전처럼 많은 농사를 짓는 건 아니지만 소일 삼아 텃밭을 가꾸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돌봄 기술을 제공하니 바쁘다”면서 “내 노후도 생각하면서 고향과 같은 마을에서 삶을 다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농촌지역에서 여성의 돌봄 참여가 늘면서 여성 주체의 힘과 역량을 강화하는 대안적 실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돌봄이라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마을 공동체 형성과 유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1년 발간한 ‘농업·농촌의 변화와 성 인지적 정책방향’ 보고서는 “돌봄 등 농촌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경제적 수단일 뿐 아니라 여성이 농촌 지역사회의 주체가 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이 일들은 농업 생산의 외연을 확장하고 농촌지역 주민의 필요를 충족해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교육·돌봄·복지 등 ‘여성적 역할’을 고착화하는 방식으로 사회·경제적 활동 영역을 확보해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공동체가 돌봄의 주체로 부상되는 시기에 여성의 경험과 기여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채 공동체의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면 가족 내 가부장성이 지역사회에 확장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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