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청년공동체가 싹트려면-청년·전문가 제언)

지난해 10월 서울의 청년마을 페스티벌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10월 서울의 청년마을 페스티벌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제공)

청년이 정착하려면 “경제적 기반 갖추고 소통공간 중요”
지자체별 특화된 청년 정책·사업과 법적 근거도 필요
사회서비스 공백 메우는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주목

소멸 향하는 인구시계 되돌려야
행정안전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인구증감률은 연평균 3%대를 기록했지만 2020년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며 2021년 인구증감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2년생은 고작 26만562명으로 30년 전 73만678명이던 1992년생과 비교하면 1/3 수준에 머물렀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집중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데도, 15~34세의 청년층 이탈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15~2021년까지 수도권에 순유입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인 반면, 전라·호남·경북지역 인구감소의 75.3%, 87.8%, 77.2%가 청년이었다. 청년유출은 지역을 소멸위기로 내몰고, 수도권 과밀현상은 출산율 저하를 부채질한다.

대한민국 인구시계가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발전이 해법으로 주목받았고, 핵심인력으로 청년들이 지목됐다. 각 부처도 지역소멸 해결의 실마리를 청년에서 찾고 정착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18년 시작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사업과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시 청년여성들의 시골정착 지원을 목표로 한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있다.

청년마을사업은 지난해까지 39곳이 조성돼 지방 소도시 청년 유출을 막고, 도시청년 정착에 기여했으며, 후속사업으로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강원 홍천과 충북 보은, 경북 경주, 경남 의령·함양 등에 국비 10억원과 지방비 10억원 등 총 100억원을 투입해 이주하고 싶어도 주거공간이 없어 정착이 어렵다는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단순 숙소가 아닌 사무 공간, 열린 주방, 취미·문화시설 등을 갖춘 청년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경제적 기반·활동영역 보장돼야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위해 청년공동체가 싹트려면 일시적인 머묾에 그쳐선 안 된다. 터를 잡고 살아가기 위해 경제적 기반과 독자적인 활동영역이 보장돼야 한다.

행안부의 청년활동가 멘토를 맡았던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 이사장은 청년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공간마련과 경제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청년희망팩토리가 위치한 충남 조치원은 정부청사가 집중돼 있는 세종과 달리 원도심으로 낙후되고 청년 유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역에 거주 또는 소재하는 19~39세 청년들이 생산자 조합원 또는 직원 조합원으로 뭉쳐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청년희망팩토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청년공동체 육성과 지원, 청년 어젠다 공론화와 참여자 역량 강화, 청년 경제활동 지원 등에 나섰다. 활동을 통해 그가 주목한 건 경제적 기반이다.

강 이사장은 “청년들이 시간과 장소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둥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치원역 인근에 ‘네스트 빌딩’을 2022년 준공했다”면서 “청년희망팩토리의 공유자산으로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는 공간이자 호기심에 이곳을 찾는 학생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다 임대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도 발생하고 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길을 찾은 강 이사장은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말할 수 있는 창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했다.

청년이 정착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별로 특화된 사업과 법적근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전남 영광 안터마을 ‘안터상회’ 개소식(전라남도 제공)
청년이 정착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별로 특화된 사업과 법적근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전남 영광 안터마을 ‘안터상회’ 개소식(전라남도 제공)

지자체 자체사업·법적근거도 중요
중앙정부 지원과 별도로 지자체 자체사업과 법적근거도 중요하다.
전라남도는 2022년부터 청년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전남형 청년마을’을 본격화했다. 2년 동안 최대 3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성장한 전남 영광 안터마을은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야생약초 재배, 치유문화 축제 개최 등의 수익구조를 마련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중앙정부 주도 청년마을 사업은 효율성을 중시해 유형을 구분하면서 획일화된 면이 없지 않다”면서 “전남형 청년마을은 청년만의 차별화된 시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 창출되도록 지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자체사업으로 특화된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도시와 달리 농촌은 일자리·의료복지·돌봄 등 필수적인 경제·사회 서비스가 부족하고, 청년들의 이탈이 지속되는 등 활력 저하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다. 농촌의 사회서비스 부족은 시장과 정부의 제공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에 8월17일 시행되는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은 청년이 각 지역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정착하는 법적 근거로 주목받는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을 발판으로 청년의 주도적인 참여와 연대·협력이 기대된다.

사회적농업 관계자도 “농촌에서 청년은 숫자가 적고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약자에 속한다”며 “사회서비스 제공주체를 청년에게 맡기면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법령에 주민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돼 있는데 청년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이들이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청년의 목소리 -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CEO

기성세대와 협업하며 팀워크 발휘해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마련해야
청년-기성세대 편 가르는 지원 안돼

강원 원주에서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사회적기업)를 이끄는 김소민 CEO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시골언니 프로젝트 시골멘토로 활약하며 도시 청년여성의 유입을 위해 노력했다. 청년이 머물기 힘든 환경에서 다양한 공모사업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차별화된 정착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청년만 뭉치지 말고 기존세대와 소통하며 협업해야 안정적으로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착에 어려움은 없었나.
강원 원주가 고향도 아니고 개인적 인연이 있지 않다. 대신 나의 역량이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밀농사를 짓고 있지만 큰 돈벌이가 되진 않는다. 대신 여러 공모사업에 도전하며 먹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촌에서의 낭만적인 삶을 기대하지만 중요한 건 본인만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농촌이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적 기반이 있는 게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청년 정착 사업을 수행해보니.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서 시골멘토로 활동했다. 숲요가, 밧줄놀이 등을 통해 몸도 건강해지고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이 안 좋아진 경험이 있어 이 과정을 마련했다. 구도심의 시장과 학교,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몸으로 부딪치며 지역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시의 청년여성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활동가로 일하며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농촌에선 언어의 온도와 의미하는 맥락이 도시와는 다르다. 그래서 청년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렇다고 소통이 힘들단 이유로 청년들끼리만 뭉쳐 기성세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청년 정착은 기존세대와 힘을 합쳐야 한다.

청년을 지원한다면서 기성세대와 편을 가르는 요소가 많다. 연고 없는 원주에 정착하면서 이장님과 부녀회장님들 도움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청년의 정착을 위한 사업도 기성세대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 오로지 나이만으로 대상자를 한정하는 것도 반대다. 지역의 특색이 각양각색인데 지원대상에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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