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노인돌봄)
노인돌봄으로 초고령화 대한민국 지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선입견 여전
월 108.5시간 일하고 임금은 고작 114만원
국가·지자체 책임 강화가 관건
100세 시대 필수 돌봄인력…농촌에서 더 필요해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938만명이 신청했고, 급여비용으로 12조5742억원이 지출됐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점수에 따라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 중에서 등급을 결정한다. 1등급은 장기요양인정 점수 95점 이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며, 인지지원등급은 치매 환자로 점수 45점 미만인 사람이다. 신청자 중 등급인정자는 87.8%이며, 4등급이 39.6%로 가장 많았고, 3등급(8.1%), 5등급(9.8%), 2등급 (8.1%), 1등급(4.3%), 인지지원등급(2%) 순이었다.
장기요양기관도 크게 늘어 2만7484곳이 설치돼 있으며, 요양보호사는 2022년 62만6765명으로 전년보다 6만1484명 증가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은 2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단기간에 양적성장을 이뤄냈다.
100세 시대에 편안한 노후를 책임지고 삶의 존엄한 마무리 등 좋은 돌봄이라는 선한 영향력도 펼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정에서 장기요양을 받는 재가급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은 방문요양보호사 필요성이 도시보다 높다. 노인밀집도가 낮고 이동거리가 멀어 민간에서 시설을 지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은순 경기 안성농협 지도상무는 “우리 지역은 농협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전부터 요양보호사 과정을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여성들이 수준 높은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촌지역일수록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 제공에 여성들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대우 있어야 좋은 돌봄
2025년 이후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는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처우와 근무 여건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 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절반 이상이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월평균 근무시간이 108.5시간에 불과하며 임금도 114만원에 머물렀다. 노인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시급제 임금체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 개선에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계속되자 요양보호사들은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11월25일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이하 협회) 창립총회를 가진 것. 요양보호사 생존권을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전국조직화에 돌입했다. 협회는 좋은 대우가 있어야만 좋은 돌봄이 있다며 창립총회에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10대 정책과제는 ▲공공 요양기관 확충(지자체가 설립한 공공 요양기관을 현재 1%에서 30%로 확대) ▲요양보호사 적정 임금기준 마련(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처우개선수당 지급) ▲방문요양보호사 최소 노동시간 보장(생활임금 보장 위해 1주 25시간 이상 최소노동 시간 확보) ▲장기근속장려금 개선(동일기관 근무조건 삭제하고 개인별 경력에 따라 지급) ▲요양시설 인력기준 개선(배치기준을 2:1로 개선하고 야간에 최소 2인 이상 근무) ▲보수교육 방식 개선(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장기요양지원센터에서 교육) ▲건강권 보장(산업재해·성희롱 예방 강화하고 감염병 무료 예방접종)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 대표 참여(요양인력 중 90% 차지하는 요양보호사가 정책추진에 의사권 발휘) ▲처우개선 종합계획 수립(3년 단위로 정부·지자체가 수립·실행)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 확대(모든 지자체에 설치하고 정부 지원 확대) 등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지지부진
요양보호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도 불만을 터트린다. 공공성 강화와 재정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빠진 채 비급여 확대, 요양시설 임대 허용 등 오히려 시장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에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을 확충하도록 하고, 장기요양기본계획에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지위향상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급여비용을 인건비와 운영비로 구분해 지급하며, 적절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 대표자를 참여시키고,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업무에 성희롱과 성폭력 등으로 인한 고충상담과 지원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은미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취지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총선이 있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은 보건복지부에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
“돌보는 사람이 행복해야
돌봄 받는 사람도 행복”
인건비 별도 분리·장기근속장려금 현실화
농촌에 공급·수요 부족…주체 다양화해야
정찬미 회장은 250만명이 자격증을 가졌음에도 1/4도 안 되는 60만명만 일하는 지금의 구조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양보호사가 노인돌봄 전문가라는 인식개선과 함께 제대로 된 대우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돌보는 사람이 행복해지고 돌봄을 받는 사람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출범한 배경은.
생존권을 지키자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섰다. 지금처럼 나이 든 여성만 하는 일자리, 남성과 젊은 사람이 외면하는 일자리라는 편견이 계속된다면 60대 초중반의 요양보호사들이 순차적으로 은퇴하는 10년 안에 돌봄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요양보호사의 절규에 귀 기울여 달라.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은.
인건비와 운영비가 분리되지 않아 요양시설에서 인건비를 최소한으로만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한다. 법령에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최저임금만 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예산은 못 늘리더라도 인건비를 별도로 분리라도 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회복지사는 이미 적정 인건비 기준이 마련돼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요양보호사가 소속기관 또는 기관장의 재량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 임금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시간제 무기계약직에서 벗어나야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젊은 층 유입도 늘어나 요양보호사가 없어 어르신들이 대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처우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안 좋아졌다는 얘기가 있다.
예전엔 처우개선비가 있었다. 이를 없애고 장기근속장려금을 지급하는 데 한 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3년을 채우는 요양보호사는 거의 없다. 1년 계약직으로만 채용하고 장기근속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조사해 보니 장기근속장려금을 받는 요양보호사는 12.5%에 불과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건강이 나빠지면 일을 중단하게 돼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여성들이 많다.
요양보호사는 농촌여성들에게도 인기 자격증으로 떠올랐다. 집에서 가족처럼 맞춤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수요는 도시보다 더 많다. 하지만 양성기관과 기관이 부족해 요양보호사 공급과 수요가 모두 부족하다. 민간에만 맡겨선 해결될 수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이나 농협, 마을기업 등에게 서비스주체를 다양화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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