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한다

천병순 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장(오른쪽 앞)은 실버인지요리 프로그램으로 정을 쌓은 어르신들과 함께 떡꾹 한 그릇을 나누며 얼굴에 웃음꽃이 한가득 피었다.
천병순 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장(오른쪽 앞)은 실버인지요리 프로그램으로 정을 쌓은 어르신들과 함께 떡꾹 한 그릇을 나누며 얼굴에 웃음꽃이 한가득 피었다.

홀로어르신께 실버인지요리 재능기부
다문화여성에 식문화로 마음의 거리 좁혀
천병순 회장 “나눌수록 마음은 더 부자”

남을 위한 나눔에 보람
경기 포천의 겨울 날씨는 매섭기 그지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동장군축제일 정도로 쌀쌀한 날씨가 맹위를 떨치지만 마음의 온도만은 따스하다. 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원들이 이웃을 위한 나눔을 통해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미처 다른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고령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요리 재능기부에 나서며 어르신을 앞장서 챙기는 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재능활용 지역돌봄사업으로 시작된 재능기부지만 실버인지요리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회원들의 역량과 내 부모님처럼 성심성의껏 모시겠다는 진심이 한데 모여 빛을 발했다.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15~20명씩 교육을 진행했다. 재료를 다듬고 유년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자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널뛰기 등의 그림에 색을 입히는 시간도 가졌다.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천병순 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장은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과 밥 한 끼 함께 먹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소싯적엔 가족 식사를 챙기시던 분이 연세가 드시면서 다 잊어간다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짧은 시간을 보냈어도 ‘내 딸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실버인지요리 과정을 함께한 이강분(90) 어르신은 “나이를 먹으니까 하루하루 마음이 흐렸다 갰다 한다. 딸 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마음이) 맑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하며 얼굴에 웃음꽃이 한가득이다.

음식은 사랑을 싣고~
지난해는 채식지도사 1급 자격증을 가진 회원들이 노인복지센터에 계신 어르신과 70세 이상 선배회원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채식요리 강좌를 열었다. 건강하기 위해선 꼭 고기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어르신들의 편견을 깨기가 쉽지는 않았다.

천병순 회장은 “채식이 얼마나 건강하며 입맛을 돋우는지 계속 말씀드렸더니 이런 요리가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셔서 보람을 느꼈다”고 만족해했다.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은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문화여성과 우리 식문화를 공유하는 일이다. 포천은 제조업체와 축산농가가 많아 외국인 근로자가 타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자연스레 다문화여성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마음을 붙일만한 사람이나 관심을 유발할 프로그램이 빈약한 게 사실이었다. 이에 포천시연합회가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농업기술센터에서 다용도 양념장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문병관 주무관은 “아무래도 20~30대로 젊은 층이다 보니 좋아할 만한 떡볶이나 김밥을 만들어 먹고, 집에서 각종 요리에 쓸 수 있는 다용도 양념장을 만들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음식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보다 다문화여성들이 고국을 떠나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엄마의 정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천 회장은 “우리 딸들 또래다. 한국이었으면 한창 젊음을 즐겼을 나인데 한국에 와서 애 키우고 남편 챙기는 모습을 보면 애틋하다”면서 “그래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다. 나눌수록 마음은 더 부자가 되는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고 남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각자도생의 시기에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은 한국생활개선포천시연합회는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며 마음의 온도 100℃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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